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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 리뷰: 액션 어드벤처를 진지한 [맥베스]로 만든 무모한 패기 ★★

17.01.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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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쌔신 크리드,2017]
감독:저스틴 커젤
출연: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꼬띠아르, 제레미 아이언스, 아리안 라베드

줄거리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암흑의 삶을 살던 사형수 칼럼 린치(마이클 패스벤더 분)는 의문의 조직, 앱스테르고의 과학자 소피아(마리옹 꼬띠아르)에 의해 자신의 유전자에 과거의 비밀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전자 속에 숨어 있는 기억을 찾아주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15세기에 살았던 조상 '아귈라'의 모험을 직접 체험하게 된 그는 '아귈라'가 비밀 모임 ‘암살단’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다. 이후, 놀라운 지식과 기술을 축적한 그는 세상을 통제하려는 템플 기사단에 맞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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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유명 RPG 게임인 [어쌔신 크리드]는 분명 영화화하기에 매력적인 소재. 그런데 이 작품의 감독으로 저스틴 커젤이 내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기대보다 우려가 컸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맥베스]를 야만적인 내면 극으로 재해석한 패기는 인정하지만, 그 강렬한 패기를 대중성이 강한 어드벤처 액션물에 접목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물론 저스틴 커젤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구분 못 하는 연출자가 아니라는 건 아니다. 다만 자기 세계관과 액션에 있어 뚜렷한 특징을 지닌 이 작품을 역동적이고, 능숙하게 해석할 경험 있는 연출자인지 의심스러웠다.

파쿠루 액션과 15세기의 역사적 배경이 묻어있는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한 우려는 해소될 것 같았으나, 이번에 공개된 결과물은 원작 게임을 잘못 해석한 참담한 결과물이었다. 저스틴 커젤과 마이클 패스벤더는 원작 게임이 지닌 역동성과 시대성 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사로잡혀 있는 어두운 본성과 자아에 관한 진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게임 팬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가 황당하게 들릴 부분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어쌔신 크리드]는 어쭙잖은 주제로 115분의 시간을 철학과 진중함으로 낭비하고 있었다. 인간 폭력성에 대한 본능과 그에 따른 메시지 전달은 마치 이 작품이 커젤의 전작인 [맥베스]의 연장선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게 한다. 

유머나 농담 하나 없이 진행되는 진중한 분위기, 현대 세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대사, 처음부터 끝까지 인간미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일관적인 캐릭터들은 이 영화의 오락적 요소가 완전히 부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스틴 커젤 감독은 [어쌔신 크리드]의 원작 게임이 지닌 장점을 강조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원작 게임의 배경이 현대의 기술(애니머스)로 과거를 경험하게 되는 전체적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는 현대 시대 70%, 과거 30% 로 현대적 관점에 치우친 이야기를 더 진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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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과거를 배경으로 한 어드벤처 액션과 비밀을 파헤치며 역사적 상황을 음모론적으로 재해석한 과감함을 통해 흥미를 높여주었던 걸 생각해 본다면, 현대의 시점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원작의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버리려 한다. 그 결과 현대적 시점의 지루한 메시지, 개연성과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산만한 전개, 인간 내면과 자아에 관해 탐구하는 심각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나마 흥미롭게 그려져야 할 액션 연출에서도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원작이 은밀하게 암살과 임무를 주도하는 어쌔신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은밀함과 다수의 적을 상대로 화려한 무술과 도주를 펼쳤던 것에 재미를 가져다 주었던 것과 달리, 영화가 다루는 어쌔신들의 액션은 그와는 거리감이 있어보인다. 영화속 어쌔신들 은밀함과는 거리가 먼 무리한 상황을 연출해 위기를 자초한다. 화려하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의 재미를 가져다 주지만, 이들이 킬러와 같은 암살자의 본능대신 일당백으로 적을 상대하는 특공대, 무술가에 가깝다. 

화려한 무술, 타격 액션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수 있는 요소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감흥보다는 식상함만 더해줄 뿐이다. 여기에 이들의 액션 장면을 평범한 카메라 각도, 흔들리는 초점으로 잡은 화면구성과 산만한 편집으로 완성한 부분은 이 영화가 추구해야 할 역동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된다. 

작년에 개봉한 게임 영화 [워크래프트]가 원작 게임 세계관을 지나치게 의식해 완성도에 타격을 입었다면, 이번 [어쌔신 크리드]는 그와 반대로 연출자의 개성과 패기가 원작 게임의 세계관을 무시하게 되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결국 [어쌔신 크리드]는 게임 영화의 성공을 위해서는 원작의 장점과 영화적 해석의 적절한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스토리텔러와 연출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뼈아픈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  

[어쌔신 크리드]는 1월 1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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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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