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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흔들리는 물결]의 심희섭 "박신양 선배님의 충고, 한대 얻어맞은 느낌"

16.10.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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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누피다."

인터뷰를 막 시작하려 할 때쯤, 심희섭은 녹음을 위해 잠시 켜둔 기자의 스마트폰 배경화면의 캐릭터를 보며 신기한 듯 쳐다봤다. 흔히 요즘말하는 '초식남' 스타일의 남성으로 보이던 그의 모습은 모든 사물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어린 아이와도 같았다. 

지난 한해 한국 영화 흥행작을 유심히 본 관객이라면 그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을 보게 된다면 "아하"라는 탄성을 내게 될 것이다. [변호인][암살]에서 짧지만 비중있는 조연으로 등장했던 그는 며칠전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인 '배우학교'에 출연해 박신양에게 가르침을 부탁한 현역 배우 출연진 중 한 명이었다. 

현역 배우가 연기를 다시 배우겠다고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희섭은 그 스스로도 이야기하듯 충고가 필요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평소 성격이 조용하고 소심하다고 말하지만, 애절함과 절박함이 필요할 때에는 적극성을 보일 줄 아는 그였다. 

개봉을 앞둔 주연작 [흔들리는 물결]은 그러한 심희섭의 약점과도 같은 소심함을 놀라운 가능성으로 바꿔준 작품이다. 삶에 지치고 죽음이라는 운명 앞에 좌절할 수 밖에없는 존재지만, 어느 날 찾아온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순간을 지키기 위해 애절하게 발버둥 치는 남자 주인공 연우의 처절함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긴 여운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약점을 자신만의 강점으로 만들며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의 가치를 전한 그와의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어떻게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나?

예전 [경성학교]에 출연했을 때 제작을 맡으셨던 청년필름 소속의 PD님과의 인연으로 각본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뒤이어 출연이 성사되었다. 


-최초 각본도 영화처럼 잔잔했나?

그랬다. 풍경, 인물도 그렇고 굉장히 잔잔하면서도 담백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묵직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이야기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

아마도 내 취향과 맞다고 해야 할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갖고 있엇다. 소소하지만 잔잔했으며, 죽음과 같은 절망의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 이는 영화의 주제관이 마음에 들었다. 


-시종일관 우울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았나?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연우의 태도 자체가 소극적이었고, 그 때문에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도 많이 힘들었다. 표현 방식도 세밀해야 하니 감정선을 잡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연구가 필요해 시나리오를 계속 읽고 스스로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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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면회] 이후 두 번째 주연 작품이어서 감회가 남다를듯하다. 주연으로 복귀한 소감은?

너무 감사했다. 처음 각본을 접했을 때 내가 했으면 하길 바랬는데 그렇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 부담감은 컸지만, 그것이 좋은 긴장감으로 작용하였던 것 같다. 내가 주연이기에 이야기의 중심점을 잡는 데 더 집중해야 겠다고 생각했으며, 거기에 더 몰입했다. 


-극중 오토바이를 능숙하게 타고 다닌다. 평소에도 타고 즐기는 편인가?
 
아니다.(웃음) 나도 이번 작품 때문에 처음 타봤다. 연기를 위해 오토바이 면허까지 새로 따야 했다. 같이 면허 시험을 봤던 소방관님께서 떨어지신 걸 보고 잔뜩 긴장했는데 겨우 붙었다. (웃음) 그래서 실제 오토바이 운전 때는 아슬아슬했다. 특히 원희를 내 뒤에 태웠을 때는 많이 긴장했다. 연기하랴 안전을 생각하랴 정말 고심하면서 연기해야 했다. 영화는 드라마인데, 연기는 스릴러였다고 할까? (웃음) 연우가 오토바이를 타게 된 설정은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영화가 허우샤오시엔 감독님의 [쓰리타임즈]라고 한다.  


-갑자기 욕설이 튀어나오는 장면에서 놀랬다. 원래 각본에 있었던 장면인가?

각본에 있었던 내용이었다. 한동안 조용해야 했던 연우가 처음으로 과격해지는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 시원했다.(웃음) 너무 말이 없고 소극적인 캐릭터라 답답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감독님이 연우 캐릭터에 요청한 것은?

진심이 담긴 연기를 보여달라는 거였다. 심하게 오버하지 말고 진심만 보이면 된다고 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그 의미를 전달하는 작품이기에 그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봤다.


-극의 흐름에 따라 감정을 잡기 마련, 실제로 고원희 배우와의 관계도 영화처럼 농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갔나?

촬영 밖에서는 오빠 동생으로 편하게 지냈는데, 원희가 왔다 갔다 하는 스케줄이 있어서,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눴다. 그게 개인적으로 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런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거리감이 필요하기도 했다. 서울 촬영을 왔다 갔다한 원희가 고생이 많았다. 


-실제 연우와 자신의 닮은점이 있었나?

일단 나 자체가 말이 많이 없다. 생각이 많은 거와 연우가 자기 안에 갇혀 있고, 비밀을 감추려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 상처받지 않고 자기 자신을 고수하려는 것도 그렇다. 술도 좋아해서 혼술을 하는것도 비슷하다. (웃음)


-이 영화는 서로의 상처에 대해 공감하게 되어가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실제로도 남의 아픔을 공감해 준 적이 있는지?

크건 작건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들어주려 했다. 그러면 소통한다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게 너무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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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에게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장면은 사랑 고백이라 생각하며 임했다. "나도 아픈 사람이에요. 그러니 당신도 아프지 말아요."라는 마음으로 내 의사를 전달했다. 그게 결국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의미와 같다.


-스킨십과 사랑 고백을 극도로 아끼는 로맨스 영화다. 이러한 애매한 감정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신체적 접촉이 있는 장면은 당연히 좋다. (웃음) 하지만 이 영화는 표현에서는 조심스러워야 했다. 감독님이 전체적으로 스킨쉽을 조심스럽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는 그러한 감정적인 절제의 미덕이라고 할까? 덕분에 영화 속 사랑이 더 순수하게 보였던 것 같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성격이 너무 조용했으니까. (웃음)


-가장 마음에 든 영화 속 장면이 있었나?

오토바이로 원희와 함께 중령 고개를 넘는 장면이 특별히 와 닿았다. 어딘가를 가자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마치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담았다고 할까? 슬프지만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바닷가에서 행복한 모습을 만끽하는 대목도 좋았다. 서로에 대한 마음이 열리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설레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에 영향을 줫을 것 같다. 

맞다. 그래서 촬영 후에는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며 안된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하며, 그에 따른 용기가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중들이 심희섭 배우를 알게 된 경우가 케이블 예능 [배우학교]로 많이 알고 있다. 그때의 출연 경험이 연기 부문에 있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나?

확실히 있었다.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진심이었다. 그런데 몰입과 집중력만 가지고 이야기 속에 인물의 진심을 표현하는 게 여간 쉽지가 않았다. 결국, 그게 내 안의 게으름과 나태함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통해 알게 되었다. 박신양 선배님께서 꾸짖어 주고 되짚어 준 그 때가 나에게 있어 한데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길을 알려주시고 말해 주신게 큰 가르침이었다. 지금도 그때 해주신 말씀을 많이 기억에 담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심희섭 다운 연기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글쎄, 나 다운 거라… 평소 연기를 할 때부터 잘하려는 욕심과 많이 보여줘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다. 그게 주연이든 조연이든,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도 삶에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내 자신이 각본을 읽을 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조연으로 출연한 [암살][경성학교][변호인]에서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대부분 오디션으로 출연했고, 감사하게 나를 써주셨다. 


-해보고 싶은 배역

딱 구체적으로 설명이 안 되지만, 예를 하자면 이제까지 맞았던 역할들이 성실하거나 정의롭거나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서 그거에 고통스러워하는 배역이었다. 이제는 좀 강렬하거나 다양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가 되고 싶다.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사람마다 다양한 면이 있기에 그런 면을 보여주고 싶다. 조금은 색다른 모습을 지닌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악역도 해보고 싶다. 


심희섭,고원희 주연의 [흔들리는 물결]은 10월 27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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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비밀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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