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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리뷰: 우리는 아직도 [변호인]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있다 ★★★

17.02.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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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2017]
감독:김태윤
출연:정우, 강하늘, 김해숙

줄거리
대한민국을 뒤흔든 택시기사 살인사건 발생! 유일한 목격자였던 10대 소년 현우는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에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한편, 돈도 빽도 없이 빚만 쌓인 벼랑 끝 변호사 준영은 거대 로펌 대표의 환심을 사기 위한 무료 변론 봉사 중 현우의 사건을 알게 되고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는 본능적 직감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현우를 만난 준영은 다시 한번 정의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현우는 준영의 도움으로 다시 한번 세상을 믿어볼 희망을 찾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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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는 [재심]은 사회적 논란이 된 실제 사건을 재구성하기보다는 영화적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전작인 [또 하나의 약속]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를 가족적 정서가 담긴 드라마로 다뤘던 김태윤 감독의 시선은 [재심]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진다. 비극적인 사건을 중심에 놓기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변호사와 억울한 심경으로 한평생을 산 청년이 우정을 맺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기본적인 이야기다. 

이런 방식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논란의 소재를 보다 대중 친화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좋은 시도로 볼 수 있지만, 핵심 사건의 초점을 빗나가게 하는 단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재심]은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영화가 강조하고 싶은 의도와 주제는 무난하게 전달했다.     

논란이 된 문제의 사건을 영화가 다루는 방식은 법정 물 특유의 진실 게임 방식이 아닌, [변호인]이 사용한 공권력의 적나라한 폭력묘사를 빌려온다. 주인공이 형사들의 폭력적인 강압에 못 이겨 가해자가 되는 과정은 공권력의 부패와 폭력으로 해석돼 '약촌 오거리 사건'이 단순히 한 개인의 사건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청산되지 않은 불행한 역사가 남아있듯이, 심판받지 못한 불합리한 공권력의 남용은 시대가 변한 지금까지도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살인 사건을 상징적으로 정의한 [재심]은 이후 사건과 관련한 주변 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데 주력한다. 이로 인해 사건의 존재감 대신 캐릭터와 인물의 정서가 더 부각된다. 변호사 준영은 정우 특유의 낙천스러움을 기반으로, 친정으로 떠난 아내와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어떻게든 사적인 이익을 위한 변호를 우선시하려는 인간적인 캐릭터다. 다소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적 모습이 강한 캐릭터는 관객들이 공감하고 함께 따라 갈수 있 는 존재이자, 드라마를 무난하게 전달해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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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물이 공권력의 폭력으로 세상을 향해 분노하는 다혈질적인 피해자와 함께 호흡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이야기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흥미 요소로 그리기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던 개인이 타인의 아픔을 통해 '공익'을 추구하게 되는 변화적인 모습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극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준영의 변화는 곧 피해자인 현우가 사회적 억압을 극복하는 상호작용적인 관계로 이어져 인간미가 담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렇듯 [재심]은 유머, 정서적 드라마와 같은 따뜻한 시선과 개인의 자각, 사회적 메시지를 무난하게 전하고 있지만, 정작 사건을 본질적으로 다루는데 있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약촌 오거리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요인이 과도하게 사용돼 이야기의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기에 이른다. 사건의 본질과 인물의 변화와 같은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때도 감정적인 요인에만 의지해 후반부에 들어서는 다소 피로한 느낌을 전해준다. 

법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정작 중요한 법 관련 장면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사건과 법정이라는 긴박한 소재를 가지고도 이를 극적인 이야기로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장르 영화 특유의 흥미와 메시지의 파급효과를 보다 높게 해줄수 있는 요소들이지만, 이를 활용하려 하지 않는다. 사건에 대한 본질과 긴박감이 담긴 법정물의 묘미를 원했다면 실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변호인]이 휴머니즘적 시각과 사건의 본질을 모두 다루며 개인과 사회의 성찰을 제시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재심]은 휴머니즘적 시각에 너무 목매어 감정적 정서를 낭비한 것 같다. 좋은 의도와 달리 한쪽에 치우친 영화적 구성이 아쉬움을 주고 있지만, 인간미가 담긴 연기력을 선보이며 어두운 이야기를 따뜻한 시각으로 정의하려 한 정우와 강하늘의 연기만큼은 돋보였다. 

[재심]은 2월 15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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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퍼스픽쳐스/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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