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부 모두가 죽다! '국가적 위기'상황에 리더가 된 평범 男 [지정 생존자]
16.12.26 13:55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
대통령 취임식 혹은 국정연설 기간 등 대통령, 부통령, 최고위 관료들이 불가피하게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 생사의 경우 한 사람을 지정하여 불참하게 한다. 미 정부의 내각 부재에 사용되는 정책으로 혹시라도 있을 테러나 그 외의 사고로 대통령직 승계 우선 순위자들이 모두 사망할 시를 대비하여 대통령 권한을 맡을 사람을 지칭한다.
후드티를 입은 한 남자가 자신의 아내와 워싱턴의 한 안전 가옥에서 편하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남자는 TV에 나오는 대통령이 국회 행사에서 연두교서(미국 대통령이 매년 1월 셋째 주 의회에 설명하는 정책)를 유심히 듣고 있다. 평상시와 같은 연설이 이어질 거라 생각한 가운데 갑자기 화면은 암전이 되어버린다. 잠시 후 한 무리의 경호원이 들어와 남자와 아내를 대피시키려 하고, 남자는 대통령과 모든 고위관료들이 모여있는 국회의사당이 폭파당한 순간을 접하게 된다. 남자의 이름은 톰 커크만 주택 및 도시 개발 장관으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피해 있었던 지정 생존자 즉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대체 원이었다.
ABC 채널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 중인 [지정 생존자]는 폭탄 테러와 대통령과 정부를 잃게된 미국이 별 볼 일 없던 내각 각료가 대통령이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상황을 사실감 있게 담은 드라마다.
졸지에 대통령이 된 주인공 톰 커크먼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지도자라 하기에는 단점이 분명한 사람이다. 장관이라는 위치에 놓인 내각의 일원이지만 별볼일 없는 주택개발 부서에, 내각 서열에서는 하위권에 속해있으며, 사건 전날 사실상 좌천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빛을 보지 못한 불운한 인재였던 것일까? 전혀 아니다. 카리스마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이미지에 아내, 아들, 그리고 자기 비서의 등쌀과 요구를 마쳐주느라 바쁜 지극히 일상적이고, 우유부단한 아저씨다. 그의 유일한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좋은 남편, 가장이자 부하직원에게는 내성적이지만 착한 보스라고 해야할 것이다.
그만큼 인성에 있어 그 누구보다 올바르고 정의로운 사람이지만, 국가를 전복한 세력과 싸우고 50개가 넘는 주(州)를 통제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다. [지정생존자]의 흥미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하급각료가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 대통령이 되면서 그 스스로가 성장하게 되는 과정이 그것이다.
그의 대통령 승계에 불안감을 느끼는 모두의 시선처럼 톰 커크먼 그 자신도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감이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그는 서서히 변하게 된다. 쓰고 있는 안경을 바로 고쳐 쓰고, 대통령 전용 양복을 입으며 예전의 자신이 아닌 미국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서 진행되는 에피소드는 예상조차 하지 못한 국가적, 정치적 위기와 돌발상황으로 그의 지도력을 시험하는 하나의 과정들이다. 한 주지사는 그의 지도력에 의구심을 느끼며 사실상 주 독립을 선언하기에 이르고, 타국의 위협, 국회의사당을 폭파시킨 테러범들의 도발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 와중에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그에 대한 압박과 검증이 이어지게 되고, 평화로웠던 그의 가정을 위협하는 사건까지 발생하게 된다.
국내외적인 압박과 개인적 시련 속에서도 톰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으려 하고, 그로 인해 그 자신도 몰랐던 리더십과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초반 갑작스러운 위기에 당황함을 느끼게 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각료들과 분야별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위기를 하나씩 헤쳐나갈수록 커크먼은 유연한 리더십을 쌓게 되고, 그 자신만의 인성으로 자신의 주변인과 경쟁자 모두를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주며 유연한 대통령이 되어간다.
좋은 아빠, 남편 가장이자 착한 보스였던 그였기에 그의 평소 인성은 두려움에 빠진 미국인들과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 군인, 경찰을 비롯한 시민들을 단결시키는 원동력이 되어간다. 커크먼이 대통령의 모습을 완성할수록 국가를 위협한 미스테리한 거대 배후 세력의 또 다른 음모도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과연 커크먼은 이 위기를 벗어난 미국과 세계를 지켜낼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평범한 한 개인의 위대한 성장과 그에 따른 연이은 위기를 실감있게 그린 정치 스릴러 [지정 생존자]는 보잘것없던 그가 대통령의 모습을 갖추는 극적인 전개를 통한 묘한 쾌감과 스릴러 특유의 재미를 전해주고 있지만 9.11 테러, 이라크 전쟁, IS의 위협과 내부적 분열에 시달린 오늘날 미국의 심리적 공포를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관점에서도 유심있게 바라볼만한 작품이다.
매회 현실적 사건과 상황을 통해 현실 정치와 음모론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만큼, [지정 생존자]는 같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대한민국에 더 어울릴 법한 작품이다. 특히 '국정 농단' 사건으로 지도자의 부재와 현 정치권의 '종말'을 경험하게 된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부족하지만, 자신만의 올바른 신념과 인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갖춰나가는 톰 커크먼의 모습은 조만간 다음 지도자를 뽑아야 할 우리 모두가 참고해야 할 하나의 대상일 것이다. 드라마 [24]의 주인공 잭 바우어로 국내서도 잘 알려진 키퍼 서덜랜드가 주이공 톰 커크먼을 분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더해줄 것이다.
총 22회까지 기획된 작품으로 현재 10회가 방영 중이다. [지정 생존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Netflix, ABC Television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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