(Rising 스타 인터뷰) '알바'하며 꿈을 키우는 신인배우 [우주의 크리스마스] 윤소미
16.10.13 17:18
김지수, 허이재라는 익숙한 스타들 사이로 다소 생소한 여배우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영화 [우주의 크리스마스]에서 세 명의 '성우주' 중 19살의 성우주를 연기하는 윤소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배우다. 게다가 포털에서조차 그녀의 공식적인 프로필은 등록되어 있지 않다.
아직 그녀는 제대로 된 기획사조차 없이 홀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한 기획사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폐업을 하게 되면서 지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제 막 주연 자리를 꿰찰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신인인 만큼 기획사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보였다. 하지만 윤소미에게는 지금의 문제는 걱정거리가 아닌 것 같았다. 인터뷰 내내 특유의 발랄한 어투와 밝은 미소를 보여주며, 현재의 어려움보다 앞으로의 미래만을 생각하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긍정적인 모습에서는 20대 신인 여배우만이 지닌 특유의 풋풋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밝고 희망찬 기운을 공유할 수 있어 흐뭇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주의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오디션 합격으로 출연하게 되었다. 원래는 촬영이 예정된 단편 영화 일정에 집중해야 했는데,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우주의 크리스마스]의 각본을 받게 되었고, 이야기와 캐릭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읽고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이왕이면 두 작품 다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우주의 크리스마스]의 조감독님께 전화해 오디션에 겨우 참가하게 되었다. 원래 오디션 일정이 오후 1시였는데, 내가 단편 영화 촬영을 하고 뒤늦게 합류하느라 나 때문에 30분 지체되었다고 하더라. 너무 죄송스러웠고, 바로 연기를 했는데 성급하게 한 나머지 감독님께 혼나며 오디션에 임했다. 오디션 이후에는 합격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뛸 뜻이 기뻤다.
-오디션에서 어떤 연기를 펼쳤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심은하 선배님이 연기한 장면을 재연하는 거였다. 그다음은 자유 대사 였는데, 오디션 이라기보다는 감독님께 혼나며 배운 혹독한 연기수업 시간이었다. (웃음)
-[우주의 크리스마스]가 첫 장편 영화인가? 단편 영화 촬영 작업과 어떤점이 달랐나?
주연으로는 첫 장편 영화다. 둘 다 큰 차이는 없었다. 대신에 이렇게 상업 영화에서 주연 위치에 선 게 처음이어서 모든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는데, 스태프분들이 잘 도와주셨다. 모르는 것도 많았는데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좋았다.
-공식적인 프로필이 잘 알려지지 않아 [우주의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어떤 작품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주로 단편 영화에 많이 출연했다. 운이 좋게도 최근에 작업한 작품들이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상업 영화 데뷔작은 2014년 개봉한 [나의 독재자]로 극 중 유치원 교사를 연기했다. 목소리만 등장했는데, 친한 지인들이 목소리만 듣고 나인 줄 알았다고 한다. (웃음) 그리고 2015년에는 [검사외전]에서 은행 직원으로 출연해 강동원 선배님과 짧게 연기했다. 정말 멋진 분이셨다. (웃음)
-극 중 19세의 성우주를 연기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나의 19살 때를 많이 생각했다. 그때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고, 즐거웠는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때 내가 썼던 일기장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 나잇대의 여자아이들만이 알 수 있는 낙서 일기장이었다. (웃음)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만들고 낙서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담았다.
-말 그대로 소녀 감성이다.
(웃음) 맞다. 오랜만의 그 시절의 감성을 돌아볼 수 있었고, 좀 더 그 시절의 기억을 되새이기 위해 나 자신에게 편지를 쓰며 '힘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내가 연기하는 19세의 성우주는 심신이 건강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19세의 성우주와 19세의 윤소미는 어느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하나?
앞에 놓여있는 상황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19살의 나와 비슷했다. 나도 그때 누군가로부터 답을 얻고 싶어 했다. 결국은 결정이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우주와 비슷했다.
-세 명의 우주 중 풋풋한 첫 사랑 연기를 펼쳤다. 실제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도 소극적인 편이었나? 아니면 적극적이었나?
아마 나는 우주랑 많이 닮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해보지 않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우주처럼 주춤해서 뒷발자국을 쳤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추억을 곱씹은 느낌이 들었고, 사랑은 나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나쁜 생각이 들지 않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과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 명의 성인 '우주' 와 마주한 장면에서 담담하게 연기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선배 배우들을 마주했을 때 떨리지 않았나?
내가 겉과 다르게 속은 굉장히 낯을 가리는 편이다. 그래서 선배님들께 살갑게 다가가지 못한 점이 너무 죄송했다. 먼저 인사드리고 내 자신을 소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허이재 선배님이 다가오 주셔서 김지수 선배님과 나를 연결해 주셨다. 그리고 지수 선배님이 나에게 반갑게 말을 걸어주셨는데, 그때부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존경하는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그래서 그 날 저녁 지붕 천장만 바라보며 그때의 설레던 마음을 떠올렸다. (웃음)
문제의 장면을 촬영한 날에는 많이 긴장했다. 선배님들의 감정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신중해야 했으며, 나 자신도 잘하기 위해 나의 우주에 집중했다. 촬영을 준비하기 이전에 선배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연기에 대한 고민과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조언은?
두 선배님이 전부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근데, 지금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김경형 감독님이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셨다. 캐스팅 이후 감독님과는 친구처럼 많이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했다. 어느날, 캐릭터 연구를 끝내고 뒤돌아 나가려 했는데, 감독님께서 "소미야 나는 우주를 그렇게 연약하게 만들지 않았어."라고 말하시는 거였다. 그때 가슴이 쿵했다. 감독님이 우주에 대해 매우 큰 애정을 갖고 계신 걸 알게 되었고, 나의 캐릭터가 매우 긍정적이고 건강한 성격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내 자신이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았다.
-과거 출연한 작품들에서는 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했나?
장애가 있는 친구, 성폭행과 구타로 인해 상처받은 인물, 정신병원에 갇힌 인물 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감정 연기를 하기에는 쉽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힘들지 않았나?
정신적으로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경험 덕분인지 이제는 능숙하게 해낼 수 있다. (웃음) 캐릭터 역할이 끝나고 난 이후 항상 외로운 기분이 느껴졌다. 그래서 혼자 방에서 맥주를 마시며 내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떠올리고는 했다.
-캐릭터에 벗어나기 위해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
대개는 혼자지만,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이후의 외로운 느낌에서 벗어나려 했다. 친구들이 연기자는 아니지만, 대체로 내 연기에 많이들 공감해 주었다. 그 친구들의 대답과 물음을 통해 내 연기 방식에 대한 답을 찾게 될 때가 많았다. [우주의 크리스마스]가 끝났을 때도 외로웠지만, 긴 여운이 남아 있어서 더 좋았다.
-평범한 질문 같지만, 자세히 알고 싶은 부분이다. 배우가 되기로 한 계기는?
자세히 말해 줄 수 있는데, 엄마가 모르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웃음)
-그렇게 이야기하니 더 궁금하다.
알겠다. (웃음) 아마도 사랑을 많이 받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 꿈은 연기자 쪽 보다는 아이돌에 더 가까웠다. 중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되었고, 아이돌 연습생이 되었다. 그 당시 첫 기획사가 학원 개념이었기 때문에 연습비가 필요했고, 엄마에게 돈이 필요하다고 떼쓰다 싸우게 되었다. 그때 내가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엄마는 왜 내 꿈을 짓 밟아!"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너무 철이없었다. 그 당시 엄마가 내 말을 듣고 너무 큰 상처를 받았다고 했는데, 지금도 너무 죄송스럽다.
이후에 결국 잘 안돼서 기획사가 문을 닫게 되었는데, 몇 년 후 우연히 또 길거리 캐스팅이 되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기획사의 아이돌 연습생이 된거라 잘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여기도 문 닫게 되더라. (웃음) 내가 들어간 곳들은 왜 이렇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웃음) 결국 고등학교 때 상고로 입학해 기술 계열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학교 축제에서 뮤지컬을 보고 느낌을 받게 되었고 그때부터 배우와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3월에 선생님들께 "저 취업 안 할래요."라고 말하며 연기가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모두 나의 이런 결정을 말렸다. 아무도 내 꿈을 지지해 주지 못해서 많이 울었고 슬퍼했지만, 연기 전공을 할 수 있는 대학을 가기 위해 피나게 노력해 결국 목표로 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연기를 전공했고, 대학로 연극도 출연하기도 했다. 현장에 대한 매력 때문인지 연극 공연이 끝난 이후 학교를 휴학하게 되었고, 단편 영화에 계속 출연하다 지금 이렇게까지 오게 되었다.
-꽤 도전적인 마인드를 지녔다.
그런 것 같다. (웃음)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더 커졌다고 할까? 아직도 멀었다는 걸 느끼고 있으며, 지금도 계속 노력 중이다. 너무 힘들어서 잠깐 쉬었다 할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계속 멈추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지금 이렇게 성장했다. 힘들 때 꿈에 대해 더 큰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은 [검사외전] 출연 때였던 것 같다. 단역이었지만, 그 당시 촬영장의 분위기가 나에게 힘이 되었다. 물론 강동원 선배님과 한 공간에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었다. (웃음)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나?
어떤 역할이든 다 소화할 자신 있다. 만약 하게 된다면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조금 엉뚱할 수도 있지만,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선배님이 맡으신 역할의 여성 버전을 해보고 싶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주인공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다.
-아직 신인 배우이기에 준비하고 있는게 많을 것이다.
건강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은 연기도 공부하고 있지만, 내 마음과 생각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 매일 매일을 어떻게 보내며 행복하고 알차게 보낼지도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내 자신을 훈련시키는 중이다.
-현재 소속사 없이 홀로 활동을 하고 있는것으로 알고있다.
맞다. 지금 나 홀로 활동 중이다. 사실 영화 촬영을 하는 당시에는 계약한 기획사가 있었는데, 몇 달 전에 계약을 해지해야만 했다. 그 회사가 사정이 있어서 매니지먼트 분야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현재 화보 촬영과 수제 구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기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내 스스로가 자립하고 건강한 마음 가짐을 갖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 생각한다. 물론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기획사를 찾는 중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좋은 인연을 만났으면 한다.
-준비중인 차기작이 있는지?
상업 영화 일정은 아직 없고, 두 편의 단편 영화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지속해서 연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 생각한다. (웃음)
순수한 열정을 지닌 신인 윤소미의 활약이 돋보인 [우주의 크리스마스]는 13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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