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1954년에도 있었다? [너의 이름은.] 흥미로운 이스터에그 & 비하인드
17.01.17 18:07
감성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흥행 열풍이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마저 흔들고 있다. 흥행과 함께 [너의 이름은]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연출자인 산코이 마코토와 작품과 관련한 비하인드로도 연결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너의 이름은]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긴 숨겨진 이스터에그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이글에 스포가 담겨 있는 관계로 아직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1.이름에 의미가 있다?
극 중 미츠하의 가족인 미야미즈 가(家) 사람들의 이름에는 흥미로운 의미가 담겨 있다. 이름의 의미에는 일본식 숫자 개념이 담겨있다는 사실. 집안의 어른인 할머니의 이름은 히토하, 일본어로 '한 개'를 의미하는 히토츠 ,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은 후타바, '두 개'를 의미하는 후타츠, 주인공 미츠하는 '세 개'를 뜻하는 '밋츠', 막내 동새 요츠하는 '네 개'를 뜻하는 욧츠에서 유래되었다. 숫자 이름의 의미는 이 가족의 이름의 마지막 한자인 '하(葉)'가 잎사귀를 의미하고 있으며, 그 잎사귀의 개수라 한다.
하지만 여주인공 미츠하의 경우 다른 의미가 더해져 있는데, '미즈하노메'라 불리는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물의 신의 이름에서 차용했다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직접 밝힌 바 있다.
타키와 미츠하의 한자 이름의 연결성을 띈 부분이 있다. 타키의 성 타치바나(立花)에는 꽃(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며, 미츠하(三葉)에는 전자서 언급한 잎사귀를 의미하는 (葉) 단어가 있다. 또한 이름 타키(瀧)에는 폭포를 의미하는(瀧)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며, 성 미야미즈(宮水)에는 물(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이름상 둘은 운명이었던 셈이다.
2.전작 [언어의 정원][초속 5cm]와의 연계성
[언어의 정원]
[너의 이름은]에는 신코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언어의 정원]의 흔적이 담겨있다. 타키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IL GRANDINO DELLE PAROLE'를 번역하면 '언어의 정원'이 된다. 이탈리아어를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 의미를 금방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전작인 [언어의 정원]을 감명 깊게 본 관객이라면 미츠하의 학교 수업에서 '황혼'에 대해 가르치는 선생의 목소리와 모습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 선생이 바로 [언어의 정원]의 여주인공 유키노 선생이었으며, 그녀의 목소리를 연기한 하나자와 카나 또한 그대로 출연했다.
[초속 5cm]
이토모리 마을의 유일한 편의점으로 등장한 이곳은 감독의 전작 [초속 5cm]에 등장한 편의점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이 편의점은 가고시마 현의 타네가 섬에 위치한 실제 편의점을 모델로 했다. 현재 이곳은 신카이 마코토 팬들이 자주 방문하는 주요 성지중 한 곳이다.
[너의 이름은] 포스터에도 사용된 혜성이 떨어지는 장면은 [초속 5cm]에서 코스모나우트 위성이 발사되는 장면과 대비되는 장면을 연출한다.
작품에서 가장 디테일하게 묘사된 다다미 문이 열리는 장면을 하단에서 잡아주는 장면은 [초속 5cm]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다. 신카이 마코토 또한 그 부분을 많이 차용했다고 인정하며,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특별한 앵글이었기에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3.무라카미 하루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한 오마주
신코이 마코토 감독이 존경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한 컨셉의 작품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대한 오마주와 헌사의 의미가 담긴 장면들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헌사적 장면
영화의 후반부 오쿠데라 선배가 타키에게 "너도 언젠가 꼭 행복해야해"라고 말하는 대사는 하루키의 장편 소설 [노르웨이의 숲]의 주요 인물인 레이코의 마지막 대사다. 그리고 하루키의 단편까지 읽어본 관객이라면 처음 본 여자에게 기시감을 느끼는 엔딩 장면에서는 단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연상시켜 봤을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오마주
미야미즈 가문의 집 구조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주인공 코노 마코토의 집을 참고해 비슷하게 만들어 내었다. 후반부 미츠하가 마을을 구하기 위해 달리다 넘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마코토가 구르는 명장면에 대한 대표적인 오마주다. 미츠하의 몸에 들어온 타키를 보며 아무렇지 않게 미츠하 엄마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가즈코 이모의 상담 장면을 연상시킨다.
4.속옷을 입지 않은 미츠하?
극중 초반 미츠하는 속옷(브래지어)을 착용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자고 있었다. 미츠하의 몸속에 들어온 타키가 아침에 일어나 옷을 갈아 입으려는 모습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을것이다. 결국 자신들의 영혼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미츠하는 자기 전 속옷을 꼭 입고 자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몸속에 들어온 타키의 변태적 행동(?)은 막을수 없었다. 극중 미츠하(타키가 들어온 상황)가 농구를 하는 장면에서 반 친구들이 놀란 이유도 '노브라' 상태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5.아이폰, 두 사람이 살았던 시기를 의미하다
2013년에 살고있는 미츠하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동년에 출시된 아이폰 5S 지만, 2016년에 살고있는 타키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2015년 출시된 아이폰 6S다.
6.미츠하의 무스비는 엄마의 유품
애니메이션의 성공으로 출간된 [너의 이름은]의 소설 버전에는 애니메이션이 다루지 못했던 인물에 대한 상세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다. 작품과 관련한 여러 의문과 비하인드가 궁금했던 분들이라면 소설과 외전격의 만화를 참고하기 바란다.
특히 작품의 주제이자 매개체인 무스비와 관련해 꽤 긴 사연이 있다. 무스비의 원래 주인 인 그녀의 어머니 후타바와 관련한 이야기다.
후타바는 애니에서 단역에 불과한 인물이지만, 소설에서는 이 이야기의 시작점과 같은 비중 있는 존재감을 지니고있다. 후타바는 병으로 사망하기 전, 미츠하에게 무스비로 머리 묶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무스비를 인연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후타바는 미래에 대해 예지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도 그녀에게 앞날을 물어보고는 했다. 어쩌면 후타바는 멋 훗날 미츠하와 타키가 만나게 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후타바가 예지 능력으로 미야미즈 신사에 일하고 있던 시절, 그녀보다 12살이 많은 민속학자 토시키가 찾아오게 되고, 후타바와 토시키는 미야미즈와 관련한 여러 역사와 유물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하고 조사하다 자연스럽게 연인이 된다. 그가 바로 극중 미츠하 자매의 아버지이자 마을 이장이었다. 훗날 후타바가 병으로 죽은 후,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마을주민들의 지나친 미야미즈 신앙관에 질린 토시키는 두 딸을 후타바의 어머니에게 맡기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2013년 토시키는 혜성 추락을 경고하는 미츠하의 모습에서 후타바가 죽기 전 남긴 유언인 "이건 영원한 이별은 아니 니까요."를 떠올리게 되고, 그녀의 말이 옳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7.달의 의미
[너의 이름은] '달'을 이용해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하는 세밀한 표현 방식을 도입했다. 타키와 미츠하가 함께 있을땐 달의 모양이 원형으로 완벽하게 표현되지만, 반대로 미츠하가 죽었던 시간에는 반달 모양으로 타키의 절반, 즉 미츠하가 없음을 묘사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을 다시 볼 생각이라면 이달의 모습을 유심히 보기 바란다.
8.1,000년 주기로 오는 혜성으로 부터의 위협 퇴치가 미야미즈 가문의 임무?
전자에 언급된 미츠하의 엄마 후타바도 과거 미츠하처럼 영혼이 바뀌는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렇듯 미야미즈 가문은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너의 이름의] 소설과 외전에는 미야미즈의 신사에 '이 땅에서 용을 퇴치했다.''끈을 무수히 엮어서 용을 포박했다' '혜성을 용으로 하여, 혜성을 끈으로 하여, 갈라지는 혜성을 춤동작으로 하여' 라는 예언적인 문구가 있음을 언급한다. 즉, 문제의 혜성이 용이며, 이를 미야미즈 가문이 모시는 신과 능력으로 위기를 퇴치한다는 내용이다.
흥미롭게도 극 중 작품에 등장하는 티아마트 혜성은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티아마트 여신에서 차용했는데, 신화 속 티아마트 여신의 몸체가 용이었다는 점, 죽어서 몸이 두 조각이 났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의 티아마트 혜성이 두 개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미츠하가 타키에게 무스비를 건네주고 교감하게 되었던 것처럼, 무스비를 통한 운명적 연결을 통해 티아마트 혜성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구해낸 것을 떠올려 본다면, 미야미즈 가문 사람들은 1,000년 주기로 오는 문제의 혜성의 위협과 맞서기 위해 존재했던 것 아니었을까?
9.[고질라]와 [너의 이름은] 기막힌 관계와 우연
▲(왼쪽) 1954년 개봉한 고질라 (오른쪽) [너의 이름은] 영화 포스터
[너의 이름은]의 일본 개봉 당시에는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참여한 [신 고질라]가 개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1954년 일본에서 히트한 두 편의 화제작으로 [너의 이름은]과 [고질라]가 있었다는 사실. [고질라]는 혼다 이시로 감독에 의해 최초 등장한 1편이었으며, 1954년 버전의 [너의 이름은] 도쿄대공습을 배경으로 한 삼부작 라디오 드라마로 당시 큰 화제를 이끌었다. 이후 드라마는 3부작 영화로도 제작돼, 3,000만 명의 총 관객을 동원하게 된다. 둘 다 재난 중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다뤘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신카이 마코도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드라마와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10.엔딩에 등장한 학창 시절의 조연들의 성인 모습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에는 혜성 충돌 사건 이후 마을을 벗어나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미츠하의 학교 친구들이 성인이 된 모습이 등장했다. 여기에는 고등학생이 된 요츠하의 모습도 등장했다고 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여성:전통의식을 치른 미츠하를 험담하던 동창 1
-쓰레기를 버리는 여성:미츠하를 험담하던 동창 2
-편의점 직원 남성:미츠하를 험담했던 남학생
-꽃집에서 물을 주던 안경쓴 여성:미츠하의 학교 친구
-부동산에서 집을 알아보는 커플:미츠하의 절친인 텟시와 사야 커플
-교복을 입고 트윈테일 헤어스타일을 한 여고생:미츠하의 여동생 요츠하
11.[너의 이름은]을 탄생시킨 단편 CF 영상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PPL에서도 생생한 묘사가 담겨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을 비롯해 그가 참여한 단편, CF 영상까지 섭렵한 팬이라면, PPL로 등장한 학습교재 회사인 'Z회'의 학습지 광고에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014년 Z회와 함께 수험생 응원용 애니메이션 광고 [크로스로드]를 제작하게 된다. 서로 다른 지역과 삶을 살아가는 수험생 남녀가 합격자 발표날 우연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120초짜리 CF 영상의 내용이 [너의 이름은]의 기본 이야기를 완성시킨 기반이 된다. 미츠하와 타키의 모습을 완성한 애니메이터이자 '신카이 마코토의 손'이라 불리는 타나키 마사요시도 [크로스로드]를 통해 데뷔하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탓에 [너의 이름은]의 Z회의 학습지 이스터에그는 단순한 PPL을 넘어선 깊은 의미를 담고있다. 이 밖에도 신카이 마코토는 과거 여러편의 감성 애니메이션 CF 영상을 선보였으며, 이 작품들 모두 극장판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의 감성과 그림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너의 이름은]의 탄생에 기여한 Z회 광고는 영상의 2분 53초에 등장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CF 총정리 (한글자막 있음)
12.작품에 등장한 혜성은 실제한다?
▲이케야세키혜성
타이메트 혜성의 명칭은 실제하지 않지만, 지구에 등장한 여러 혜성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00년 주기에 조각이 난 채 추락하는 혜성의 특징으로 볼 때, 타이메트 헤성은 1965년 두 명의 일본인 천문학자가 발견한 '이케야세키혜성'의 사례와 많이 닮았다. 이 혜성은 수백 년간 관측된 혜성중 가장 밝았으며, 태양을 통과할 당시 세 조각이 나 전 세계 천문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 폭발하는 설정은 1908년 통구스카 대폭발과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운석우 사건을 참고한 듯하다.
13.영화 흥행후 완성된 타키와 미츠하의 다이어리
타키와 미츠하가 아이폰 앱으로 사용하며 자신들의 기록을 담은 'My Diary'라는 앱은 사실 작품속에만 존재한 앱이다. 애니메이션이 성공하자, 작품을 감명깊게 본 한 개발자가 이와 똑같은 다이어리 어플을 완성해 배포했다. 애니메이션 속 앱이 아이폰 버전이었던 것과 달리 실제 출시된 다이어리 앱은 안드로이드 전용 버전이라 한다.
14.두 사람의 나이는?
두 사람은 3살 차이. 미츠하가 3살 연상. 5년으로 기획 중이었지만, 3년으로 해야 사태가 발생한 과거와 현재의 시간상 날짜와 요일이 일치했기 때문. 엔딩에서의 미츠하는 27살, 타키는 24살이다.
15.신카이 마코토의 차기작도 소년, 소녀의 이야기?
작품의 성공만큼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크기 마련.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기자회견장을 찾은 신카이 마코토는 "3년 안에 사춘기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차기작을 내놓겠다."라고 말했다. 차기작이 [너의 이름은]과 비슷한 성향이 될 지 그 이후가 기대된다.
참고 자료 출처:IMDB, tabichannel.com, 나무위키, kiminona.com, IGN.com, mashilog.com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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