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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스] 리뷰: 40년 동안 침묵한 그들의 뜨거운(?) 형제애 ★★★☆

16.11.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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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스,2015]
감독:그리머 해커나르손
출연:시구르더 시거르존슨, 테오도르 줄리어슨

줄거리
설원이 펼쳐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아이슬란드의 시골 마을. 이 곳에 살고 있는 ‘키디’와 ‘구미’는 양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키워온 형제이지만 40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낸 남다른 사연을 가진 사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개최된 우수 양 선발대회에서 ‘키디’의 양이 우승을 차지하며 ‘구미’의 질투가 폭발한 것도 잠시, 갑자기 마을에 양 전염병이 발생하여 키워온 양들을 모두 죽이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오매불망 양만 바라보며 살아온 형제는 양들을 살리기 위해 40년 만에 침묵을 깨고 비밀리에 의기투합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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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인구 못지않게 화산이 많은 나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 또 다른 명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양이다. 극 중 대사에서도 나오듯, 양을 키우는 것은 아이슬란드인들에게 있어 생업이자 희망을 키우는 것과 같다. 그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닌 존재인 만큼 [램스]가 양을 통해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남다르다. 

아이슬란드의 투박한 지형과 추운 날씨를 배경으로 양을 목축하는 두 형제의 모습을 시종일관 보여주며, 그 안에 담긴 인간관계에 주목하려 한다. 평화롭게 양을 기르던 마을 주민들은 갑자기 찾아온 양 전염병인 '스크래피'의 유행에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은 키디와 구미 형제가 40년간의 관계 단절을 넘어서게 되는 계기가 된다. 

[램스]는 바로 이러한 관계가 지닌 상징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주제관을 전하려 한다. 

줄거리의 내용처럼 [램스]의 두 형제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간혹 여러 갈등적인 사건으로 인해 싸우고 위협하고 있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형제의 침묵과 관계 단절 그리고 갈등은 극 중 전염병으로 인해 발생한 정부의 강제 도축 정책과 불만이 가득해진 주민들 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대목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전염병과 국가의 무책임한 도축 정책으로 인해 오랫동안 키워온 양들을 도축해야 하는 대목은 가족 없이 외롭게 살아온 두 형제의 애잔한 심리를 다루는 동시에 무기력하고 힘없는 개개인의 모습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집단과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는 영화는 아이슬란드의 특수한 지리적, 자연적 환경을 활용한 잔잔한 유머와 드라마를 선보이며 무거운 전개 방식과 진행을 피한다. 오랫동안 침묵을 깬 형제가 하나가 되는 후반부는 그 점에서 묘한 재미와 감동을 불러오며 마지막에는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형제의 침묵 사연을 깊이 있게 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나름의 표현과 긴 여운을 남기는 독창적인 연출 방식이 이를 대신한다.

[램스]는 11월 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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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디플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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