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프리뷰] '분노의 윤리학' 누가 제일 악인이지?
13.02.07 16:58
2013년의 뜨거운 문제작 <분노의 윤리학>은 이제훈, 조진웅, 김태훈, 곽도원 그리고 문소리까지,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또한 <분노의 윤리학>은 홍일점인 문소리를 제외하고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미리 받은 후 직접 연기하고 싶은 역할을 선택하는 국내 최초 ‘셀프 캐스팅’으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도청, 살인, 사채, 간음, 결벽을 키워드로 펼쳐지는 악인들의 승부를 그린 영화. 과연 누가 제일 악인일까?
독특한 제목의 탄생 비화
<분노의 윤리학>은 영화의 제목에서부터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신예 박명랑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중 캐릭터의 갈등 구조 속에서 떠올린 제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모의 여대생을 너무나도 사랑해 스토킹 했다는 찌질한 놈과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다며 여대생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청한 나쁜 놈이 전화로 싸우는 장면에서 ‘혹시 우리가 목에 핏줄을 세워가며 옳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개인적인 분노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은 갈등과 증오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각각의 의견을 들어보면 다 일리가 있는 말들인데 왜 타협하지 못하고 이렇게 죽도록 싸워야 하는 것일까?’ 혹은 ‘분노가 완전히 제거된 순수한 윤리학이라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를 보며 그는 “‘분노가 윤리학을 잡아먹어 버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분노의 윤리학’으로 확정했다”고 알렸다.
시나리오에 매료된 충무로 최고의 스태프들
입체적 캐릭터와 강렬한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분노의 윤리학>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충무로 최고의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들이 스스로 선택한 영화라는 점이다. 김우형 촬영감독, 조화성 미술감독, 김선민 편집감독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분노의 윤리학>의 시나리오에 매료돼 신인 박명랑 감독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배우들이 개런티를 양보하며 영화제작을 도운 사례는 그간 몇 차례 있었지만 스태프가 먼저 나서서 제작을 이끈 사례는 <분노의 윤리학>이 최초다. <분노의 윤리학>에 참여한 스태프들은 모두 “한국에도 이렇게 독특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한 편쯤은 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스스로 참여의사를 밝혔다. 그만큼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시나리오가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사로잡았다.
간혹 한국 영화들이 한 가지에 치중되어 있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지만, <분노의 윤리학>은 스토리, 영상, 배우들의 연기까지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
어느 날, 미모의 여대생이 살해된다. 회원제 룸살롱에서 일하던 호스티스이자 학생, 동시에 대학교수의 불륜 상대였던 그녀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은 서로의 존재를 눈치 채게 된다. 여대생의 옆집에 살면서 그녀를 도청하는 경찰, 삼촌을 자임하던 잔인한 사채업자, 끝난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토킹 하던 옛 애인, 아내 모르게 불륜을 저지르던 대학교수. 그들은 그녀를 알고 있다.
평소 누구보다 평범하고 점잖은 얼굴을 한 채 살아왔던 이들은 살인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던 분노를 발견하고, 죽음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기 시작한다. “남한테 피해 준 적 없어.” “돈만 벌면 돼.” “사랑해서 그런 거야.” “아내만 모르면 돼.” 이기적 욕망으로 자신을 가리고 서로를 응징하려 드는 네 남자는 이제 악질적으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자신만은 순결하다고 주장하는 네 사람 앞에 또 다른 여인이 나타난다. 살인보다 불륜이 더 참을 수 없는, 자존심을 다친 것이 무엇보다 불쾌하고 화가 난 여자는 묻는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서로를 심판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만들어 낸 분노의 연쇄 고리 속에서 사건은 점점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악의 본색, 다섯 캐릭터
“남에게 피해준 적 없어.” 그녀를 도청한 나쁜 놈 정훈. 살해된 여대생의 옆집에 살며 짝사랑하는 그녀의 모든 것을 도청한다. 평상시에는 인사성 바르고 수줍음 많으며 말수도 적은 교통경찰이지만 삐뚤어진 사랑방식으로 자신의 집에선 짝사랑하는 여대생을 몰래 도청하는 변태적인 취미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이 도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여대생 살인사건에 얽히게 되자 숨겨왔던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며 폭발한다.
도청하는 남자 정훈 역할을 맡은 이제훈은 영화 <파수꾼>, <고지전>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 남우상을 휩쓸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 이후, 첫사랑 열풍을 일으킨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일편단심의 순수한 짝사랑을 하는 승민 역을 맡아 대한민국의 여심을 흔들었다. 2012년 충무로의 흥행 블루칩으로 떠오른 이제훈은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건축학개론>에서 순수한 짝사랑을 했다면, <분노의 윤리학>에서는 사이코패스적인 소름끼치는 짝사랑을 한다. 관객들은 지난해 군에 입대한 이제훈을 영화 <분노의 윤리학>을 통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그의 연기변신이 기대된다.
“돈만 벌면 돼.” 그녀를 이용한 잔인한 놈 명록. 마음씨 좋은 이웃 집 삼촌으로 나오지만 사실은 그녀에게 돈을 빌려 주고 숨통을 조이며 여대생을 이용하는 잔인한 사채업자이다. 명록은 희로애락 중에 분노가 가장 강력하다고 믿으며 돈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불같이 분노를 일으키며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이렇듯 다혈질적 성격을 가지며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여대생이 살해당한 후 살인사건에 얽히게 되자 이기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이용하는 남자 명록 역할을 맡은 조진웅은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우직한 무사 무휼로 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많은 작품들로 연기력을 쌓아온 조진웅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비열한 건달에서 <박수건달>의 게이 형사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분노의 윤리학>에서 조진웅은 수다스러우면서도 잔인한 캐릭터 명록을 맡아 대체 불가능한 매력적인 연기를 펼친다. 사채업자 캐릭터 표현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약점을 응시하는 게 중요했다”며 “사채업자를 따로 만날 수는 없어서 상상 속에서 픽션화 된 인물로 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와는 전혀 다른 상상 속 인물이다”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분노의 윤리학>에서 첫 주연을 맡은 조진웅, ‘명품조연’에서 ‘명품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는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사랑해서 그런 거야.” 그녀를 스토킹한 찌질한 놈 현수. 의문의 살인을 당한 여인의 전 남자친구이다.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인 줄 알았더니 스토킹을 마다 않는 찌질한 놈으로,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그녀를 스토킹 한다. 스토킹도 하나의 사랑방식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그녀를 향한 애절한 사랑과 그녀의 죽음에 대한 괴로움, 그리고 그녀의 죽음 이후 알게 된 진실들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분노가 폭발한다.
“사랑해서 그런 거야.” 그녀를 스토킹한 찌질한 놈 현수. 의문의 살인을 당한 여인의 전 남자친구이다.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인 줄 알았더니 스토킹을 마다 않는 찌질한 놈으로,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그녀를 스토킹 한다. 스토킹도 하나의 사랑방식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그녀를 향한 애절한 사랑과 그녀의 죽음에 대한 괴로움, 그리고 그녀의 죽음 이후 알게 된 진실들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분노가 폭발한다.
스토킹 하는 남자 현수 역을 맡은 김태훈. 영화 중에 조진웅에게 맞는 장면들이 있는데 김태훈이 찌질한 역할을 너무 잘해서 진짜로 때렸다고 한다. 그만큼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것. 김태훈은 올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 KBS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안민영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올해에는 드라마 주연, 영화 <분노의 윤리학>,<남쪽으로 튀어>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있다.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변신을 하며 201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김태훈, 그의 성공적인 한 해를 기대해본다.
인만 모르면 돼.” 그녀를 간음한 비겁한 놈 수택. 선화의 남편이자 유명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로, 술집에서 일하는 여대생을 정부로 들어앉히고 필요할 때마다 욕구를 푼다. 그녀와의 부적절한 관계마저도 사랑이라고 말한다. 명예, 돈, 가정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으며 토론 프로그램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다. 능력 있고 부드러운 얼굴 뒤에 자기밖에 모르는 비겁함을 감춘 대학교수 수택은 어느 날 갑자기 욕구 해소의 수단으로 이용됐던 여대생이 죽자 살인 용의자로 몰려 긴급체포를 당한다.
간음하는 남자 수택 역을 맡은 곽도원.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낳은 또 한 명의 스타이자 드라마 ‘유령’을 통해 귀여운 중년의 매력을 한껏 뽐냈던 배우이다. 곽도원은 고학력자에 차가운 이미지가 부각되는 역할을 자주 맡았다. 이번에 맡은 역할도 교수 역할이다. 곽도원은 '고학력자' 연기를 주로 맡은 것에 대해 "우연히 그렇게 됐다. 차가운 이미지가 드러나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따지고 보면 지하 세계와 결탁해 있는 교수라거나 폭력성이 강한 검사라든지 하는 역할들이었다. 단순하게 직업으로만 보이는 캐릭터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네요?” 생명보다 자존심이 훨씬 소중한 제일 나쁜 여자 선화. 선화는 평생 남에게 싫은 소리라곤 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우아하고 기품 있는 상류층 여성이다. 하지만 남편의 불륜 사실에 평소 쓰고 있던 우아함과 고고함이라는 매력적인 가면을 거침없이 벗어 던지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여자다.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알게 되지만 냉철하게 일을 처리해 나간다. 선화는 여대생의 살인보다 남편의 불륜에 대해 더 불쾌해한다.
제일 나쁜 여자 선화 역을 맡은 문소리는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뒤 2002년 <오아시스>로 청룡영화상 신인 여우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데뷔 이후 뛰어난 연기력으로 단 한 번도 대중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평가받는 배우 문소리는 영화 <분노의 윤리학>이 품은 히든카드다. 제작보고회에서 문소리는 “역할 비중이 크지 않다. 하지만 시나리오 읽고 역할 비중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목도 상업영화에 어울리지 않지만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이런 한국영화를 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최근 26세 이하 관람불가 예고편을 공개해 호평을 받고 있는 <분노의 윤리학>은 서로를 향한 네 남자의 분노로 가득 찬 모습과 자극적인 영상, 문소리의 수위 높은 대사로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과연 누가 제일 악인일까? 입체적인 캐릭터와 파격적인 스토리로 중무장한 ‘분노의 윤리학’은 오는 21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