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판도라] 문정희 "우리 영화는 지금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16.12.08 19:42
문정희에게 이번 [판도라]는 두 번째 재난 영화다. [연가시]의 가상의 재난을 사실적인 공포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열연이 아니었으면 표현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판도라]에서 그녀는 [연가시]처럼 재난의 현장서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되는 피난민의 역할을 맡았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며느리인 정혜를 분해 위기의 상황 속 여성이 보여줄 수 있는 모성애를 감성있게 연기한 만큼, [판도라]는 그녀에게 있어 매우 고된 작업이엇을 것이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녀는 지금의 시의적 상황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아무래도 [판도라]가 작금의 현실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그녀 또한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변하기 희망하는 소시민의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기 잘 봤다.
이번에는 내가 별루 한 게 없다. (웃음) 박정우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했고,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어서 이 부분에 꼭 일조하고 싶었다. 김명민 선배도 합류한다 해서 [연가시] 이후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아 기대됐다. 대신 그분은 청와대에 계시고 나는 피난 중이라는 게 달랐다. (웃음)
-영화를 시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려는 시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막는다 해서 안 되는 거 아니지 않나? (웃음) 1년 전 편집본을 봤을 때는 순수하게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 완성본은 각종 사회적 문제들이 훨씬 체감되어 있다. 그렇게 안보려 해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담은 되지만, 영화가 말하는 현실이 지금의 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영화를 잘 봐주셨으면 한다. 우리 영화가 감정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회적 현실을 분명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사이다 같은 면도 있다. 함께 울고 웃는 부분들이 많아서 억눌린 관객분들에게는 감성적인 요소로 다가올 것이다.
-영화 찍으면서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이번 영화는 장소 이동을 많이 했다. 부산, 춘천을 왔다 갔다 했으며, 먼지와의 싸움이 유독심했다. 피폭 된 이후 피난을 떠나는 거기 때문에 제작진이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먼지와 톱밥을 선풍기에 뿌렸다. 피난팀, 복구팀 모두 고생했다.
-피난팀에는 세대별을 상징하는 여배우분들이 함께 있어서 에피소드가 많았겠다.
결과적으로 훈훈한 만남이었다. 김영애 선배님하고는 영화 [카트]에서의 인연이 있어서, 내가 선배님께 이번 영화 출연을 제안했다. [카트] 당시에는 배우란 무언인가 생각하며 연기인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때 나보다 나이가 어리고 젊은 주현이를 보면서 많은걸 느꼈다. 주현이 에게는 열정을, 영애 선배님에게는 노련함을 배웠다고 할까?
촬영이 시작할 때는 우리 모두 비장하게 시작했다. 박정우 감독님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서 내가 두배우와 감독님 간의 조율자 역할이 되었다. 주현이가 쉽게 적응할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었고, 영애 선배님에게도 많은 정보를 드렸다. 극 중 영애 선배님과 고부간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했다. 정혜는 아들을 지켜야 하는게 우선이기에 고부간 갈등이 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 장면을 대사로만 처리한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세대 간 갈등에 대한 코드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열심히 임했다. 선배님은 대사만으로도 존재감이 크시더라. 너무나 대단하다고 느꼈다. 애타는 엄마이자 강한 엄마의 모습을 다 보여주셔서 존경스러웠다. 이번 영화를 통해 김영애 선배님의 많은 장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영애 배우와의 케미가 큰 것 같다.
그렇것 같다. 케미라는게 있는 것 같다. 먼 거리 이동하며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최선을 다하신 모습을 보고 다시 배우란 무엇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화해하게 되는 장면에서는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나오더라.
-[연가시] 이후 두 번째 거대 재난 물이다. 그 때문에 재난에 대한 가치관에 크게 변화를 느끼게 되지 않았나?
감독님이 준비한 자료를 봤을 때는 이거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우리 영화가 원자력에 대해 비판하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더 조사하자는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안전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원자력 같은 위험한 정보는 국민들에게 더 공유해 주었으면 한다. 위험한 걸 숨기니까 답답해하지 않은가? 그 점에서 우리 영화가 부정적인 보다는 좀 더 유익하게 다가왔으면 한다.
-연이어 재난 물에 출연한 게 진짜 재난이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될까?
글쎄, 재난이 생기면 내가 연기했던 트라우마 적인 것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난 물에 출연하게 되어서 그런지 진짜 재난에 대해 더 예민해졌다. 그래서 예전에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바로 느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식탁 밑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대처 방식이다. (웃음)
-완성된 시나리오를 마주했을 때는 어땠나?
사실 주변에서 만류했다. 피난 신이 [연가시]와 많이 겹쳐서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 주제도 '원전' 이야기이다 보니 무겁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메시지가 좋았기에 꼭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가진 주제의 파급력이 커서 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게다가 박정우 감독을 믿었기에 이번 영화에도 나름의 발전이 있을 거라 믿었다. 재난 영화는 다양한 인원과 스태프를 통제햐아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감독님이 훌륭하게 잘 통제하셨다. 그 부분은 칭찬을 해드리고 싶다. (웃음)
-재앙이 꼬리에 꼬리를 물 정도로 끊임없이 진행된다. 그 때문에 압박감은 느끼지 못했나?
표현해야 하는 걸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사고가 터지지 않나? 암담하고 더는 갈데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시나리오에는 그러한 단계가 있었다. 방사능이 몰려오는 장면이 시나리오에도 포함되었고, 촬영도 리얼하게 했기에 촬영장 전체가 재난이었다. 그 수많은 스태프와 세트 때문에 진짜 압박감과 재난 현장이 느껴지더라. 그 때만 생각해도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계산하지 않아도 현장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영화적 코드가 국내 현시국과 닮은것 같다
'아니오' 라고 할수 없겠지만, 우리 영화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가족 영화로 봐줬으면 한다.
-정인기, 백도빈 배우님도 나왔다고 하더라.
정인기, 백도빈 배우처럼 구조대로 나온 배우분들이 극 중 구조대원이셔서 마스크로 인해 얼굴이 가려져서 안타깝더라. 그래서 그분들의 연기가 너무 감사했다. 그 덕분에 구조대와 같은 우리 사회를 위해 힘써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배우분들께 감사드린다.
-요즘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수라] [범죄와의 전쟁]같은 남자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여자들의 영화도 나왔으면 좋겠다. 어떤 감독님이 [판도라] 뒤풀이 때 이런 말을 하시더라. "남자 여자가 데이트를 해도 여자에게 선택권이 있기에 남자 영화들을 보지 않겠냐?" 그렇기에 그런 영화들이 많이 극장으로 올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여자 배우들과 여자 캐릭터가 많이 부각되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나 또한 좀 더 멋있는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하고 싶다.
-이번에 개봉한 [미씽:사라진 여자]처럼 근래 한국 영화가 워킹맘, 싱글맘에 대해 다루는 중이다. [판도라]의 정혜도 싱글맘 이지만 그것과 달리 전통적인 위치에 놓인 싱글맘 같다.
우리 가족 자체가 좀 특별하다. 시어머니, 도련님이 산다. 거기에 아이도 있다. (웃음) 하지만 여기에 사연이 있다. 남편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다 피폭당해 사망했다. 그리고 사실 시나리오상 정혜는 서울 여자다. 아마도 이 여자는 아이가 크면 서울로 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아무래도 부모 욕심이라면 아이를 좀 더 좋은 곳에 가서 키우고 싶은게 상식이지 않은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고 대립하게 되지만, 아이를 잃고 나서 시어머니와 정혜의 관계가 회복대는 부분에는 모성애가 부각된다. 내가 아까 말한 여성에 대한 부각적인 코드가 바로 이것이다. 모성애는 여성성을 나타내주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코드다. 섹시함과 성적인 도구로 어설프게 여성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지금의 여성을 특별하게 다루는 방식이 더 좋다고 본다. 그래서 [미씽:사라진 여자]도 참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주말 집회에도 나가셨던 거로 알고 있다.
(웃음) 내가 무슨 사회적 목소리를 내고 싶다기 보다는 나 또한 소시민으로서 내 의견을 내고 싶었다. 모든 국민이 어떤 마음으로 나오는지 알겠더라. 역사의 순간이고 해서 지나가면 안될 것 같았다. 현장에서 느끼는건 우리 국민은 대단하다라는 거였다. 우리 사회가 소통적인 면에서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판도라] 또한 그러한 메시지를 지닌 좋은 영화다.
[판도라]는 현재 절찬리 상영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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