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 리뷰: 볼링공을 든 '타짜' 스포츠 도박의 어두운 현실을 담다 ★★★
16.11.07 11:44
[스플릿,2016]
감독:최국희
출연: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정성화
줄거리
과거 볼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며 이름을 날리던 ‘철종’은 불운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낮에는 가짜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지만 볼링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을 우연히 만난 후, ‘철종’은 ‘영훈’을 자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이게 된다. ‘철종’의 조력자이자 도박판의 브로커 ‘희진’의 주도 아래 드디어 큰 판이 벌어지게 되고, ‘철종’과 끈질긴 악연의 ‘두꺼비’까지 가세해 치열한 승부가 시작 되는데…
[스플릿]은 한동안 상업 영화에서 전면으로 나서지 않았던 유지태, 이정현, 정성화의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을만했다. 영화를 비롯해 브라운관, 뮤지컬 무대에서도 출중한 연기력을 선보인 그들이기에, [스플릿]은 그들이 상업 영화 시스템에서 보여줄 잠재력을 확인할 좋은 기회다.
그 점에서 볼 때 [스플릿]은 이 세 배우의 재능과 개성적인 연기가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유지태는 지금껏 보기 힘든 거친면과 루저 볼링 선수의 모습을 친숙하게 그려내며, 밑바닥 인생의 끝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한다. 이정현은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들과 달리 전성기 가수 시절에 보여준 애교섞인 모습과 지금의 나잇대에 어울린 모습을 적절히 섞어내며 영화의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특유의 환한 미소와 뮤지컬 스타의 이미지가 강한 정성화의 악역 변신이 흥미롭다. 뮤지컬에서 선보이는 표정 연기가 배어 있는 탓에 조금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캐릭터가 지닌 악랄함을 부각하기에는 충분한 표현이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는 자폐아 볼링 천재 영훈을 생생하게 연기한 이다윗이다. 작품의 유머와 드라마적인 감성을 책임진 역할인 만큼 이다윗의 영훈은 그러한 역할과 함께 영화의 정서적인 강약 조절을 이끄는 역할까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출연진의 개성 연기가 돋보인 [스플릿] 이지만 작품의 색채와 면모에서는 '도박'을 소재로 한 여느 오락 영화의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한 것 같아 아쉽게 느껴진다.
'볼링 도박'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지닌 만큼 이 부분을 묘사한 장면과 전개 방식은 흥미로운 편이지만, [타짜]와 [신의 한 수] 같은 도박, 범죄 물의 전개 방식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영화의 모든 장면이 전형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볼링이라는 스포츠가 가져다주는 속도감과 쾌감을 클로즈업된 촬영기술을 통해 표현하는 것 까지는 좋았으나, 이를 간략하게 묘사하는 편집 방식과 이야기 흐름은 너무나 전형적이다.
이러한 익숙한 전형화는 결국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된다. [스플릿]은 배우들의 연기와 활약이 덜했다면 평범한 영화로 전락할 수 있었던 위험한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스플릿]은 스포츠 도박의 어두운 현실을 유심히 조명한 주제관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종일관 어두운 영상과 화면톤을 유지하며 주인공 철종의 밑바닥 현실과 과거의 화려함을 비교하는 대목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과하게 느껴진 폭력과 욕설 대사는 그러한 비극을 체감적으로 전달하려 한 방식으로, [스플릿]이 강조하고 싶었던 교훈적인 주제관에 부합한 인상적인 설정이었다.
[스플릿]은 11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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