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라운] 리뷰:'누구'와는 차원이 다른 '품위있는 지배자'의 이야기 ★★★★☆
16.11.23 10:33
[더 크라운,2016]
총감독:스티브 달드리
출연:클레어 포이, 맷 스미스, 바네사 커비, 제레미 노덤
줄거리
엘리자베스 여왕 일대기의 시작을 그린 드라마. 2차 대전 후 대영제국의 해는 저물고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고자 고군분투하던 영국. 그 중심에 선 한 여인이 욕망이 아닌 순전히 의무에 의해 왕위에 오르게 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방영 중인 [더 크라운]은 언론과 가십을 통해 전해진 현대 영국 왕실의 비하인드를 생생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원래는 역사물과 영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층에게 초점을 맞추며 추천할 작품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정농단'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권력의 부패와 권위에 실망한 다수의 한국인들에게 꼭 봐야할 추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의 정의, 권력을 지녀야 할 자, 그리고 이후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지도자는 누가 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줄 작품이란 점에서 지금의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드라마다.
現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더 크라운]은 실제 역사적 사건을 극적인 드라마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왕실과 역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란 점에서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소소한 감성, 세밀한 묘사,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인 캐릭터의 모습들이 강조된 친숙한 요소를 전부 갖추고 있다. 브라운관과 외신뉴스를 통해 접한 영국 왕실의 모습이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더 크라운]은 현대판 사극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갖추고 있다.
정치적 위기 상황과 같은 긴장 요소가 등장하는 가운데, 가족 드라마 특유의 정서적 요소들이 함께 등장해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식이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입헌군주국의 이념을 따르는 영국 왕실의 모습을 토대로 민주적 기반의 총리 내각 정권과의 관계가 [더 크라운]이 다루려는 정치적 상황이다. 두 개의 유기적인 성격을 띤 정치적 상황은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보여진 미국의 의회 정치와는 다른 긴장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미국식 정체제도를 따르고 있는 우리에게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더 크라운]은 바로 이러한 군주와 총리의 관계를 통해 권력의 정의와 가치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룬다. 상하가 분명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선을 지키며, 입헌군주제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모습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지금의 우리에게 인상깊게 남겨질 만 한 장면이다.
그 점에서 본다면 영국 드라마 특유의 진지함이 그려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지만, 개성과 특징이 부각된 캐릭터를 등장시켜 나름의 재미와 긴장감을 불러온다. 역사적으로 친숙한 인물이자 독특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윈스턴 처칠 수상을 등장시켜 엘리자베스 여왕과 조화를 이루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역사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동시에 정치적 관계에 있어서 스승과 제자이자 절대적 조언 관계를 유지하는 두 사람의 만남은 보는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다소 무겁고 진지하게 느껴질 법한 설정을 캐릭터의 친밀감을 높여주는 설정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은 [더 크라운]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흥미 요소다.
하지만 [더 크라운]은 앞서 소개한 정치적인 요소보다는 가족 또는 개인의 자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에 더 가깝다.
현대 왕실의 모습을 담은 만큼 그들의 인간적인 부분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정서적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대중의 관심속에 살아가는 왕족인 만큼 끈끈한 유대감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들에게 주워진 막중한 책임 때문에 갈등할 수밖에 없다. [더 크라운]의 초반부인 1,2회는 아버지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 2세의 부녀간 이야기를 친숙하게 다루며, '계승'의 의미와 가치를 정서적인 감동 드라마로 그려낸다. 어엿한 성인이 된 20대 숙녀가 어느순간 제국을 책임지게 되는 권력자가 되는 이후의 이야기는 '성장기'에 가깝다.
엘리자베스는 정치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왕에서 폐위된 삼촌과의 관계 정리와 스캔들로 왕실의 명예를 더럽힌 여동생과의 관계에서 갈등 하게 된다. 여기에 남편 필립과의 로맨스와 갈등도 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과정을 통해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게 되고, 갈등과 딜레마 속에 자신을 희생하며 여왕으로서의 권위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 한다. 권력은 유지되지만 그 대가는 참담하다. 왕관이 만들어지는 형이상학적인 장면을 담은 드라마의 오프닝이 말해주듯이 왕의 권위에는 치열함과 아픔을 동반한다.
권위와 가족의 가치 속에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흥미로운 동시에 안타까운 감정을 전해주기에, [더 크라운]은 이러한 감정적 요소를 매회마다 다루며 긴장 요소와 드라마를 적절하게 적용하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왕족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한다.
그러한 딜레마가 담긴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품위 있는 지배자가 된 지금의 여왕은 대단한 인물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지도자 또한 이러한 패기와 가치를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더 느껴진다.
[더 크라운] 시즌 1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독점 방영되고 있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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