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교사]의 유인영 "금수저 내 캐릭터…굳이 변호하고 싶지 않다"
16.12.30 14:00
배우가 연기가 아닌 외모, 의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주목받는 것은 그 자신에게 매우 속상한 일이다. 평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장점이 강한 탓에 오히려 부각되어야 할 장점이 묻히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어쩌면 그것은 배우 그 자신이 극복하고 넘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배우에게도 이미지를 전환할 기회가 오기 마련. 모델 출신으로 외모와 의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 더 주목받을 수 밖에 없었던 유인영에게는 이번 [여교사]가 그러한 변화를 가져올 변환점이 될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이번 [여교사]의 유인영이 연기한 혜영은 얼핏 봤을 때 기존의 브라운관과 영화에서 보여준 상류층, 우월한 여성 캐릭터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캐릭터는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사람들에게 선의를 베풀고 싶었던 순수하고 착한 그녀였으나, 그녀의 출신과 배경이 타인에게 의도치 않은 분노와 열등감을 가져다준다. [여교사]는 그러한 열등감의 주인공 효주의 시선 못지않게, 의도치 않은 피의자가 된 혜영의 시선 또한 유심히 담고 있다. 출신과 배경으로 인해 악역이 될 수밖에 없는 그녀의 남모를 슬픔과 고충이 이상하리만큼 공감 있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평소 몰랐던 유인영이라는 배우의 숨겨진 연기력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교사]를 통해 외형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장점을 이끌어낸 배우 유인영과 이번 작품과 연기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감은?
1년 반에 찍었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처음 보게 되었다. 편집본이 매우 많다고 들어서 어떤 작품으로 개봉될지 전혀 몰랐다. 영화가 워낙 의미와 상징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봤다.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연기를 자평하자면?
아무래도 아쉬움이 많다. (웃음) 내 입으로 내 연기를 평가하기가 너무 부끄러운데 기존에 안 보여 주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에 만족하고 있다. 디테일하고 감정적인 부분에서 봤을때 아쉬운 점이 많다.
-각본을 통해 혜영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정말 순수한 아이라 생각했다.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만 해도 악역이라 하지만 왜 그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갔다. 각본상 그녀 또한 피해자이기에, 그런 억울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 그런데 영화를 한 발짝 벗어나서 보니, 효주의 감정도 이해되었고, 혜영이 악역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다시보니 내 캐릭터가 참 얄밉더라 (웃음)
-치정극의 성격이 강한 작품이지만 주제 면에서는 계급 문제와 같은 진지함이 강하게 배어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는 여선생과 남제자의 이야기가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지금의 사회적 시기와 계급에 대해 더 이야기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감독님께서 그 부분에 대한 수위 조절을 적절하게 하신 것 같다. 그러한 진지함 때문에 영화를 보고 실망할 분들도 있을 거지만, 그런 이유로 보러오실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연기 때문에 사회 구조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해 봤을것 같다.
촬영때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했다. (웃음)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했다. 영화속 사건들이 현실에서는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가? 신분과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문제들… 알려지지 않은거지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있는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부작집 역할만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웃음)
-그러고 보니 너무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해 매너리즘이나 아쉬움이 느껴질 법도 하다.
예전부터 그런 부분이 있어서 이제는 적응했다. (웃음) 그렇다고 스트레스 봤지 않는다. 나 나름 대로 그런 모습을 깨뜨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시는 분들이 그렇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그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겉으로만 부잣집 이미지 일뿐 내 캐릭터들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어떻게 보면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어서 나보다 더 예쁘고 젊은 캐릭터는 많다. 나의 평상시 모습과 드라마에서의 모습이 다르다 보니 평상시의 모습을 더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거라 생각한다.
-혜영 캐릭터는 매우 독특하다. 선의를 지녔는데도 그녀의 출신과 배경이 그녀를 악의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렇다고 내 캐릭터를 변호하고 싶지 않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혜영을 다르게 보는 사람이 많다. 우리 영화의 묘미는 바로 보는 사람마다 다양한 시각에서 영화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 캐릭터를 악역으로 보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악역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꼭 반문하고 싶지 않다. 보시는 분들 마음대로 편하게 생각해 줬으면 한다.
-우월한 약혼자(이기우)가 있음에도 젊은 애인을 탐하는 모습에서는 악녀 같았다. 혜영의 탐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탐욕까지라고 하기에는 좀… (웃음) 물론 그것은 나쁜 행동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 한 번씩은 흔들릴 수 있는 감정이라고 본다. 아마도 혜영의 그러한 행동은 탐욕보다는 약간의 불장난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혜영과 재하가 연인 관계가 된 부분이 명확하지가 않다. 둘의 에피소드는 편집된 것인가? 어떻게 연인이 되었나?
편집된 부분 맞다. 혜영은 이사장이 후원하는 봉사활동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고, 거기서 재하를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온 거여서 따분한 와중에 재하같은 젊고 잘생긴 소년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감독님은 이 부분에서 혜영을 엄마 같은 캐릭터라 생각하며 연기해 줄것을 주문하셨다. 재하가 혜영에게 빠져든 것은 바로 혜영이 가져다준 따뜻한 마음씨가 엄마의 마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재하는 모성애가 필요한 소년이었으니까.
-혜영이 효주의 핍박에도 계속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학교 선배이고 잘 도와주기 바라는 의미에서일까?
오히려 이유가 없다. 굳이 잘해줘야 할 이유가 없으며, 그녀가 나에게 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 혜영은 정말 순수하게 잘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 캐릭터는 순수하고 어린애 캐릭터 같다. 뒷생각은 전혀 안 하는 단순한 존재라고 할까?
-그런 효주에게 애원하다가, 후반부에는 역전된 상황으로 바뀌게 된다. 이 부분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꼈나?
화학실에서의 장면이었을 것이다. 처음 혜영이 효주에게 빌게 되지만, 나중에는 효주에게 돈을 던져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 공간에서 상황이 역전되는 장면이다. 그런데도 혜영은 그런 효주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다가가려 한다. 순수하고 단순해서 그런 걸까? 나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혜영의 감정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결국 유인영이 아닌 혜영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속 혜영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은 보수적인 학교에서 돋보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직접 준비했나?
혜영의 패션과 스타일은 효주와 대비되어야 했다. 감독님도 그것을 의도하셨다. 그래서 컬러감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어떻게 보면 혜영의 모습이 선생님이라는 직업에서 입을 수 없는 의상이지 않은가. 그게 바로 혜영의 성격과 캐릭터에 잘 맞은 것 같다.
-극 중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장면이 있나?
혜영이 약혼자와 헤어지고 나서 효주의 집 앞으로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혜영이 비를 맞지 않고 바로 효주 집으로 들어가는 거였는데, 내가 비를 맞아야 될 거 같더라. 비가 지닌 의미와 상징이 지금의 나의 처지를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를 맞겠다고 감독님께 의견을 드렸고, 그 장면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그리과 화학실에서의 장면의 경우 원래는 내가 효주 아예 무릎을 꿇는 거였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감정 과잉처럼 볼 수 있어서 이 부분을 빼자고 말씀드렸고, 그대로 반영되었다.
-김하늘 선배와의 호흡은 어땠나?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장면이 많아서 힘들지 않았나?
사실 촬영 때 선배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오히려 같이 의논하고 대화를 많이 나눴던 때는 대본 리딩과 리허설 때였다. 선배님 시선에서는 내가 많이 부족해 보였을 것이고 고쳐주고 싶으셨을 테지만, 선배님은 전혀 그런 부분에 있어 터치하지 않는 스타일이시다. 대화와 의견 교환은 없었지만, 연기에 임했을 때는 감정적인 교감을 느끼게 되었고, 선배님의 감정을 따라가며 호흡하게 되었다.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드라마의 악역을 많이 해서 그런지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오버한게 많아서, 감독님께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것을 주문하셨다.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감정에 있어서 중간 조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때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연기해 온 캐릭터들을 보면 악역이 많은 탓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거나 끝내는 버림받는 캐릭터가 많다.
이번에는 버림받지 않았는데? (웃음) 그래도 재하에게 충분히 사랑을 받지 않았나. (웃음) 나쁜 사랑이었어도 그녀 자신에게는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하며 그나마 많이 발전한 거라 여겨진다.
-영화와 드라마 번갈아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어디에 더 집중할 계획인가?
그런 생각은 많이 하고 있다. 나 또한 새로운 작품으로 많이 인사드리고 싶다. 내 자신이 워낙 조급증이 많아서 많은 작품을 하게 되는 편인데, 이제는 그런 부분을 많이 바꾸려 한다. 그래서 사실 지금 이후에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려 한다. (웃음) 그렇게 사는 게 당황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 중이다. 1월 중순과 말에는 [여교사] 홍보에 더 집중할 예정이다.
-평소 모습이 털털한 편인 것 같다.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하는 비결은?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평소에는 낮도 많이 가리고, 말도 느리게 한다. 그래서 순발력이 필요한 예능에 나가는 것도 자신이 없다. 그나마 내가 잘 할 수 있는데 영화와 드라마밖에 없다. 항상 지적되어온 같은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연기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가?
(고민하며) 너무 많다. (웃음) 개인적으로 [화차]의 김민희 선배와 [미씽]의 공효진 선배가 맡은 역할들을 언젠가 해보고 싶다. 나의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변화에 두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모델로 먼저 데뷔를 하다 보니 머리 자르고 살쪄야 하는 것에 익숙한 편이다. 아마 그런 모습이 연기와 시너지를 낸다면 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 자신한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는가?
단순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많은 토론과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여교사]는 1월 4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필라멘트픽쳐스/(주)외유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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