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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 리뷰: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꼴찌, 패배의 미학을 전하다 ★★★

16.10.2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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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왕,2016]
감독:백승화
출연: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윤지원

줄거리
그녀 나이 4살에 발견된 선천적 멀미증후군으로 세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만복(심은경)은 오직 두 다리만으로 왕복 4시간 거리의 학교까지 걸어 다니는 씩씩한 여고생. 무조건 빨리, 무조건 열심히! 꿈과 열정을 강요당하는 현실이지만 뭐든 적당히 하며 살고 싶은 그녀의 삶에, 어느 날 뜻밖의 ‘경보’가 울리기 시작한다! 걷는 것 하나는 자신 있던 만복의 놀라운 통학 시간에 감탄한 담임 선생님의 추천으로 그녀에게 딱 맞는 운동 ‘경보’를 시작하게 된 것. 공부는 싫고, 왠지 운동은 쉬울 것 같아 시작했는데 뛰지도 걷지도 못한다니! 과연 세상 귀찮은 천하태평 만복은 ‘경보’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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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에서 보여준 심은경의 재기발랄함을 기대했다면, [걷기왕]에서의 모습은 조금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극 중 그녀가 연기하는 만복은 선천적 멀미 증후군으로 인해 학교에서 집까지 왕복 4시간의 거리를 오가야 한다. 그 때문인지 만복의 평소 행동은 무뎌 터지고, 마인드는 너무나 느긋하다. '빠름'과 '최선'을 강조하는 이 시대에 만복과 같은 아이는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가련한 존재지만, 심은경의 능수능란한 연기를 통해 유쾌한 기운과 인간미가 모두 담긴 긍정적인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때문에 심은경 1인의 활약이 더 돋보일 작품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걷기왕]은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개성과 특징이 더 눈에 띈 영화다. 저예산의 제작비와 생소한 배우들이 출연한 만큼 독립 영화 특유의 개성적인 편집과 상상력이 등장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룡이 걷는 CG, 비현실적인 인물들, 만화를 바탕으로 완성한 캐릭터, 영화 [타이타닉]의 메인 음악이 음치 리코더를 통해 배경음이 되는 장면이 그렇다. 특히 독립영화계 출신 배우들의 연기가 대표적이다. 일반 연기와 달리 캐릭터가 지닌 가치관과 개성을 우선적으로 드러내는 이들의 연기 방식은 [걷기왕]이 지닌 독립영화적 색채를 더욱 진하게 만드는 동시에 영화만의 재미를 구축한다. 

만복의 경보 선배로 등장하는 박주희를 비롯해 '열정, 최선'을 강조하는 담임 선생님역의 김새벽, 육상 코치 허정도, 만복의 친구 지현역의 윤지원은 심은경에 뒤지지 않는 개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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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등장을 통해 십 대의 성장통과 진로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동시에 일등,열정 만능주의에 대해 풍자하는 시도도 독특하다. 특히 담임 선생님 캐릭터를 통해 '열정주의'가 가져다주는 압박에 대한 풍자는 일등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과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해줘 [걷기왕]만의 독특한 메시지와 잘 부합한다. 느리게 걷고 쉴 줄 아는 여유를 지닌 만복을 통해 느림이 지닌 가치적 메시지와 장래에 대한 여유는 그 점에서 인상 깊다.

아쉬운 점은 재치 넘치던 연출력과 연기가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모호한 시선으로 변하게 된다는 점이다. 느림과 장래를 연계하는 메시지가 대표 주제지만 그 외에도 영화가 말하고자 한 주제가 너무 많아 [걷기왕]의 주제를 다소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만복이 경보에 흥미를 잃다가 다시 도전하게 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길게 묘사돼 중후반부터 이야기가 늘어지는 점도 문제다. 유머를 조금 늘리면서 드라마와 메시지를 좀 더 간결하게 구성했더라면 어땠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산뜻한 출발과 달리 허무하게 결승선을 들어온 것 같은 마무리가 다소 아쉽다. 

[걷기왕]은 10월 2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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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GV아트하우스/(주)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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