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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념 배우로 돌아온 [더 킹] 조인성 "관객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17.01.2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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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인성에게 있어 [더 킹]의 참여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한층 더 넓게 만들어준 계기였을 것이다. 현재의 시국과 앞으로 진행될 세상의 흐름에 대해 자신만의 뚜렷한 생각과 주관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는 듬직하고 성숙한 성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물론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잘 생기고 해맑은 청년의 모습은 변함없었다. 그러고 보면 성숙한 개념까지 갖추게 된 그의 모습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모든 걸 다 갖춘 남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완성된 결과물을 본 소감은?

약간 낯선 느낌이다. 생각보다 내 분량이 너무 많다 보니 노심초사한 마음으로 봤다. 다른 분들이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다. 오늘 VIP 시사회가 있으니 영화가 객관적인 시선에서 어떨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내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니다 보니, 선배님들처럼 능숙한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10대부터 40대까지의 모습이 등장해서 나이에 따른 내 변화된 모습도 능숙하게 보여줘야 했다. 초반 젊은 시절의 모습을 연기한 장면은 괜찮았지만, 후반부 나이 든 모습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더 킹]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원래 군 제대 후 차기작으로 [권법]이 예정돼 있었다. 각본으로 먼저 확인하고 구체적인 계획안까지 나와서 제대하자마자 바로 준비에 들어갔는데, 아쉽게도 무산이 되었다. 나는 이미 주연으로 확정된 터라, 촬영일이 미뤄져도 계속 자리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니 관객, 시청자분들이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찰나에 노희경 작가님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먼저 출연하게 되었다. 이후 영화 제작이 무산되면서 곧바로 제안이 들어온 작품이 [더 킹] 이었다. 각본의 내용이 너무 좋아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더 킹]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한 인물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각본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시점에 이입해서 보니 내 과거를 돌아보는 것 같았다. 주인공이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매우 매력적 이었으며, 대한민국 전체에 대한 깊이 있는 풍자와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도 좋았다. TV 드라마였다면 이 부분을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영화가 이 부분을 다룬다는 점이 용기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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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과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인성과는 완전히 다르다. 어떤 부분에 공감했나? 

우리 모두가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 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이과를 갈지? 문과를 갈지? 하는 선택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시절 남자들은 어떤 무리로 들어갈지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웃음) 우리 시절, 연합고사라는 걸 봐서 학교를 뺑뺑이 돌리다가 결국엔 생소한 학교로 오게 되고, 새로운 무리를 만나게 되니 그 부분에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 당시 나는 모델 생활까지 병행하고 있었으니, 진로와 관련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많았다. 그게 결국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것 같다. 영화 속 박태수처럼 나도 매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서,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모습에서 공감하게 되었다. 


-분량 못지 않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나래이션을 진행해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웃음) 나래이션 녹음을 여러 번 했는데, 그때마다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감정을 넣어보거나, 담백한 느낌을 넣어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영화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들였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십 대 시절 모습이 짧게 등장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30대 중반에 십 대를 연기한 소감은?

나이 어린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웃음) 태수의 십 대 시절을 다루는 초반부는 만화적 정서를 연상시키는 설정이다. 그때는 리얼한 모습보다는 만화적인 재미와 귀여움이 담겨 있는 모습을 우선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생각했고, 그 부분에 맞춰 연기했다. 그 만화적 설정이 내 나이든 모습을 희석 시켰다고 본다. (웃음)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모두 처음 함께 하는 연기자다. 함께한 소감은 어땠나?

우성이 형은 과거 기획사에서 같은 소속의 연기자로 만났다. 그때 내가 본 형은 정점에 오른 상태였다. [비트][태양은 없다] 에서 보여준 강렬한 아우라를 평소에도 갖고 계신 분이셨다. 너무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였기에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내가 모르던 형의 인간미가 담긴 본 모습을 접하게 되었다. 성우형(배성우)은 우리 영화의 꽃 같은 존재다. 그분이 마지막에 보여준 그 우스꽝스러운 장면은 정말로 인상 깊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연기다. (웃음) 준열이(류준열)는 정말 좋은 배우여서, 절로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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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이 인성 씨에게 특별히 요구한 사항은?

한재림 감독님과의 관계는 감독, 배우 관계보다는 동지에 가까웠다. 이 작품을 어떻게 보여주고 완성할지에 대해서 깊이 있게 나눴다. 태수가 '더 킹'이고, 이 영화가 박태수의 일대기이기에 내가 이 영화에서 보여줄 이미지와 분위기 적인 톤에 대해 많이 의논했다. 유쾌하지만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됐고, 너무 비호감적인 캐릭터가 되어서도 안 된 존재였기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박태수를 완성했다. 


-한재림 감독님은 꼼꼼하기로 소문난 연출자다. 그래서 촬영 시간이 오래걸릴때가 있는데, 체력적으로 힘든점은 없었나?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웃음) 옛날과 달리 지금은 표준 근로제에 따라 영화를 찍다 보니 감독들이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배우는 감독이 시키면 무조건 따라야 하지만 스태프들은 노조가 있고 정당한걸 요구하는 입장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러니 촬영할 수 있는 시간에 열심히 해야 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지 않았다. 


-그러면 연출진과 배우들이 가장 고심했던 장면은?

펜트하우스에서의 장면이다. 한강식을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인지라 생각보다 공을 많이 들였다. 노는 와중에도 펜트하우스 안에는 장식들이 너무 많았고, 배우들도 많아서 카메라의 동선까지 고민해야 했다. 조금만 실수해도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경 써야 할게 많다 보니 연출하고 연기하는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영화 속 권력자들은 지하에서 은밀하게 놀았지만, 우리 영화의 권력자들은 가장 높은 곳에서 논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놀고, 한강식 같은 제왕은 어떻게 권력을 즐기는지를 공감 있게 그려보고 싶었다. 


-초반 박태수는 약간의 정의감이라도 가지고 있던 순진한 검사였다. 어쩌면 검사를 그만두면서까지 한강식과 같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희망적 존재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무엇이 그를 권력에 물들게 만들었다고 보는가?

그게 참 아이러니하다. 박태수 또한 자신이 권력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알았을 것이다. 욕망이라는 게 김밥을 먹는 것처럼 먹고 사는 것일 수도 있다. 단 한 번도 위에 올라가 보지 않았기에 거기에 대한 동경이 있지 않았을까? 한번 올라가 보고 싶다는 욕망이 태수를 타락시켰다고 본다. 그리고 그의 집안 상황도 그를 물들게 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고 본다. 그런 가장에 대한 의무와 권력에 대한 은밀한 동경이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태수라는 캐릭터를 보자면 짠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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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되었던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서거 장면과 인성 씨의 모습이 맞물린 부분이 [더 킹]의 가장 이미심장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나?

내 상황과 대통령님의 서거 순간이 우연히 겹치게 되는 설정이다. 의도적이라기 보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었던 감독님만의 표현방식이었다. 사실 그 장면을 촬영했을 당시 내가 보고 있는 TV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TV는 꺼진 상태였지만, 각본상으로는 대통령님의 서거 장면이 존재했기에, 스스로 그 장면이 나오고 있다고 인지했다. 나래이션 때도 그 부분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작업했다. 나중에 후반 작업을 통해 대통령님의 서거 순간의 뉴스가 더해지게 되었다. 


-영화가 후반부에 다소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가는 부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후반부는 우리이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크게 와 닿았다.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에는 우병우, 김기춘과 같은 검사 출신 관료들의 부패가 있었듯이, 검사들의 부폐한 사례가 현실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극 중 검사로서 현실 속 검사들의 부패를 어떻게 보는가?

대부분의 검사는 그렇지 않다. 그 일부 때문에 좋은 검사들이 욕먹는 게 억울할 만 하다. 부패한 그들은 호의호식하고 살았지만, 결국에는 청문회를 통해 심판당하고 있다. 우병우, 김기춘도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은가? (인물들 직접 언급에 기자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짓자) 왜 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잖아. 난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결국 자기 자신은 못 속인다. 그분들도 자신들이 이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결국 우리 국민이 심판하게 되었다. 물론 주권의식을 갖고 있는데도 그동안 무지했던 우리의 책임도 크다. 물론 내 개인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나 또한 올바른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의 시국적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각본 내용을 수정했거나 의도했던 부분은 있지 않았나?

우리는 시국에 편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 영화에 그러한 합리적인 의구심을 가질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탄핵과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모두 실제 존재한 역사들이다. 그 모든 의미가 재탄생된 것이다. 역사가 결국 새로운 의미부여가 된 것이다. 굿장면이 웃기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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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주제관과 소재는 무겁다. 그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최근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정우성의 행동은 어떻게 보는가?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의 장이 열리는 시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성이 형의 발언은 이 시대에 사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물론 암묵적인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할 말을 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도 있다. 하지만 비로소 우리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다. 영화를 통해 이야기한 게 잘못된 행동인가? 내가 내 의견을 이야기하는 건 내 자유다. 만에 하나 블랙리스트와 같은 제제나 탄압이 있다면, 관객들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 여기 계신 기자님도 우리를 지켜주었으면 한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우리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연기자로서의 정점을 찍고 싶다는 마음은 있는가?

있다. 예전에 제주도 한라산을 직접 보면서,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에베레스트 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연기에 정점을 찍는다는 것 또한 이와같다. 이처럼 높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집착이 내 인생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 욕망이 교만이 되어 내 인생의 발목을 붙잡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우성이 형, 송강호 선배와 같은 번접할 수 없는 선배님들을 바라보며 나 자신이 교만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는 어엿한 연기 선배로서 후배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느껴지나?

(웃음) 아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후배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을? 그런 생각을 하면 나만 괴롭다. (웃음) 그래서 나는 그들을 후배라기 보다는 동료라고 생각하며 그들을 편하게 대하려 한다. 나이차도 얼마 안 나는데 내가 너무 가르치려 하는 건 아니잖아. 선배님들을 대할 때 도 자유롭고 편안하게 다가가려 하는 편이다. 


-TV 드라마에서는 일상적인데, 영화 속에서 만큼은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반가운 질문이다. 난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한다. 그게 좋다. (책상위 음료수 잔을 모으며) 이렇게 지상파, 비지상파 그리고 영화가 있다고 치자. 이 모든것을 대중들이 본다. 지상파는 모든 대중들이 보기 때문에 드라마는 공감적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거기서 조금 한발 더 나아간 게 케이블과 같은 비지상파다. 거기서는 작가님들의 표현 방식이 달라진다. 특정한 대중이 관람하는 영화는 이보다 더 열려 있다. 대통령을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작품속에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다. 현 정권과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다 볼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가 그 점에 있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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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관객이 넘으면 [1박 2일]서 입수하겠다는 공약은 정말 지킬 건가?

(웃음) 태현이 형이 너무 시켰다. (웃음) 근데 기꺼이 할 수 있을 것 같다. 태현이 형도 "언제 800만 영화 나오겠니?"라고 하면서 그렇게라도 감사 표시를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래서 할 수 있겠다 생각하며 동의했다.


-아마 이번 주 관객들은 설렐 것 같다. 정우성, 조인성도 있는데, 현빈이 나오는 [공조]도 함께 개봉하니까.

맞다. 그렇게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영화계의 파이를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거창하게 말하지 않겠다. 영화를 보시면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느끼셨으면 한다. 그게 바로 영화의 매력이다. 


[더 킹]은 현재 절찬리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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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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