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스로를 내던진 시대의 영원한 반항아! [더 킹]의 정우성
17.01.30 14:01
[더 킹]은 정우성에 있어 사명감과 같은 작품이었다. 한강식은 단순한 악역을 넘어서 이 시대를 쥐락펴락한 검사 출신 부패 권력가의 전형을 상징하는 인물. [비트]를 통해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를 내려놓으며, 지금의 권력자들을 향해 대담한 저항을 선보이는 순간이다. [더 킹]의 위엄있던 왕이자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추한 권력자인 한강식이 되기까지는 보통의 결심만으로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내놓으며 시대를 향한 메시지를 내놓으려 한 대담한 용기는 어떻게 완성될 수 있었을까?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본인 연기를 평가하자면?
자평은 좀 그렇고, VIP 시사회서 동료들이 영화에 대해 좋게 평가해 주어서 기분이 좋았다.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
-현재 예매율 1위다.
출발이 너무 좋다. 감독님이 이야기했듯이 해학과 풍자가 강조된 마당극처럼 완성되서 좋은 것 같다. 이 영화는 그럴듯한 모습을 지녔지만 내면은 우스운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같은 영화다. 그 의도를 관객들이 잘 받아준 것 같다.
-부패한 공권력을 지닌 인물을 [아수라]에 이어 연이어 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영화라는 게 이상의 아름다움과 판타지를 보여줄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할 때가 있다. 영화인으로서 2, 30년 하면서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의식과 동떨어진 작품들 위주로 선택했다. 지금은 메시지와 문제의식을 지닌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 개개인은 사회에 첫발을 더딜 때 초심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그걸 지키려고 했지만, 환경에 의해 쉽게 오염되는 존재가 바로 우리 인간이다. 공권력을 지닌 인물일수록 더욱 그러한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강식은 어떻게 권력의 맛을 알게 되었을까? 그에 관한 배경적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태수와 한강식의 과거는 비슷했을 것이다. 영화는 태수의 시선에서 강식의 성공과 몰락을 동시에 보여준다. 강식 또한 태수처럼 순수한 초심을 지닌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협이란 범위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자기 합리화에 맞추다 보니 옳고 그런 판단에 상관없이 삐뚤어진 권력이 되었다.
-한강식은 왜 정치가 아닌 검찰청 안에서만 권력을 유지하려 했을까?
한강식은 검사장이 되면 더 큰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려 했다. 그가 검찰 안에서만 권력을 유지하는 설정은 검찰이란 조직을 개인의 사 심적인 야욕을 보이던 그로 인해, 조직이 어떻게 무너지고 망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한강식을 어떤 인물로 그리고 싶었나?
그는 사심에 충실하고 자기애가 강하다. 거기에 자기 합리성까지 젖어있는 인물이다. 월등한 의식을 가진 인간이다 보니 외형적인 모습이 강하다. 대표적인 장면이 그가 혼자 레스토랑 테이블에 앉아서 고급 스테이크를 음미하는 부분이다. 식사는 나눔의 의미를 가진 자리인데, 그는 그러한 의미를 나눌 줄 모르는 사람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면 결과적으로 대의를 위한 나눔을 실천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그는 사심의 울타리에만 머물러있다. 품위 있어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얼마나 치졸해 보이는가? 우아하지만 불행해 보이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극 중 슈트의 핏도 잘 맞는데, 그것도 권력에 대한 상징으로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그 인물의 위장이었다고 본다. 우월적인 위장이라고 할까? 한강식은 외피를 벗어 던지면 슈트를 입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극과 극 모습을 보여준다. 의상은 그의 과시였던 셈이다.
-한강식이 외형적으로 나이를 먹지 않은 모습도 그런 걸 의미하는 걸까? 그 모습이 마치 권력욕에 찌든 그의 뱀파이어적인 모습을 상징화한 것 같았다.
기자님이 말한 그 뱀파이어적 해석이 감독님의 의도일 수 있다. 이 영화는 현실적인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것을 영화적인 방식을 통해 가볍게 해석해 보고 싶었다. 그 점에서 보면 뱀파이어적 해석은 참 좋다. (웃음) 사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그것을 놓지 않고 영원히 영생하려 한다. 한강식은 그런 인물이며 자기와 결탁한 연대가 영원히 지속할 수 있도록 구도를 조작하는 인물이다.
-늙지 않는 건 배우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건 철이 안 들어서다. (웃음) 현실적인 타협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그것에 대한 활용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한재림 감독의 [관상]에서 이정재의 등장이 후광이 비추듯이 강렬하게 묘사된다. 본인이 연기한 한강식의 모습도 멋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공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멋진 등장이었다기 보다는 주인공들이 바라보는 극 중 주요 인물들의 모습이라고 할까? 바로 박태수가 바라보는 한강식의 모습이라고 해야 옳은 정의다. 그래서 한강식의 등장은 위엄있고 거대해 보여야 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허상이다. 내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런 큰 고민은 없었다. 태수에게 전달된 한강식의 느낌만 생각했다.
-굿판 장면이 화제다. 촬영 전에는 지금의 시국적 의미와 연관시킬 의도는 없었을 텐데, 공개된 이후 시국과 연결되는 장면이 되어서 느낌이 새로웠겠다.
촬영을 할 때는 부담도 없었으며, 우스운 장면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풍자적 장면으로 해석되길 바랐다. 우리도 티저 예고편을 보고 "아이쿠 이런 우연이…"라고 모두 놀랐다. (웃음) 관객들은 현실의 시 의적 시각으로 영화를 보겠지만, 우리는 부담이 갔다. (웃음)
-펜트하우스의 일장 연설이 인상적이다. 정의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의 가치관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장면 때문에 한강식을 해야겠다 결심했다. 굉장히 강한 이야기지만, 태수에게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장면이다. 권력자들이 추종자들을 만드는 방식과 같다. 그러고 보면 그를 통해 왜 역사 공부가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한강식은 무너져야 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정우성의 모습을 내려놓고 어떻게 해서든 한강식을 흔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권력을 풍자 해야겠다는 말을 들어보니 [비트] 이후의 반항, 저항의 정서를 아직도 갖고 계신 것 같다. [더 킹]은 정우성의 성숙해진 반항을 보여줬다고 해야 할까?
요점 정리를 너무 잘해줬다. (웃음) 맞다. 어떻게 보면 나 역시 세상에 아무것도 없이 혼자 나와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여정을 떠나왔다. 그 과정에서 세상의 불합리한 순간을 자주 경험해 봤다. 나의 저항은 이 사회와 좋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의도에 가깝다. 이 사회가 좀 더 바람직하길 바라는 막연한 기대라고 할까?
-후배들을 폭행하는 장면에서의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비하인드라… 맞는 사람이 안 맞았다면 그런 거지. (웃음) 배성우 씨 때릴 때는 너무 웃겨서 참느라 힘들었다. 상대에 대해 모멸감을 주는 장면인데, 그런 모멸감을 커다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한강식의 본성이라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연출경험도 있으신데, 감독 정우성이 [더 킹]을 만들었다면?
고민좀 해봐야겠다. (웃음) 왜냐하면 [더 킹]은 한재림 감독의 온전한 작품이기에 내가 연출을 한다면 이렇게 했겠지라는 상상을 해본적이 없다. 대신 그런건 있었다. 밸런스를 마추고, 이야기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방식에서는 감탄할수 밖에 없었따. 이 영화는 한재림 감독이 얼마나 훌륭한 아티스트 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감독의 시선에서 본다면 너무나 부러운게 많은 작품이다.
-현실 속 부패한 검사들의 몰락을 어떻게 보는가?
검찰은 근대 사회부터 부각된 막강한 권력 조직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은 큰 용기였다고 본다. 그런 감독의 선택에 동참하고 싶었다. 영화에도 언급되지만, 99%의 검사는 바른 설계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수의 1%가 삐딱한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올바른 검사들이 나약하고 무기력해졌다. 권력 조직의 삐뚤어진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와 조직의 문제의식을 일으켜보고 싶었다.
-정우성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멜로와 남자 출연진과 함께 출연한 작품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들이 좋은가?
모두 편하다. (웃음) 어떻게 보면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그릇에 담기는 게 우리 직업이다. 그래서 따로 선호하거나 바라는 구도는 없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로운 장르를 왔다 갖다 한 것 같다. 그럼에도 영화 촬영에 있어 팀워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워크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고 배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더 킹]의 팀워크는 너무 좋았다.
-후배들을 대하는 정우성만의 방식은?
세트장에 들어서면 선후배가 아닌 동료다. 그런 건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선후배로 하면 연기하는 데 있어 재미가 없잖아. (웃음)
-인터뷰를 하는 내내 단어 선택에 있어 신중을 가하는 것 같다. 평소 책, 신문은 어느 정도 읽는가?
나는 표현이 직업이다. 그렇기에 나 다운 표현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인터뷰는 내 직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야다. 인터뷰에서 내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책에 의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남의 표현에 의지하는 것도 한계다. 결국 나다운 것을 찾고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배우 정우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람들이다. 어떤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의미부여는 사람마다 다르다. 결국, 스스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중요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연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 세상에 대한 소중함과 가치, 아름다움에 대해 늘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인맥이 많지 않다.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내 일상이 많이 없다. 인터뷰하면서 삼청동 길을 걷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삼청동 길을 걷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소소한 것에 삶의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행복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다. 돈도 돈의 소중함을 모르면 금방 없어진다. 개인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정말 좋다. 영화 현장에서 첫 데뷔할 때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다수 스태프들이 너무 피곤해 보였다.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일에 대한 즐거움을 갖고 있는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스태프와 함께 하려 했다. 그런 함께 하는 습관이 사회 기부와 같은 좋은 일을 나누게 되는 행동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장편 영화 감독 데뷔는 언제쯤 하실 계획인가?
사실 이제는 도전이란 단어에서 벗어났다. 이제 준비되었고, 그 결과물이 어떤 관객과의 소통으로 이뤄질지 모른다. 예전에는 막현히 해야지 생각했는데, 타이밍을 언제 잡을지 모르고 미루기만 했다. 이제는 선택할 때가 되었다. 어릴 적에는 시나리오 쓸 때 내가 연기할 모습을 상상했다. 지금은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내 영화에 내가 주연을 해야 한다는 법칙을 꼭 고집하지는 않는다.
-기획사 대표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아마도 내가 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후배들에게 좋은 조언을 하고 싶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내가 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하는 일은 다 비슷하다. 함께 일하고, 조언도 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전문 경영인이 따로 있다. 경영인이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덕분에 나도 대표라는 짐을 내려놓고 배우로서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회사 이름인 '아티스트 컴퍼니'는 클래식한 느낌이 나 독특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지향점이다. 의미가 참 심플하잖아. 그 아티스트가 대표이며, 결국 회사에 소속된 우리 모두가 대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이 [더 킹]을 어떻게 봐주길 원하는가?
유쾌하고 통쾌하게 봐주셨으면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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