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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써니'

11.10.26 15:33

 
 
 

요 근래 집중해서 재밌게 본 영화가 없었다. 상업영화들의 반복되는 소재와 스토리 전개에 싫증을 느껴서인지 집중이 안되 영화를 보면서 졸기도 했다. 그래서 유독 영화제나 독립영화를  많이 찾아보기도 하고, 영화학도들의 패기넘치는 단편영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독립영화 조차도 익숙해진 요즘, 뒤늦게 흥행율이 좋았던 써니를 봤다. 그리고 오랜만에 재밌게 영화를 봤다. 뭔가 영화다운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 굳이 몰입하지 않아도 몰입이 되고 정말 즐길 수 있었던 영화 ‘써니’. 나를 몰입시킨 써니의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잘 버무려져 재밌었던 '스토리'
 

솔직히 말하면 영화 써니의 소재와 내용의 큰 틀은 별반 코미디 영화와 크게 다르진 않다. 한 문장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일상에 치우쳐 나를 잃어버린 주부의 학창시절에 대한 추억' 정도 일 것 같은데 학창시절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그런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개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전환되는 부분을 '유머'와 '공감'이라는 코드로 풀어내 잘 버무렸다. 주인공 임나미가 전라도에서 낯설은 서울로 전학을 와 친구들과 친해지는 계기를 전라도의 구수한 사투리 욕으로 패거리 싸움에서 이기며 시작한다거나, 영화의 극적인 요소를 더하는 수지와 나미의 갈등이 사실 알고 보니 수지의 새엄마가 전라도 출신이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캐릭터의 요소가 잘 버무려진 느낌이었다. 또한 헤어졌던 친구들이 모인다는 자칫 진부할 수 있었던 결말도, 친구들 모두가 모여 써니라는 곡에 유쾌하게 춤을 추면서 제목과 전반적인 내용이 한데 어우러지기도 했다.
 
 
 
중요한 장면마다 인상적이었던 'OST'

 
영화를 보기 전에 나에게 써니라는 영화는 예고편에서 보았던 여고생들의 모습과 유난히 기억에 남던 주제곡 '써니'였다. 메인테마곡에서 영화제목을 포함하고 있어 영화를 더욱 기억하기가 수월했다. 이렇게 홍보뿐만 아니라 영화 내에서도 써니를 포함한 OST는 중요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칠공주라는 명칭이 따분했던 나미와 친구들 7명은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게 되고 DJ는 써니라는 서클명과 함께 'SUNNY'를 틀어준다. 또 써니가 소녀시대와의 패싸움에 나가 싸우는 장면을 당대의 데모장면과 함께 'TOUCH BY TOUCH'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해 암울했던 시대상을 조금은 유쾌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나미가 짝사랑한 오빠를 따라 음악다방에 갔을 때, 그 오빠가 알아본 나미에게 'REALIY'가 흘러나오는 헤드셋을 씌워주기도 했다.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TOUCH BY TOUCH'가 흘러나왔던 싸움씬이었지만 영화의 흐름상 가장 의미있었던 장면은 'SUNNY'에 맞추어 써니가 춤을 춘 장면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들의 맛깔나는 '연기'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천만 관객을 넘긴 영화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캐릭터 혹은 연기가 바탕이 되있었다. 왕의 남자에서는 여자보다 더 여자다운 공길이가 있었고, 과속스캔들에서는 귀여움을 독차지한 왕석현이 있었다. 그렇다면 써니에는? ‘임나미’를 연기한 심은경이 있다. 잔뼈 굵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전라도 사투리도 구수하게 잘해내고 여고생답게 자연스럽게 나미를 소화해내 대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까지 했다. 성인 써니 멤버들의 연기도 눈여겨 볼만 했다. 암에 걸린 환자역할을 톡톡히 해낸 진희경과 감칠맛 있게 욕쟁이 역할을 한 홍진희, 치매에 걸린 나미 할머니 역할을 잘 해낸 김영옥할머니의 연기도 맛깔났다. 특히 현재의 써니멤버들의 역할을 맡은 성인연기자들과 아역배우들이 서로 많이 닮아 싱크로율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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