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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번째 스물]의 김승우 "19금 불륜극? 원래는 29금 이었다!"

16.11.01 18:56


'로맨스 킹' 김승우가 신작 [두 번째 스물]을 통해 자신의 특기인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한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동시에 60여 편의 작품을 연이어 작업해온 그에게 이번 로맨스 영화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제는 어엿한 중년 배우지만, 아이 같은 미소와 여유로운 농담을 건네며 작품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와 유쾌한 대화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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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여러분들이 보셨을 것과 비슷하다. 10점 만점에 5점? (웃음)


-너무 냉정했다. (웃음) 이유는?

사실 소재부터 쉽게 접근하기 힘든 내용이잖아. 어차피 이 영화는 큰 흥행을 기대한 작품은 아니다. 물론, 작품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기자간담회에서도 좋게 봐주신 분도 많이 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없지만, 영화적으로 감독님이 의도하고자 한 바는 전부 전달 되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의도하고자 한 부분은 무엇이라 보는가?

자신들의 감정에 충실한 남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런 것들이 영화에서는 부담감 없이 전달되었다고 본다.


-이태리를 배경으로 고전 미술과 와인과 관련한 미학적인 부분들이 비중 있게 등장한다. 평소에도 그 부분에 관심을 두셨나?

사실 그 정도로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카라바조도 교육방속에서 잠깐 본 게 다였다. 나보다는 태란이가 더 힘들어 했을 거다. (웃음) 거의 미술관 큐레이터 수준이 되어야 했으니까.


-처음 영화의 각본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이 영화의 각본을 처음 접했을 때가 2012년이었다. 사실 그때는 내용에 전혀 공감되지 않아서 안 하겠다고 했다. (웃음) 내 손을 떠나서 이제 알아서 되겠거니 했는데, 제작이 지연되다 새롭게 수정된 버전의 각본으로 다시 내 앞에 오게 되었다. 3년 전에는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절로 공감이 되더라. 내용도 많이 완화돼 마음에 들어 승낙했다. 


-어떤점에서 공감하게 되었나?

당연히 윤리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는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웃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하지만 내가 해도 불륜인 건 맞다. (웃음) 그래서 주인공의 입장에서 영화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감독님이 의도한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다. 전적으로 감독님의 설득과 입김이 강해 그분의 연출 의도에서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낯선 여행지가 가져다준 설렘의 감정이 참 좋았고, 옛사랑을 낯선 장소에서 만난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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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는 멜로물이다.

원래부터 멜로 장르를 좋아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내 모습은 원숙한 이미지와 달리 찌질하게 보일 것이다. 원래는 원숙함을 지향하며 연기한 건데…(웃음) 이번 작업을 통해 내가 멜로물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0대 중년들은 공감할만한 내용이지만, 젊은 관객들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봐야 할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순수한 사랑을 믿고 있는 관객은 전혀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바꿔서 말하자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10, 20대에도 있지 않나? 그러한 첫사랑의 감정이 있다면 나이를 불문하고 주인공들의 입장을 공감하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그동안 많은 여배우들과 연기를 해왔는데, 이태란 씨는 여태까지 함께한 여배우와 어떤 점이 달랐나?

극 중 여주인공인 민하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실제로도 너무 털털하더라. 요즘 유행어로 비유해서 말하자면 '시나리오를 찢고 나온 여자'라고 해야겠다. (웃음)


-해외 촬영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좋은 기억은 없었나?

없었다.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해서 쉴 틈이 없었다. 작년 부산 국제 영화제 때 영화의 완성본을 보면서, '우리가 이 장소에서 촬영했나?'라고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유럽보다 경주가 더 좋다. (웃음) 


-노골적 대사와 묘사에 부담은 없었나?

사실은 각본이 더했다. (웃음) 최초 작성된 시나리오보다는 더 순화된 편이었다. 오래된 여인을 만나고, 인생 앞에서 솔직해지는 내용이다 보니 훨씬 더 솔직하고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지금 이 영화가 19금으로 되어있는데, 사실은 29금, 40금 영화가 될 뻔했다. (웃음) 지금이 정말로 순화된 버전이다. 


-아내분이 봐도 될 만한 영화인가

그렇기는 한데…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웃음) VIP 시사회에 초대할 텐데 응해줄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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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란씨는 이번 영화의 연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심하게 적나라한 부분은 없었다. 이 작품은 태란 씨의 신혼 초에 찍은 작품이다. 남편의 추천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베드신 촬영 일정이 가까워져 오니 많이 부담스러워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과 여배우의 메신저 역할을 자주했다. 감독님은 조금 더 쌔게 나가는 걸 원한 반면, 태란씨는 그 반대였다. 때문에 그 사이의 절충점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젊은 시절의 로맨스와 중년의 로맨스는 어떤 점이 다른 것 같나?

특별히 다른 점을 못 느끼겠다. 깊은 표현을 해야 되겠고, 감정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극 중 나이가 47세로 되어있지만, 낮선 곳에 있는 인물이었기에 20대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의도였다. 만약 영화의 배경이 한국이었다면, 20대의 감정을 갖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드라마 [공항 가는길] 처럼 중년의 나잇대를 소재로 한 일탈적인 작품이 계속 나온다. 왜 나온 것 같나?

기본적으로 나 또한 불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안 하려고 했다.(웃음) 어차피 법적으로는 그래서 안 되는 내용이다. 아마도 대리만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근래 작품 행보가 진지한 캐릭터를 추구하시는것 같다. 이유가 있으신지?

내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지금 내 자체가 코미디를 하고 있으니, 장르를 가리는 건 아니다. 지금도 어떤 장르의 연기도 다 할 수 있다. 


-90년대 [장군의 아들] 이후부터 꾸준하게 영화계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이 되어가고 있는데, 영화계의 어떤 점이 많이 변했다 생각하시나? 

그게 언제적 영화인데… (웃음) 그리고 산증인이라… (웃음) 돌이켜 보면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계 안팎의 큰 흐름이 많이 변한 것 같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 영화 출연만 고집하고 있다가 TV 방송 작품 제안이 들어오게 되었다. 말 그대로 출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영화계 선배들이 다 말리더라. 영화 배우는 영화에서만 활동해야 한다는 게 그분들 생각이었다. 그리고 군대 갔다 오고 사회에 복귀하니, 제작진들이 "이제는 스타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TV 드라마 찍고 영화계로 와야 한다."라고 말하는 거였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 쪽으로 흘러들어오게 되면서 그런 흐름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거대 자본들이 이쪽으로 막 쏟아지다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흐름도 있었는데, 그런 환경 속에서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러한 변화들을 다 봐서인지 영화계 선배들과 붙임 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 외에도 수많은 스타들을 봐왔고, 잠깐 주목받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까지 지켜보았다. 지금까지도 이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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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는 이제 멜로가 전성기가 아니다. 왜 그렇게 되었다고 보는가?

흥행 수치와 자료를 보면 멜로영화 흥행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 [뷰티 인사이드]같은 좋은 작품도 그렇게 흥행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마 지금의 다양한 자본들이 들어온 것과 투자 대비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그렇게 보인 걸 수도 있다. 멜로와 로맨스 장르는 시각효과와 거대 물량을 투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감정적으로 연기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작품이나 멜로영화가 있는지?

얼마전 레이첼 맥 아담스가 나온 영화 [서약]을 봤는데, 정말 좋았다. 여주인공의 연기도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최근에는 [미 비 포유]도 봤는데, 참 괜찮더라. 


-앞으로의 행보는?

예전 방송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 늘 내 옆에 있었던 아저씨, 우리 집 근처에 살던 오빠. 동네 형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얼마 전 친구들과 모임을 갖다가 "1,2년 정도 일 안했어." 라고 말했더니 다들 놀라더라. (웃음) 사람들은 내가 활동을 안한것을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바로 나의 그러한 편안함이 관객과 시청자들에게도 녹아내렸으면 한다. 


김승우, 이태란 주연의 로맨스 영화 [두번째 스물]은 11월 3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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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영화사/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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