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시간] 리뷰: 가려지지 않은 '소년 강동원'의 순수함 ★★★☆
16.11.15 16:30
[가려진 시간,2016]
감독:엄태화
출연: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김희원, 권해효
줄거리
엄마를 잃은 후 새 아빠와 함께 화노도로 이사 온 ‘수린’.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홀로 지내는 수린에게 ‘성민’이 먼저 다가온다. 둘만의 암호로,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 아는 추억을 쌓아가는 그들. 어느 날,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친구들과 산으로 가고 그곳에서 모두가 실종된 채, 유일하게 수린만 돌아온다. 그리고 며칠 뒤, 자신이 성민이라는 남자가 수린 앞에 나타난다. ‘멈춰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되었다는 성민. 수린만이 성민을 믿어주는 가운데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성민은 쫓기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가려진 시간]에 먼저 눈길이 갔던 부분은 초등학생인 십 대 아이들에 대한 디테일한 접근이었다. 십대들의 비속어, 농담, 일상적인 어투, 행동 하나 하나에 유심히 접근하려는 대목은 분명 흥미로웠다. 근래들어 [우리들]과 같은 십 대들의 일상을 다루는 작품들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이 영화가 강조하고자 한 '순수한 정서'를 부각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접근 방식이었다.
한국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어린아이들의 정서가 돋보이기 시작한 부분은 4명의 일행이 형성되는 대목에서다. 아이들로 구축된 4명 이상의 일행이 함께 움직이는 장면은 스티븐 킹의 소설과 [구니스]와 같은 80년대 십 대 모험, 미스터리물의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또한 그 점을 의도한 듯, 사건이 시작되는 발단을 미스터리 모험물의 형식으로 연결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짧은 모험이 예상치 못한 파국을 불러오게 되고, 실종, 범죄 사건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대목은 엄태화 감독이 구축한 3차원적인 순수한 감성 드라마다. 현실적인 시각에서는 비극이지만, 영화는 주인공인 아이들만이 서로의 진실함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순간으로 표현했다.
[가려진 시간]은 영화가 지니고 있는 정지된 시간에 대한 개념과 이를 표현한 시각효과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성민이 갇히게 된 정지된 세계는 영화 초반 수린이와 성민이 나눴던 암호처럼 신비로움이 가득한 세계다. SF 영화에 등장할 법한 시공간에 대한 과학적인 개념과 꿈속 세상에 대한 추상적인 이미지를 한데 섞은듯한 이 묘사는 영화가 말하고자 한 순수한 감성을 대변하는 동시에 성장기의 내면적 상처에 대한 우화적인 상징이 된다.
신비로움과 혼란이 가득한 정지된 시간으로 인해 수린과 성민의 나이는 달라지게 되고,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인 묘사가 현실에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단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오디션에 합격한 신인 배우 신은수의 신비로운 감성 연기부터, 어른의 마스크를 통해 십 대 소년의 순수함과 애절함을 연기하는 강동원의 열연은 이 비극적인 순간을 아릅답고 정겨운 순간으로 만들어낸다.
현실의 잔혹함 속에 순수에 대한 다양한 정서적 표현이 돋보이며 러닝타임을 흥미롭게 만드는 [가려진 시간]이지만 순수한 상상을 벗어난 현실의 대목에서는 한계점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처음부터 중반까지 감성물의 여운과 정서에 너무 기댄 탓인지 후반부에 이어지는 현실 속의 이야기는 비약한 개연성과 전개를 갖고 있다. 판타지를 뒷받침해줘야 할 부가적인 이야기와 납치 사건으로 인한 어른들의 오해를 표현해야 할 세부적 이야기 전개에서도 허점을 드러낸 것도 아쉽다.
완벽한 십대 판타지를 완성하지 못했지만, 독창적인 동시에 강렬한 여운을 남긴 영화속 세계관 만큼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만큼 후속편과 스핀오프 형식의 새로운 시리즈를 기대해 봐도 괜찮을듯 싶다.
[가려진 시간]은 11월 16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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