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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 리뷰: 귀신에 홀린 기분이란 이런것인가? ★★★

17.02.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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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2016]
감독:올리비에 아사야스
출연:크리스틴 스튜어트

줄거리
프랑스 파리에서 퍼스널 쇼퍼로 일하는 미국 여자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 영혼들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녀는 최근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의문의 메시지가 들어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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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보는 주인공이란 설정 때문에 이 영화를 호러물이나 판타지로 기대했다면, 그 기대를 접어두는 게 좋다.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오락물로 활용하기보다는 소통과 자아와 관련한 메시지를 보다 더 의미 있게 전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그러한 대담한 실험성은 호불호의 반응을 불러오기 마련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영화서 보지 못한 신선한 느낌을 받게된다.   
 
[퍼스널 쇼퍼]는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담긴 내면 드라마와 초현실적 영화 사이에서 특유의 정서를 완성한다. 처음 모린이 죽은 쌍둥이 오빠와의 접촉을 위해 오래된 집을 방황하며 어둠 속 허공을 향해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호러 영화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불완전한 음향을 내거나 놀람을 불러오는 어떠한 자극 효과도 없다. 어둡고 평범한 공간 속 어딘가 문제의 혼령이 모린의 주변을 떠돌아 다니는듯한 여운을 남기며, 평범한 일상을 긴장감 있게 그리고 있다.

혼령의 존재를 확인하고 직접 소통을 이뤄낸 대목도 평범하지 않다. 모린앞에 서성이던 혼령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만, 그 존재 여부는 여전히 미스터리하게 그려진다. 19세기 유령과 소통하기 위해 책상 다리를 매개체로 이용했던 것처럼, 모린의 혼령은 그녀의 스마트폰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대화하려 한다. 혼령이 죽은 쌍둥이 오빠인지 아니면 악의적 의도를 지닌 악령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당황하는 그녀를 비웃으며 그녀의 인생에 개입해 혼란감만 가중시킨다.

이렇듯 미스터리한 설정을 통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이어나가던 영화는 혼령에게 자신의 자아와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는 모린의 애매한 행동을 비춘다. 호러물이었다면 혼령과의 대립을 이어나가야 하는게 정상이지만, [퍼스널 쇼퍼]는 혼령을 통해 나를 찾는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의 주제를 전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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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지만 영화적 개연성과 장르적 기준에서 다소 변칙적인 시도이기에 관객의 성향에 따라 극명한 호불호를 불러오는 논란적인 부분이다. 

모델의 쇼핑을 대신해주는 '퍼스널 쇼퍼'라는 직업이 가진 특징이 말해주듯이, 죽은 오빠에 대한 집착과 타인의 인생을 도우며 자신을 돌보려 하지 않은 모린은 홀로 떠도는 혼령처럼 자아를 잃어버린 존재다. 그러한 모린이 모델의 옷을 입고 보이시한 모습에서 아름다운 자신으로 치장하는 장면은 스스로에 대한 변화이자 자아를 찾으려는 한 개인의 몸부림으로 해석될 것이다. 자아를 잃어버린 인간과 혼령의 공존에서 끝날듯 싶었던 영화는 후반부 반전과 섬뜩한 여운의 미스터리를 통해 다시 한번 정체성에 대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하려 한다. 

공존할 것 같았던 혼령이 본색을 드러낸 장면으로, 그에게 끌려다닌 모린 이 또다시 자아에 대해 혼란을 느끼며 방황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다소 혼란스러운 느낌이 강한 결말의 여운은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와 극 중 흐름을 모호하게 만드며 여러 개의 의문만 남긴다. 그는 정말로 자아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 나름대로 예술가적인 욕심을 부리고 싶었던 것일까? 마지막만큼은 장르 영화의 여운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참신했지만 이야기의 전개를 벗어난 다소 과도한 실험적 영상과 설정이 혼란을 부추긴 것 같다. 아마도 모린이 느꼈을 귀신에 홀린 기분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려 한 대담함을 선보이려 한 것일까? 그럼에도 파격적인 노출 연기를 불사하며, 상영시간 내내 팔색조와 같은 심리와 외형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이 이 영화의 난해함을 조금이나마 억제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어렵지만 그녀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퍼스널 쇼퍼]가 말하고자 한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보다 공감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퍼스널 쇼퍼]는 2월 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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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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