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리뷰:신카이 마코토 감성 애니의 최고봉 ★★★★★
16.12.20 18:40
[너의 이름은,2016]
감독: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줄거리
천년 만에 다가오는 혜성 기적이 시작된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는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꾼다. 낯선 가족, 낯선 친구들, 낯선 풍경들… 반복되는 꿈과 흘러가는 시간 속, 마침내 깨닫는다. 우리, 서로 뒤바뀐 거야? 절대 만날 리 없는 두 사람 반드시 만나야 하는 운명이 되다. 서로에게 남긴 메모를 확인하며 점점 친구가 되어가는 ‘타키’와 ‘미츠하’ 언제부턴가 더 이상 몸이 바뀌지 않자 자신들이 특별하게 이어져있었음을 깨달은 ‘타키’는 ‘미츠하’를 만나러 가는데…
남녀의 자아가 '체인지' 되는 설정의 작품들이 그렇듯 시작은 다소 선정적(?) 이었다. 사춘기 소년, 소녀의 성(性)적인 호기심으로 시작되지만, [너의 이름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운명적 만남의 종지부를 아슬아슬하게 끌고 나가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제목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인상적인 여운을 되씹게 만든다. [별의 목소리][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초속 5센티미터][언어의 정원]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감성의 묘미를 전달한 신카이 마코토는 신작 [너의 이름은]을 통해 자신이 구축한 감성 애니메이션 세계의 정점을 찍었다.
여타의 장르물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자아, 영혼 체인지'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어서, [너의 이름은] 이를 활용한 유머와 상황을 통해 기본적인 흥미를 돋우워 준다. 그렇다면 이 애니는 이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만들었을까? 당연히 아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체인지'라는 운명적 상황속에서 두 남녀가 교감하고 결국에는 기적과 같은 '만남'의 순간을 이뤄내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 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설렘의 여운, 서정성이 담긴 모험이 있으며, 운명을 거스르는 기적의 힘이 담겨있다.
전체적으로 깊은 여운이 담긴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디테일한 그림체가 가져다주는 진수다. 영화의 컷과 미장센을 보는듯 한 화면 구성을 유지한 가운데,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가 살고있는 도쿄와 시골 마을의 건물과 자연 배경은 실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대표적인 상징적 요소인 시골집과 전철의 미닫이문이 동일하면서도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닌 것처럼, [너의 이름은] 시골과 도시가 지니고 있는 공간적 배경을 영화적 미장센 장치처럼 적절하게 적용했다. 도시적 정서를 상징하는 스마트폰과 시골 마을의 정서를 대표하는 전통 문화 '무스비'(매듭)는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현실감과 신비감의 묘미를 극적으로 높여주는 정서적 장치다. 시골이 이들의 만남을 이뤄지게 하는 기적과 신비의 장소라면, 도시는 이들의 애틋한 교감과 아슬아슬한 숨바꼭질이 이뤄지는 곳이 된다.
이러한 전통문화와 토속 신앙을 이야기에 활용하는 부분이 이상하리만큼 부럽게 느껴졌다. 그만큼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활용하는 스토리텔링을 지녔다는 것은 그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너의 이름은] 소재상 현대적이지만, 일본적 전통성이 진하게 담겨 있는 묘한 여운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어쨌듯, 이러한 캐릭터의 움직임부터 도구, 주변 배경의 모든 것이 관객을 향해 말을 거는 듯한 정서적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도시와 시골의 극과 극 묘사에 신비감을 더해줘,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일본 도쿄와 시골 마을을 마치 가본 듯한 장소로 느껴지게 하는 '즐거운 착각'을 선사한다.
이렇듯 완벽하게 완성된 배경만큼,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이야기의 활용도 남다르다.
서로의 자아가 바뀐 상황에서 보여주게 되는 남녀 간 다른 움직임은 웃음과 함께 의외의 섬세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서로의 몸속에 들어간 남녀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되자, 주변인들은 그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보기 마련이다. 다음날, 자신들의 변화된 행동을 주변인들에게 듣게 된 타키와 미츠하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노트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 메시지를 남기며 티격태격하다 일상에 적응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성별이 바뀌게 된 캐릭터의 특이한 행동과 그를 통한 소통과 교감의 주제는 [너의 이름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전개 방식이자 작품이 지닌 대표적인 흥미포인트다. 유머 가득한 코미디와 공감적인 십 대 드라마의 정서를 오가는 가운데, 결국에는 설렘 가득한 로맨스로 이어진다. 하지만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신비감 가득한 정서가 말해주듯이, [너의 이름은] 후반으로 흘러가면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나간다.
남녀간 성별이 바뀌게 되는 상황을 극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장르적 변형을 하게된다. 이야기의 긴장감과 흥미를 높여주는 과감한 시도인 동시에 영화의 제목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듬으로써 다시 한번 특유의 강렬한 정서를 전달한다. 그 정서에 완성에는 특유의 아름다운 그림체와 작품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신나고 서정적인 OST 음악이 함께 가세하게 되면서,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감각적인 감성을 더하기에 이른다.
장르적 변형과 과감한 시도 속에서 산만함의 위험에 빠지지 않는 유연한 연출력과 세밀한 편집은 어느 영화 못지않은 완벽한 완성의 정점을 찍게 된다. 절대로 만날수 없는 타키와 미츠하의 기적적인 교감과 소통이 말해주듯 [너의 이름은] 기적의 작품이자 그것을 믿는 우리안의 순수한 믿음을 발견하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너의 이름은] 2017년 1월 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시각효과:★★★★★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주)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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