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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씽] 이언희 감독 "엄마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보일까 두려웠다."

16.12.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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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사라진 여자](이하:미씽)의 이언희 감독을 만나고 싶었던 건 최초 공개된 티저 예고편의 섬뜩함 때문이었다. 과연 어떤 연출자 이기에 평온한 일상의 화면에서 섬뜩한 기운을 만들어 내는 재주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는 만나고 싶은 이유가 바뀌었다. 스릴러 적인 재미보다는 영화가 말하고자 한 두 여성에 대한 이야기와 감정이 남성인 본 기자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 너무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순도 높은 스릴러 속에서 두 여성의 처절하면서도 애절한 이야기를 시종일관 밀고 나간 이언희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짧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미씽]의 숨겨진 비화와 연출 의도에 대해 듣게 되었다. 


-전작과 달리 스릴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다들 내가 스릴러를 선택하니 의아해하더라. 원래부터 스릴러를 좋아했다. 작품을 위해 책 일흔 다섯 권을 읽었는데, 그중에 일흔 권이 스릴러물이다. 기본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와 상업적인 기준에서 이것을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 점에서 이번에는 스릴러 영화가 가장 애착이 갔다. 물론 특정 장르에만 구애받지 않는다. 


-모성애적인 감성과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계기는?

사실 그 작업이 가장 애매한 부분이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라 엄마들에게 욕먹을까 봐 걱정했다. 친구 중에 아이 엄마가 있어서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줬더니, "너가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하냐?"라고 의아해하더라. 그래서 작업할 때 마다 그 친구를 비롯해 내 주변의 아이 엄마와 같은 여성들의 조언을 적극 구하려 했다. 시사회 끝나고 뒤풀이 할 때 한 어머니 관객분이 "어떻게 엄마들의 이야기를 잘 그렸느냐고 칭찬해 주시더라. " 너무 무서웠는데, 그 반응이 너무 고마웠다. 


-초기 한매역은 원래 공효진 씨 때신 중국 배우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들었다. 

중국 배우도 있었고, 신인 여배우도 검토되었다. 배우 자체보다는 한매라는 캐릭터가 우선적으로 드러나야 하는 작품이었기에, 그 부분을 고려하며 캐스팅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공효진씨로 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 


-보모를 중국인으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어느 날 조선족을 소재로 한 '도시괴담' 종류의 시나리오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릴과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는데,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우리 모두 이방인에 대한 기본적인 공포심을 갖고 있는것 같더라. 중국인 보모를 설정한 것은 바로 그런 우리 안에 있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긴장감을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미씽]은 그러한 국적인 요인을 비판하는 작품이 아니다. 나에게 한매의 국적은 명확하지 않다. 그녀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배척당한 불쌍한 캐릭터다. 처음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조선족 출신 지인에게 시나리오를 먼저 보여줬는데, 처음에는 화를 내시다가 나중에는 공감하게 되셨다. 그분도 한매처럼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이방인 취급을 당하며 어울릴 수 없었던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한매는 그러한 소외당한 이방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다. 


-두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 되었나?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지원 씨는 스릴러여서 바로 연락했으며, 효진 씨는 시나리오를 다 읽자마자 바로 연락을 줬다. 이건 참 드물더라. (웃음)


-주제관을 떠나 사람들이 긴장감 있게 볼수 있게 이야기를 촘촘하게 연출한 추적극이 볼만했다.

그렇게 봐주었다니 다행이다. (웃음) 처음 제작에 들어 깔 때 프로듀서님에게 "[미씽]은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여자들의 감성이 우선이었으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르에 충실한 작품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재미있으면서 의미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랬다. 연출 할때도 그 부분에 많은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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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이 침착하게 단서를 쫓아가는 순간이 인상적이지만, 경찰이 아닌 평범한 주부가 집요하게 추적하는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최초 설정이 지선이 기자 출신이라는 거였다. (웃음) 하지만 지선이 단서를 잡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성격 보다는 엄마의 절박함과 같은 모성애적인 요인이 우선이었다고 본다. 


-엄지원 씨는 이 영화 때문에 나중에 탐정, 스릴러물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지원 씨와 효진 씨가 나중에 코미디물을 함께 했으면 한다. (웃음) 촬영장에서 두 분은 모두를 웃기게 하는 만담 콤비였다. 


-하이라이트인 수중장면은 양수 속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맞다. 내 의도를 잘 파악해 주었다. (웃음) 사실 편집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 안은 물속이지만 자궁 안의 모습일 수도 있다. 두 사람은 모든 게 다르고, 다르게 시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둘이 공통점을 찾고 한 인물처럼 되어가게 된다. 그러한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추척 스릴러의 형태 속에 두 여성의 공감과 정서를 부각하는 과정도 좋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용의자일 수도 있는 그녀에게 그런 공감을 느낀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질문을 많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쓰다 나도 그런 고민이 많이 들었다. 내가 아직 엄마도 아닌데 이 부분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 그럴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행히 배우들이 연기로 잘 표현해 줬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그려진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섬뜩한 스릴러물인데도 공감, 구원의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맞다. 그 부분도 의도한 거였다. (웃음) 촬영을 하면서 제작진끼리 그 부분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를 공감의 영화로 그리고 싶었다. 지금도 우리 사회가 여러 갈등과 대립의 위치에 놓여있지 않은가? 나는 그러한 갈등 요인들이 공감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로 그리고 싶었다. 


-물컵씬 같은 섬세한 미장센도 인상적이다

여자 감독에게 꼭 나오는 표현이더라.(웃음) 나쁘지는 않다. 나로서는 특별하게 표현한 게 아니었는데, 관객들에게 특별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럼 우리가 포착하지 못한 또 다른 섬세한 장면과 설정이 있었나?

있다. (웃음) 지선이 딸을 찾아 나서다가 어떤 공간에서 엑스트라로 등장한 한 남성이 위아래로 훑어보는 장면이다.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공감적으로 느낄수 있는 장면으로, 사회에서 경험하게 되는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선을 반영한다. 이 장면은 과거 경험했던 일들이 생각나서 표현할 수 있었다. 감독 일을 처음 하게 된 프로덕션 회사에서 근무했을 때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회사의 경비 아저씨가 남자 직원들에게 이야기하기 불편하셨는지, 유일한 여자였던 나에게 계속 전화해 자동차 주차와 같은 여러 잡다한 일들을 나에게 이야기 하시는 거였다. 영화제 때문에 파리에 있는 와중에도 전화하셔서 많이 놀랐다. (웃음) 심지어는 영화 파티 현장에서 초대받은 한 손님이 나를보고 "커피 좀 달라고 말하시더라. " (웃음) 아마도 내가 그 당시에 많이 어렸으니 직원으로 착각하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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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유괴 ,가짜 신분증 같은 현실적인 설정 때문에 한편의 도시괴담을 보는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걸 갖다붙일 생각을 하셨나?

당연히 이런 것들은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보면 따라오는 것들이다. 내가 설정해도 설정 안 한 장면들이 바로 나오게 되더라.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야지 라기 보다는 의도하지 않게 추가되고 그랬다.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사회 범죄에 쉽게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기복이 심해서 많이 체크했을 것 같다. 그 부분은 어떻게 관리했나?

사실 내가 관리를 당했다. (웃음) 엄지원 씨는 매일 촬영 전날 계속해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다. 각본에 관련해 논의하고 이야기하며 다음 연기 부분에 대해 많은 걸 나눴다. 그때 정말 고마웠다. 감독인 내가 모든 걸 다해야 하니 체력적으로 많이 딸릴 수 밖에 없다. 


-남성 관객 입장에서는 일관적이고 단순한 남성 캐릭터 설정이 아쉽게 느껴질것 같다.

일관적이기보다는 이용당했다고 보는 게 옳은 것 같다. (웃음) [어깨너머의 연인]에서 이미연의 불륜 관계로 등장한 김준성 배우는 자기 캐릭터가 너무 억울하다고 말하며 자신의 사연을 넣어달라고 했다. 그래도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어깨너머의 연인]이 두 여자의 이야기였듯이, [미씽]의 경우는 지선과 한매가 주인공인 영화다. 내 영화 속의 남성 캐릭터들이 다소 안타깝게 보일 수 있지만 작품을 위해서는 희생당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 지선의 남편 캐릭터에 애정을 품고 있다. 영화상 나쁜 인물로 비춰져 있지만, 남편의 입장에서 돌아봤을때에는 지선이 나쁜 여자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 워킹맘의 애환, 결혼 이민의 비극을 담았다는 점에서 영화가 갖고 있는 배경이 의미심장 하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

워킹맘이라 해서 다 같은 워킹맘이 아니고, 외국인 노동자라 해서 다 갖지 않다. 사람은 어떤 커다란 특성만 생각하게 되면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개개인, 서로에 대해 다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영화를 통해 다름에 관한 이해관계를 말하고 싶었다. 


-만약 한매의 행동이 '악의적'이었다면, 수정했을 것인가?

현재 구상중인 작품이 절대악의 성격을 지닌 여자에 관한거다. 그것도 권력을 가진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웃음) 아마 수정을 안할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다. 결국 지금의 [미씽]과 비슷한 맥락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악(惡)에도 양면성이 있다고 보는가?

알고 나면 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쁜 건 나쁜 거다. 공과사는 구별이 되어야만 한다. 최근 도서관에서 사이코패스에 관한 강의를 들은적이 있었다. 강사분이 말씀하시길, 사이코패스에 대한 개념이 얼마 안 됐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에 등장한 것도 90년대 이후라 한다. 결국 그들에 대한 의미도 더 달라질 거라 본다. 사람을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와 궁금증이 내가 무언가를 하게 되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미씽]은 모성에 대한 그러한 양면성에 관한 이야기다. 


-감독님 영화에는 여성적인 테마가 살아있는 것 같다. 각본작인 [고양이를 부탁해]는 성인이 된 여성들의 고민을, [...ing]는 사춘기 소녀의 연애를, [어깨너머의 여인]은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사랑과 우정을 담았다면 [미씽]은 조금 남다르다.

그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내 인생이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싶어 해서 그런 것 같다. 


-남자 이야기도 기획 중인가?

그렇다. 그 전에 시나리오 쓴것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 캐릭터를 더 좋아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글로 쓴 각본과 다르게 현장 분위기와 사람을 만나며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영화만이 가진 장점이라 생각한다. 나는 좀 남들의 조언을 많이 듣는편이다. 감독으로서는 다르게 느껴져야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업이 재미있었다. 전부 똑똑한 사람들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절찬리 상영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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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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