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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리뷰: 김하늘의 파격변신이 돋보인 충격적이고 신선한 문제작 ★★★★

16.12.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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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2016]
감독:김태용
출연:김하늘, 유인영, 이원근

줄거리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는 자기 차례인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몹시 거슬린다. 기억조차 없는데 학교 후배라며 다가와 살갑게 굴지만,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우연히, 임시 담임이 된 반에서 눈여겨보던 무용특기생 재하(이원근)와 혜영의 관계를 알게 된다. 처음으로 이길 수 있는 패를 가진 것만 같은 효주는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 뺏으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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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회적, 윤리적 시각에 봤을 때 [여교사]는 대중의 시각에서 좋은 영화로 불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금기에 대한 도전성, 다양한 주제관, 내면 심리를 꿰뚫는 고도의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을 생각해 볼 때 향후 재조명될 2017년의 문제작으로 기억되지 않을가 싶다. 여성으로 대변되는 한 개인의 욕망, 질투와 같은 내면속 하위 개념을 공감 있게 그려내며, 사회적 모순과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여교사]는 오랫동안 화자될 문제작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성들이 주인공인 영화지만 [여교사]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 같은 정서를 강조하기보다는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정서를 우선시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묵직함을 대변하는 영화 속 남성들을 다르게 표현한 영화만의 설정 때문일 것이다. 특정한 직업도 없이 효주의 집에서 바둥거리며 작품 하나 완성시키지 못하는 소설가 남자친구(이희준), 동료 여성에 대해 적나라한 뒷담화를 나누는 남자 교사들, 그리고 여성의 부드러움을 대신하며 두 성인 여성의 마음을 흔드는 '남성 롤리타' 재하의 존재가 대표적이다.

남성 성(性)과 여성 성(性)이 뒤바뀐 듯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 효주는 두 개의 성(性)을 동시에 갖춘 특별한 존재로 그려진다. 갑과 을의 관계가 확실히 정의된 학교 사회의 절대적 을인 기간제 교사지만, 독립적이면서도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으며 그에 따른 외로운 정서를 지닌 존재다. 반면 재하에 대한 마음을 드러내는 부분과 그로인한 질투적 면모는 여성 특유의 욕망 적 정서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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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는 효주라는 강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며, 그녀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과정과 그녀의 시각에서 그려지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긴장감 있게 담아낸다. 하나의 이야기와 주제관을 밀고 나가는 영화지만, 총 세 개의 사건과 상황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며 다양한 주제관을 밀집시킨다. 

재하를 통해 욕망을, 학교에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대학교 후배 혜영을 통해 질투를 느낀 효주는 우연히 혜영과 재하의 관계를 알게 된다. 첫 번째 상황은 효주가 혜영의 약점을 이용하게 되는 장면이다. 사회적 지위와 위치로 봤을때 절대적 약자였던 효주지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괴롭히는 부분에서는 여성의 질투가 낳은 악녀적 본색을 드러내게 된다. 관객은 효주가 단순한 선역이 아닌 이중적 성격을 지닌 인물임을 깨닫게 되고, 그녀의 다음 행동을 지속적으로 주목하게 된다. 여기에 입장차로 인해 뒤바뀐 갑과 을의 관계는 사회적 지위가 아닌 인간이 지닌 위선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메시지를 갖고 있다.   

두 번째 상황은 효주가 재하에게 서서히 다가가게 되는 대목이다. 욕망 적 라이벌인 혜영을 제친 효주는 재하를 제자의 장래를 돕기위한 스승의 위치에서 접근하게 되지만, 재하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둘의 관계는 묘하게 흘러가고 급기야는 금기를 넘어서는 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다소 윤리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대목이지만, 영화는 이 논란을 활용하기보다는 욕망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인간 성인 여성이 지닌 심리적 변화에 주목한다. 탄탄한 신체, 잘생긴 외모, 십 대 답지 않은 어른적인 마인드는 일상에 지치고 외로움을 느끼는 효주의 마음을 흔들리기에 충분했다.   

김태용 감독은 인간이 금기를 넘어서게 되는 관점을 다루기보다는 그럴수 밖에 없는 내면적 이유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효주의 행동에 동의할수 없어도 공감하게 만듦으로써 인간이 위험을 무릅쓰고 욕망에 다가서려는 '충실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그로 인해 격정의 멜로와 변화된 효주의 심리를 부드럽게 다루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사이 세 번째 대목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적 상황을 만들며 이야기를 극단으로 몰고 가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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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서 갑이 된 것 같은 효주가 결국에는 절대적인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제시하며, 자본 사회의 인간 관계와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룬다. 악녀이자 욕망의 화신 같았던 효주가 다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대목으로, 현실 앞에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슬픈 현실을 잔인하게 다루고 있다.  

욕망의 이야기가 다시금 공감의 이야기로 바뀌게 되는 이 부분에서 이상하리만큼 [달콤한 인생]과 최근 개봉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후반부가 생각나는 건 아마도 [여교사]의 후반부가 인간 내면적 상처와 사회적 비판과 풍자를 동시에 다뤘기 때문일 것이다. 선역과 악역은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 인간 군상들이 모인 세계에서 효주 같은 인물은 차라리 순수한 사람이 아니었겠느냐며 공감함게 하는 대목이다. 

복잡한 인물의 심리 묘사 속에 드라마, 로맨스, 스릴과 서스펜서 장르를 절묘하게 결합하며 말하고자 한 주제와 메시지를 모두 담아낸 김태용 감독의 연출력이 [거인]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96분의 짧은 상영 시간에 불구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산만하지 않게 분명하게 담아낸 각본과 편집 또한 크게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박수를 받아야 할 주인공은 로맨스 여신의 타이틀을 벗고 한 인간이자 여성의 욕망을 세밀하게 연기한 김하늘의 파격 변신과 공감 있는 연기의 힘이다. 이 영화로 그녀만의 새로운 가능성과 변신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입지를 넓히게 될 그녀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녀의 질투와 욕망을 뒷받침한 유인영, 이원근의 활약 또 한 유심있게 봐야할 부분이다. 

[여교사]는 1월 4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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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라멘트픽쳐스/(주)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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