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저주의 시작] 리뷰: 1편은 잊어라! "우리 [위자]가 무서워졌어요" ★★★☆
16.11.08 19:56
[위자:저주의 시작,2016]
감독:마이크 플래너건
출연:엘리자베스 리저, 애너리즈 바쏘, 룰루 윌슨, 더그 존스, 헨리 토마스
줄거리
1967년 LA의 한적한 교외 마을에서 의뢰인과 죽은 자를 연결시켜 주는 심령사기로 살아가던 앨리스와 두 딸 리나, 도리스는 새로운 사기 도구로 '위자 보드'를 사용하게 된다. 절대 혼자 해서는 안 된다는 위자 게임의 룰을 어긴 막내딸 도리스는 집 안에 잠들어 있던 악령을 깨우게 되고, 앨리스와 리나는 도리스를 통해 상상치도 못한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로 '망작' 소리를 듣게 된 프랜차이즈도 '소문난 심폐소생 전문가'를 잘 만나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 1년 전 제작비 20배의 수익을 거둬들인 영화라는 명성과 달리 최악의 공포물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위자]가 1년 만에 후속편을 내놓았다.
전편이 워낙 안 좋았던 탓에 2편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히 떨어지기 마련. 하지만 후속편인 [위자:저주의 시작]은 '애초부터 1편은 없었다!' 라고 다짐한 듯,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되었다. 1편의 문제였던 산만한 구성은 배제되고, 공포에 특화된 이야기와 분명해진 캐릭터의 구도, 오싹한 느낌을 선사하는 세밀한 연출과 충격적인 비주얼 설정을 지향하며 깔끔한 호러 영화의 완성도를 추구한다.
이번 후속편의 연출을 맡은 감독은 2013년 거울을 활용한 공포물 [오큘러스]를 완성한 마이클 플래너건으로 자신의 장기인 '하우스 호러물'의 형태로 [위자:저주의 시작]을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위자:저주의 시작]이 전편에 비해 달라졌음을 증명하는 중요 대목은 섬세하게 완성된 공포 외적인 요소에 있다. 이야기 배경을 전편의 프리퀄인 1960년대 후반으로 넘어간 영화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 서로를 의지해야 하는 세 모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들이 지니고 있는 유대적 관계를 통해 여성드라마가 지닌 따뜻한 정서적 요인을 자극하려 한다. 여기에 적절하게 등장하는 감각적인 유머도 호러적 연출로 긴장된 분위기를 조금씩 누그러뜨리며 영화의 정서적 강약을 조절해 주는 중요 역할을 한다.
공포 외적인 정서를 한층 강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영화에 등장할 공포가 이를 배반할 만큼 섬뜩하게 등장할 것이란 암시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가족의 유대감을 무너뜨릴 만큼 영화 속 등장할 악령은 사악하고 잔인한 존재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등장해 주인공들을 몰살시키게 된다.
예상대로 [위자:저주의 시작]의 공포는 그러한 정서적 요인을 천천히 무너뜨리는 데 집중한다. '위자' 보드게임의 규칙을 가족 구성원중 한 명이 어기게 되면서, 막내딸인 도리스가 악령의 매개체가 되어 서서히 가족들과 주변인들을 위협하게 된다. 가장 어린 구성원의 배신은 가슴 아픈 순간이기에 공포의 강도를 배가시키는 중요 요소다.
하지만 [위자:저주의 시작]이 아이를 통해 공포를 묘사하는 대목은 예상보다 더 섬뜩했다. 앞으로도 제작될지 모를 [위자] 프랜차이즈를 대표할 공포 캐릭터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도리스의 모습을 시각 효과를 통해 공포스럽게 표현한 장면은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각인될 충격적인 묘사였다.
70년대 공포 영화의 정서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점 또한 특별하다. 도리스로 대표되는 어린 악령의 등장이란 점에서 [로즈메리의 아기][오멘][엑소시스트]와 같은 그 당시의 호러물의 정서를 떠올리게 하며, 일부 장면에서는 그 부분을 차용한 흔적이 등장한다. 여기에 카메라 구도와 필름 이어 붙이기 효과를 의도적으로 등장시켜 70년대 공포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연하려 한 점도 흥미롭다.
제임스 완 감독이 [컨저링][인시디어스]를 통해 전통 호러물이 지닌 요소와 세심한 묘사를 적절하게 사용했듯이 [위자:저주의 시작] 또한 이와 비슷한 묘사를 사용한다. 공포는 천천히 숨을 죄여오듯이 세밀하게 다가오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등장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다. 초반과 중반까지 드라마, 유머 적 분위기를 유지하다 마지막 후반부에 들어와 모든 사건의 시초가 된 집에서 하우스 공포물의 모든 요인을 총동원해 강렬한 한방을 터트리기에 이른다.
정서적인 분위기와 세밀함을 통한 연출력으로 아날로그적인 공포적 분위기를 완성해 시각효과와 적절하게 대입시킨 점도 눈에 띈다. 전작이 위자 보드와 무관한 무의미한 비주얼 낭비만 사용했다면, 이번 후속편은 위자 보드가 지닌 특징과 그로 인한 파급 효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위자 보드를 통한 악령과의 대화가 도리스를 통한 방식으로 이어지는 설정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과도한 묘사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긴 전개 탓에 위자 보드와 무관해지는 장면과 설정이 등장하지만, 영화가 지향하고자 한 공포적 분위기 추구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마이클 플레너건 감독의 영리한 연출력으로 [위자]는 전작이 망쳐났던 명성을 후속을 통해 회복하게 되었다. 전형적인 요소와 분위기가 단점으로 적용 될 수 있지만, 뻔한 방식도 적절하게 사용되면 좋은 결과물로 재탄생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시리즈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위자:저주의 시작]은 11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UPI)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