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소 고지] 리뷰: 폭력의 시대와 맞서 싸운 선한 '브레이브 하트' ★★★★
17.02.15 22:08
[핵소 고지,2016]
감독:멜 깁슨
출연:앤드류 가필드, 샘 워싱턴, 휴고 위빙, 빈스 본, 테레사 팔머
줄거리
비폭력주의자인 도스(앤드류 가필드)는 전쟁으로부터 조국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의무병으로 육군에 자진 입대한다. 총을 들 수 없다는 이유로 필수 훈련 중 하나인 총기 훈련 마저 거부한 도스는 동료 병사들과 군 전체의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된다. 결국 군사재판까지 받게 되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은 도스에게 군 상부는 오키나와 전투에 총기 없이 의무병으로 참전할 것을 허락하는데…
이제 멜 깁슨을 8, 90년대를 대표한 액션 스타보다는, 재능있고 훌륭한 연출자로 부를 때가 온 것 같다. 공식적인 연출작이 5편에 불과하지만, 작품 모두 평균 이상의 호평과 반응을 끌어냈던 걸 생각해 본다면 이제는 '장인'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연출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의 다섯 번째 연출작 [핵소 고지]는 멜 깁슨의 연출적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간 인물의 내면을 전기적으로 다룬 과정과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둘째 치더라도, 대중 영화가 갖춰야 할 흥미적 요인을 완성하고 이를 적절하게 다루는 방식은 어느 감독도 하기 힘든 실력이다.
[브레이브 하트]가 시대극이 지닌 액션과 캐릭터에 묘미를,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종교적 상징, 언어와 묘사에 사실성을 둔 흥미, [아포칼립토]가 잉카 문명과 추격전의 묘미에 흥미를 강조했다면, [핵소 고지]는 드라마, 전쟁 영화가 지닌 묘미를 기반으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한다. 주인공 도스의 일생을 성장, 멜로 드라마의 방식으로 다루며 인물의 정의 하려는 방식부터 남달랐다. 단순한 전쟁 영웅이자 이상주의자로 그리기 보다는 그가 폭력을 혐오하고 순수한 감정을 사랑했던 인물이었음을 강조하는 대목이 관객 입장에서는 친근하게 비춰질 것이다.
다소 무거울 법한 군대와 전쟁을 다루는 장면에서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요소를 첨가한다. 개성 있고 인간미가 강한 군인 캐릭터들을 통해 오락적인 유머와 전쟁 영화 특유의 인간미를 강조하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도스가 군훈련을 위해 마주하게 된 전우들과 훈련장의 모습은 스탠릭 큐브릭 감독의 [풀 메탈 자켓]과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정서를 합쳐 놓은 듯 하다. 각자의 별명과 개성을 지닌 평범하고 정겨운 청년들의 모습과 그들의 훈련 장면에는 정겨운 유머로 표현되지만, 그런 청년들에게 전쟁과 희생을 강요하며 살인을 명령하는 장교들과 교관의 모습에서는 국가와 시대의 폭력이라는 진중한 상징으로 연결된다.
훈련장에서의 갈등은 도스의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으로 미쳐버린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로 인해 싸움을 혐오하던 그가 자신이 속한 집단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 대목은 상징적으로 비춰진다. 이는 국가, 신념, 개인의 문제와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에 대한 광범위한 이야기로 해석돼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긴다. 국가와 전우들의 강압과 애원속에서도 자신만의 비폭력적 신념을 꺾지 않으려는 도스의 투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적 흥미를 불러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멜 깁슨 감독은 이러한 도스를 특별한 영웅으로 강조하기보다는 전장의 한 가운데서 도 자신의 신념을 통해 생명을 구하려는 이상주의자의 모습으로 그린다. 특히 이 부분은 훈련장에서 갈등을 일으킨 부대원과 도스가 하나가 되어가는 우정의 드라마 형식으로 표현돼 진한 정서적 여운을 남긴다. 갈등을 일으킨 인원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못지않은 생생한 전투신 묘사가 한몫했다.
군인들의 처절한 몰골, 안개를 이용해 습격과 공격을 가하는 악마같은 적, 피아 구분을 막론하며 잔인하게 죽어가는 군인들의 모습이 광범위한 규모의 생생한 묘사를 통해 그려진다. 그러한 아수라 같은 지옥에서 자신의 인간애와 신념을 지키며 무기를 들지 않은채 부상당한 동료들을 구하는 도스의 모습은 살기 위해 싸우는 병사보다 더 처절하고 간절하게 표현된다.
지나치게 이상적인 장면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멜 깁슨은 이러한 개인의 신념 적 투쟁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과 무의미한 살생쟁을 강도있게 비판하려 한 것 같다. 도스의 간호와 일본군의 할복이 교차적으로 그려낸 장면은 생명의 가치를 다르게 의식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비교하는 대목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도스의 비폭력 추구는 진정한 평화를 원했던 그의 간절한 기도처럼 들려온다.
전쟁 영화가 지닌 순기능적인 반전 메시지와 대중 영화적 흥미를 적절하게 조화시킨 가치있는 영화로 수준 높은 연출력을 선보인 멜 깁슨의 다음 감독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앤드류 가필드를 비롯한 조연진들의 연기 또한 정감있는 드라마의 정서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핵소 고지]는 2월 2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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