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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Z] 리뷰: 한 명의 이브, 두 명의 아담이 펼치는 삼각 심리전 ★★★☆

16.12.2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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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Z,2015]
감독:크레이그 조벨 
출연:마고 로비, 크리스 파인, 치웨텔 에지오포

줄거리
핵 전쟁으로 온 세상이 폐허가 되고 방사능에 인류가 거의 멸종된 가운데 깊은 계곡에서 살아남은 한 여자 앤이 홀로 생존자의 삶을 이어 나간다. 지구상의 마지막 인간이 될 줄 알았던 앤은 어느 날 계곡에 나타난 생존자를 발견하고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앤은 방사능 노출에 많이 쇠약해진 중년의 과학자인 존을 열심히 간호하며 새로운 희망에 가득 차 다시 한 번 생의 의지를 불태우며 삶을 재건해 나간다. 그렇게 둘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며 서로를 알아가던 어느 날… 앤 앞에 또 한 명의 생존자, 케일럽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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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Z]는 조용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세 남녀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다. '삼각관계'라는 묘한 구도를 지니고 있지만, 영화는 자극적일 수도 있는 설정과 장면을 철저히 배제한 채 심리 스릴러, 드라마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징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한정된 공간, 조용한 분위기, 극소수의 인물만 등장하는 제한된 설정을 지니고 있지만, [최후의 Z]가 무수한 상징과 깊이 있는 여운을 가진 것은 인물들의 내면에 내재한 다양한 감정들을 유추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머리를 쓰는 지능적인 스릴러나 자극적인 설정이 담긴 섬뜩한 서스펜서물을 원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잔잔하게 진행되며 인물의 심리를 강조하는 영화의 흐름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화가 끝난 뒤 다시 한번 지나간 장면들을 떠올려 본다면 의외의 놀라움과 섬뜩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최후의 Z]는 인류의 마지막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펼치는 삼각관계와 그로 인한 충돌을 메인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심리적 충돌 과정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생존자라 생각한 앤(마고 로비)과 존(치웨텔 에지오프)의 만남은 희망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틈이 존재한다. 나이차, 인종적 차이는 물론이며, 성격에서 극명한 차이를 드러낸다. 독립적 이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종교에 대한 믿음을 지닌 앤과 달리 존은 이성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종교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과학자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을 이어나가야 할 두 남녀는 감정적인 교류를 가지려 해도 이러한 보이지 않은 차이와 편견으로 인해 정점을 찍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젊고 잘생기고 유머러스한 백인 남성 케일럽(크리스 파인)이 등장한다. 그의 등장은 앤과 존이 지니고 있었던 차이와 간극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불안한 삼각관계를 지탱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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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듯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지만, 두 남자는 마지막 여성인 앤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유지한다. 앤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케일럽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존의 존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관계는 세 사람 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폭력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오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영화는 마지막까지 잔잔한 분위기와 침착한 전개를 이어나간다.

자극적인 장면과 설정 없이 캐릭터들의 행동, 의미심장한 대사, 감정을 숨긴 표정 연기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 그 때문에 확실해야 할 대목에서 애매한 결론을 내세우는 등 허무한 정서로 도달하려 한다. 하지만 이는 감독과 배우들이 의도한 설정. 영화가 끝난후 감독이 의도한 상징적인 장면과 배우들이 보여준 심리 연기를 되돌아 본다면 이 모든 것은 섬뜩한 여운을 만들어내기 위한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후반부 앤이 식탁에서 하는 이상한 행동과 종교적 메시지가 담긴 마지막 장면이 대표적이다. [최후의 Z]는 핵이라는 공포를 초월한 인간의 탐욕, 불안 심리가 만들어낸 공포에 대한 이야기로 그에 대한 구원을 갈구하는 나약한 인간 본성에 대한 슬픔을 표현한 영화다.  

[최후의 Z]는 12월 28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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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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