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씽:사라진 여자]의 엄지원 "나는 스릴러 매니아! 스릴러는 언제든 환영"
16.11.24 13:20
[미씽:사라진 여자](이하:[미씽])에서 잃어버린 딸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인공 지선을 연기한 엄지원을 만났다. 제작보고회 당시 당찬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던 그녀는 인터뷰를 하기로 한 삼청동의 카페에서 선글라스를 쓴 채 여유롭게 따뜻한 햇빛을 만끽하고 있었다. 영화 내내 뛰어다니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혼란스러운 내면을 연기했던 애처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을 정도로 그녀의 여유로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스스로 '스릴러 매니아'라 자부할 정도로 이번 영화 촬영을 재미있게 즐겼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의 흥행에 대한 걱장반 기대반 하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자신을 비롯한 모듯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함께 고생한 흔적이 역력했기에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의 그러한 모습에서는 영화속 지선의 애절한 마음이 그냥 나온게 아니라는 걸 느낄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입답.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은?
언제나 그렇듯 긴장된다. 다른 분들이 어떻게 봤는지가 궁금하다.
-영화를 보며 가장 끌렸던 장면은?
만약 이 영화가 뻔한 모성으로 시작해서 극한의 위험을 불사하는 평범한 이야기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씽]은 내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한국적인 스릴러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는 스릴러가 아니지만, 소재부터가 새로웠고 일상적이었다. 워킹맘의 이야기와 그동안 몰랐던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여기에 한국 사회에서 여자라는 존재가 얼마나 많은 편견 속에 살아가는 캐릭터인지를 보여주는 이슈적 요소를 지닌 영화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무수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지연은 드라마 홍보와 기자들을 상대하는 일을 한다. 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보시니 어떠신가?
홍보팀 고생하는 걸 평소에도 보고 있어서 그들의 심경에 이해가 갔다. 그 때문인지 홍보팀 직원들에게 많이 감사하게 되었다. 아기는 없지만 나 또한 워킹 우먼이고, 집에서도 쉬지 않고 업무를 담당한 모습이 힘들어 보였다. 다시 일어나 일하는 장면들이 나의 일상하고도 많이 닮아 더욱 격하게 공감하게 되었다.
-영화가 시작부터 급격하게 달린다
사실 그게 좋았다. 시나리오도 그랬기에 재미있게 읽었다.
-싱글, 워킹맘에게 다소 가혹한 장면들이 많다. 직접 마주하면서 어떤 기분을 느꼈나?
싱글맘 보다는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우리의 일상적인 시선이라 생각한다. 그녀들도 누군가의 딸이었는데, 그런 편견 속에 '애 엄마'라는 차별을 당한다. 경찰에게 이야기해도 경찰에게 무시당하는 장면과 돈의 논리에도 밀리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것은 우리 사회의 편견 속 시선이라 생각한다. 싱글, 워킹맘에게 가혹하기보다는 이 사회가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싶었다. 근데 이런 이야기 하니까 우리 영화가 사회 고발물 같네. (웃음)
-최근 영화 출연작을 보면 의외로 엄마 역할을 많이했다. 본인의 선택인가?
[소원]의 경우 이야기가 좋았지만, 연기하는 데 있어 자신이 없었다. 나는 약간 이상주의적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 작품 속에서 우리가 현실 속에서 외면한 문제들에 대해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원]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아이와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상업적으로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이란 점에서 자신은 없었지만 참여하고 싶었다. [더 폰]의 경우에는 엄마역을 또 한다해서 긴장했는데, 스릴러물이라 해서 꼭 해보고 싶었다. 내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한다 (웃음) 그 때문에 [미씽]은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각본이 재미가 이었고, 사회적 메시지도 지니고 있어서 하고 싶었다. 내가 연기한 세 엄마는 다른 의미와 개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함께 출연한 김희원, 김선영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희원 오빠는 과거 [스카우트]라는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다가 알게 된 사이였다. 이번 작품에서 오래간만에 만나 너무나 반가웠다. 희원 오빠는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를 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오빠는 그 역할에 적역이었다. 선영 배우님은 그 당시 [응답하라 1988]을 찍고 계실 때였다.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실제 촬영장에서도 연기를 너무 재미있게 하셔서 스태프와 출연진 모두가 좋아했다.
-그에 비해 본인이 맡은 지선은 너무나 외로운 캐릭터였다. 힘들지 않았나?
힘들었다. 지선은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하지 않나. 그리고 납치된 딸에 대해 여러 불안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지선은 드라마틱한 인물이라기보다는 한가지 선과 개성을 유지한 성격의 인물이라 생각해 굉장히 어려웠다. 그 때문인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힘든 장면이 많았겠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바다 수중씬이 가장 힘들었더라. 어렵다 해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때에는 내가 연기하지 않았지만, 몇 번의 스킨스쿠버팀이 동원해서 고생하는 걸 지켜봤다. 게다가 그 촬영씬은 연습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기해야 했다.
-그런가? 어째서?
너무 어려운 장면이라 수중씬을 CG로 표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촬영날 까지도 결정을 못내렸다. 결국 진짜 물에 들어가기로했다. 근데 생각보다 효진이와 내가 수중 연기를 잘해서 신기했다. (웃음) 효진이는 스킨스쿠버 자격증이 있어서 문제없었고, 나도 간접적으로 스킨스쿠버를 경험한 적이 있어서 걱정했던 것보다 너무 잘했다. 그 날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이해영 감독님이 구경하러 오시다가 내 수중 연기를 보고 감탄하시더라. "[경성학교]때 시킬걸" 이러면서 (웃음) 촬영이 끝나고 나서 저체온증이 생겨서, 영화사에서 큰 빨간 대야에 따뜻한 물을 담아줬다. 효진이랑 함께 그 대야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웃음)
-지선은 딸을 잃어버린 다급한 순간에도 침착한 모습을 보여준다. 단서를 잡고 꼬리를 무는 장면은 여느 형사 탐정 못지 않게 추적을 잘한다.
맞다. 사실 그게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일개 엄마가 형사들이 못하는 추리와 추적을 잘하는 게 말이 안 될것이다. (웃음) 그래서 이 부분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 고민했다. 지선은 쿨한 면도 있지만 평정심을 가진 인물이어야 했다. 자기의 아이가 납치 되었으니, 어떤 행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수 있다. 그 때문에 지선은 형사들 못지않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불안정함도 함께 갖고 있다. 그래서 지선은 참 어려운 캐릭터다.
-물컵을 사용하는 섬세한 씬같은 감독님의 연출력이 돋보였다.
나도 그 장면을 좋아한다. 물컵이 가져다준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 과정은 섬세하고 좋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통하는게 많았을것 같다.
그렇다. 여자 감독님이다 보니 통하는게 많았다. 기본적으로 남성과 여자의 대화는 다르다. 남성은 현안을 여성은 감성을 담아내려 한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감독님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작품이었던 것 같다.
-다은이와의 호흡은?
너무 잘 맞았다. 너무 귀엽더라. 아기가 중요한 역할이기에 이 아기와의 호흡이 중요했다. 아기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다은이가 잘 울지 않아 좋았다.
-공효진이 어색한 한국어와 유창한 중국어 연기가 낮설었을 것이다.
효진이는 오히려 자신의 중국어 대사를 더 걱정했다. 그래서 나는 한국말 연기나 걱정하라고 했다. (웃음) 효진이의 중국어는 전담 중국어 선생님의 발음과 억양을 따라 하도록 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타케팅이 조선족에게 맞춰지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지나치게 조선족에게 맞춰지게 연기하면 그 또한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효진과는 기본적인 친분은 있지 않았나?
효진이와는 작품을 통해서 더 가까워졌다. 한매와 지선도 자매처럼 편안한 느낌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을 맞춰야만 했다. 여자 여자 영화는 힘들다는데 우리 모두 파이팅 해보자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게 많았다.
-중국어 연기 외에도 상대 배우인 공효진을 보며 감탄한 것
아무래도 점. (웃음) 효진이 얼굴의 점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점을 진짜 많이 찍었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 점이 있었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그게 콤플렉스여서 크면 점을 뺀다. 근데 중국인들은 점을 빼지 않는다고 한다. 그걸 보며 외모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 참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배우에 대해서 좋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효진 남편을 연기한 배우분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정말 그렇다. 틱장애 연기까지 하는 장면이 너무 리얼했다. 사실 그게 시나리오에도 없었던 장면이었는데, 그분이 그렇게 해석 했다는게 너무나 놀라웠다. 그분이 그런 불꽃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내 자신에게도 자극이 되더라. (웃음)
-[더 폰]에서도 그렇고 이번 영화에서도 직접 사건을 해결하는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단독 여주인공 스릴러물에 대한 욕심도 부려봐도 되지 않을까?
당연히 하고 싶고, 환영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스릴러물을 정말 좋아한다. 사실 멜로보다 더 좋아한다. (웃음) 이야기가 재미있다면 언제든 출연할 의사가 있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스릴러 영화는?
[디 아더스][오펀:천사의 비밀] 그리고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오픈 유어 아이즈] 이런 류의 영화들을 좋아한다.
-감정 연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푸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으신가?
그런게 배우들에게 정말 필요하다. 헐리웃 스타들은 정신과 의사들이 따로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소원][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더 폰]을 찍으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원래 건강한 편이었는데, 몸이 많이 상해 놀랬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여행을 떠나며 스트레스를 푼다.
-이제 곧 [마스터]도 개봉할 건데, 정말 열일하고 있다. 조금 쉴때가 되지 않았나?
그렇다. 몸이 많이 안 좋아져서, 좀 쉬어야 겠다.(웃음) 그렇게 말하고 조만간 또 인터뷰 하러 오겠지? (웃음)
-98년 이후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해왔다. 연기하면서 본인의 연기관이 변했다거나, 영화계가 많이 변했다고 느껴지실 때는 언제인가?
연기는 언제나 성장하고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내 성장에 따라 나만의 필모그래피가 생기는 건 당연할 것이다. 영화계도 많이 변했다. [똥개] 개봉 당시만 해도 충무로, 종로의 영화관에서 VIP 시사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대형 영화관에서 시사회를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제작자가 우전이었는데 지금은 배급사가 더 우위에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 점을 보면서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지금 뉴스를 보면 시국이 좋지 않다. [미씽]은 지금 관객에게 선택하기 어렵지 않나?
나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이다. 영화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국이 참 걱정이다. 빨리 안정적으로 잘 되어서 국민들도 즐겁게 우리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이번 일로 반성을 많이 했다. 왜 정치에 관심을 두지 못했는지, 그리고 외면했는지 후회를 많이 했다. 우리는 알고 선택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다하고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는 우리가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 같다. 아무튼, 하루속히 시국이 안정되고 우리 영화 [미씽]도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한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11월 30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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