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VS 정우성&조인성, 주말에 '누구'를 볼까? 1월 18,19일 개봉작 별점, 간단평
17.01.20 14:39
그들은 어떻게 대한민국의 비선실세 OR 양아치가 되었나 [더 킹]
[더 킹,2017]
감독:한재림
출연: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아중, 김의성, 정채연
줄거리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는 우여곡절 끝에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을 만나 핵심 라인을 타고 승승장구 하게 된다. 정권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기, 새로운 판을 짜며 기회를 노리던 이들 앞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치는데…
간단평
권력에 맛들린 검사들의 추악한 세계와 본질을 담은 장면들이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거대한 전략수사본부의 사무실과 사건 파일이 수북히 싸인 비밀 자료실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와 암울한 현대사를 주도한 중앙정보국(지금은 국정원)의 은밀한 권위를 보는듯한 위압감을 주고 있다. 단순한 종이 문서들로 보이는 이 파일들이 바로 대한민국을 흔드는 권력의 힘이다. 이 파일들을 통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치, 경제계를 뒤흔드는 장면들은 오랫동안 숙성된 김치와 질 좋은 스테이크 고기의 부위처럼 비유된다.
어둡게 묘사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영화는 이를 빠르고 재치있는 전개과 역동적인 편집으로 표현하며, 영화가 강조하고자 한 해학적인 유머를 부각한다. 그로 인해 그려지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추악하게 그려진다. 멋진 양복과 헤어스타일로 치장된 화려한 겉모습에는 이러한 추한 이면이 강조돼, 강도 높은 풍자의 묘미를 보여준다.
그와 함께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이야기의 배경과 소재가 되어 시대를 대변하는 장면들도 의미심장 있게 표현된다. 그동안의 현대사 배경 영화가 암울했던 7, 80년대의 독재 시절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것과 달리 [더 킹]은 90년대, 2000년대의 주요 사건을 담아내며 현세대의 관객들의 공감적 정서를 담으려 했다. 시대적 배경과 함께 그 시절의 복고 문화(가요)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흥미 요소다.
유머만 담은 것은 아니다. 시대의 아픔과 권력의 참담함을 표현한 강렬한 장면 또한 등장한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주인공의 현재 상황을 연결하는 장면에서는 묵직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이 영화만의 핵심적인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동안 영화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그들의 모습이 바로 이 시대를 병들게 한 악행이었음을 전하는 강렬한 대목이다.
그들의 악행이 분명하게 그려진 부분은 검사와 조폭 조직 간의 연계가 담긴 부분으로, 현대사의 권력이 조폭들의 이권 다툼과 다를 바 없음을 의미하고 있다. 영화의 이해를 높여준 대목이지만, 이 부분에서 주요 이슈적인 사건들을 극대화 시킨 나머지 중반까지 안정적인 이야기가 후반부에 들어서는 산만해지게 되는 문제를 불러오게 된다. 연대기적인 설정을 자세히 담으려다 보니, 후반부의 호흡이 너무 긴 탓에 마지막의 카타르시스적인 여운도 약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무난한 완성이었다. 현대사에 대한 재치있는 풍자와 비유는 묘한 쾌감을 줄 정도로 흥미를 가져다 준다. 의미는 약했지만, 마지막 대목에서 영화의 제목인 [더 킹]의 진정한 정의를 말하는 장면은 지금의 시국과 잘 연결돼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달될 것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남북한 '의형제'는 용감했지만… 아쉬움이 많은 그들의 [공조]
[공조,2017]
감독:김성훈
출연:현빈, 유해진, 김주혁, 장영남
줄거리
비밀리에 제작된 위조 지폐 동판을 탈취하려는 내부 조직에 의해 작전 중 아내와 동료들을 잃게 된 특수 정예부대 출신의 북한형사 ‘림철령’(현빈). 동판을 찾아야만 하는 북한은 남한으로 숨어든 조직의 리더 ‘차기성’(김주혁)을 잡기 위해 역사상 최초의 남북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그 적임자로 철령을 서울에 파견한다. 한편, 북한의 속내가 의심스런 남한은 먼저 차기성을 잡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고, 정직 처분 중인 생계형 형사 ‘강진태’(유해진)에게 공조수사를 위장한 철령의 밀착 감시를 지시한다.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철령과 임무를 막아야만 하는 진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 한 팀이 될 수 없는 남북 형사의 예측불가 공조수사가 시작된다!
간단평
[공조]는 남북한의 협력이라는 설정보다는 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데 극과 극 조합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티격태격으로 시작된 관계가 '형', '동생'하는 진한 사이로 발전되는 과정에서는 유해진 특유의 입담과 망가짐이 크게 한몫하며, 특유의 재미를 불러온다. 현빈은 영화의 역동성을 높여줄 빠르고 타격감 있는 액션과 스턴트를 선보이며 제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
[공조]는 휴머니즘적 부분에 기대 유머와 드라마의 자연스러운 조화를 완성하려 했지만, 이를 뒷받침 해줘야 할 이야기의 개연성과 부가적인 에피소드가 너무나 부실한 문제를 가져다주고 있다. 두 사람의 버디물을 강조하고 있지만, 조연 격 캐릭터에 대한 비중과 불필요한 에피소드의 등장이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김주혁이 연기하는 차기성은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드러내며 악역다운 면모를 지니고 있지만, 지나치게 큰 비중이 주인공이어야 할 철령과 진태의 존재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그의 존재를 부각하는것 까지 좋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적당히 유지하며 두 주인공이 추적하게 되는 과정에 초점을 뒀다면 어땠을까?
아쉽게도 [공조]는 철령과 진태가 함께 손을 잡고 수사를 하는 스릴러적인 요소까지 유머로 넘기려 한다. 이야기의 연결성과 약간의 긴장감이 적절하게 더해져 수사물 특유의 장르적 재미도 어느정도 구축되어야 했지만,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잃어버린것 같다. 추척, 수사물 특유의 기반은 사라지고 난데없는 유머가 난무한다. 외부인에 대한 편견과 의심 없이 지나치게 친절한 진태의 가족과 아무것도 모른 채 두 사람의 추적에만 의존하는 국정원 캐릭터들의 존재도 문제다. 친절한 가족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휴머니즘의 완성보다는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며, 무능한 국정원의 존재는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철령과 '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임윤아의 '처제' 캐릭터와 에피소드와 같이 몇몇 불필요한 설정도 [공조]를 산만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문제 요소다. 조연과 제 삼자에 대한 에피소드 의존 때문에 두 주인공의 에피소드와 관계도 개연성 없이 흘러가기에 이른다. 캐릭터간의 화합과 갈등이 너무 자주 등장해 두 인물에 대한 정서적 친근감 마저 반감시킨다. 초반에 괜찮게 그려졌던 스턴트 액션은 이후부터 투박하고 정적인 총격전에 의지해 볼거리에 대한 흥미마저 반감시킨다. 유머와 버디물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유지하고 있어서, 기대감을 많이 내린 킬링타임용 영화로 보는 게 좋을 듯 싶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미우나 고우나 영원히 안고가야할 가족 [단지 세상의 끝]
[단지 세상의 끝,2016]
감독:자비에 돌란
출연:가스파르 울리엘, 나탈리 베이, 뱅상 카셀, 마리옹 꼬띠아르, 레아 세이두
줄거리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명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는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고향을 떠난 지 12년 만에 집을 찾는다. 아들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준비한 어머니(나탈리 베이), 오빠에 대한 환상과 기대로 예쁘게 치장한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못마땅한 표정으로 동생을 맞이하는 형 앙투안(뱅상 카셀), 그리고 처음으로 루이와 인사를 나누는 형수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까지. 시끌벅적하고 감격적인 재회도 잠시, 가족들은 루이의 고백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분노와 원망의 말을 쏟아내는데…
간단평
[단지 세상의 끝]은 원작 연극이 지닌 성격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야기 전개보다는 인물에게 맞춰진 화면과 출연진의 대사에 힘을 실어주며, 이들이 펼치는 연기 속에 메시지를 집약시킨다. 프랑스 최고의 배우들이 가족 구성원이 되어 자신들만의 연기를 선보이는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전작인 [아이 킬드 마이 마더][마미]의 연장선 격의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대 가족이 지닌 소통의 부재, 인간 관계, 정서적 결함의 여운이 이번 작품에서도 강하게 다가온다. 인물의 독백, 심리에 맞춰진 화면 구성과 연기를 통해 이야기하는 그러한 감독의 메시지를 충분히 반영한다.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평면적인 클로즈업된 화면속에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에 의존하는 전개방식이다. 아무리 원작 연극의 정서적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한 시도라 하지만 일관된 화면과 아무런 표현적 시도조차 없는 편집은 배우들의 연기를 무의미하게만 보이게 한다. 서로에게 화가나 있는 가족들의 정서적 괴리의 이유를 자세히 다루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배우들이 감정 연기를 하며 최대 에너지를 발휘해 내지만, 무의미하고 평범한 클로즈업 화면은 그들의 에너지를 낭비시키는 방해요소가 된다. 내재되어 있는 깊이있는 메시지를 좀 더 공감적으로 완성하는 영화적 시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절망과 희망의 공존을 추상적으로 담다 [다른 길이 있다]
[다른 길이 있다,2017]
감독:조창호
출연:김재욱, 서지예
줄거리
누워있는 어머니를 돌보는 딸이 있다. 도우미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딸은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한다. 한편,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적 있는 남자는 경찰로 일하지만 삶의 의욕이 없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나,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기로 한다.
간단평
[다른 길이 있다]는 상징적인 화면과 인물의 상황을 독특하게 구현하는 조창호 감독만의 장점이 강하게 드러난다. 인물들의 절망적 상황을 상징과 암묵적인 화면구성을 통해 설명하는 방식은 표현 방식의 차이를 추구하는 관객의 시선에서는 흥미로울 만한 부분이다. 문제는 이러한 독특한 상징과 표현에만 신경 쓴 구성이 모든 관객이 환영하는 부분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길이 있다]는 [피터팬의 공식] 이후 추상적 방식에 의존하는 조창호 감독의 연출관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인물들의 상황을 이해시키려는 듯 정서적 분위기와 전개 과정까지 암울하게 다루고 있지만, 이를 통해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징과 표현에 있어 독특함을 지니고 있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공감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잘 꾸민 화면과 독특한 표현 방식이 존재하지만, 관객을 이해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저 관객들이 잘 따라와 주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그러기에는 예술 영화내에서 느낄 수 있는 영화적 흥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차라리 실험 영화였다면 이해되겠지만, [다른 길이 있다]는 이야기와 인물이 분명 돋보이는 일반 영화다. 그점에서 할 수있는 공감된 방식이 유지되어야 한다. 일관된 연기 톤, 처져 있는 분위기 등 추상적 구성에만 머물러 있을 뿐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마지막 장면이 뜬금없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러한 공감, 개연성의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무비라이징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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