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심]의 강하늘 "실제 주인공과 나눈 이야기는…"
17.02.21 09:18
강하늘은 인터뷰 당일에도 [재심] 속 현우의 모습 그대로 등장했다. 아마도 현재 촬영 중인 [청년경찰]을 위해 짧은 머리와 야윈 외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오늘 인터뷰는 강하늘이 아닌 극 중 현우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덕분에 영화 [재심]에 임한 각오와 인물의 심경에 대해 더 많이 물어볼 수 있었던 것 시간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의 연기를 자평하자면?
(웃음) 자신의 연기를 보고 어색함을 느끼는 건 모든 연기자의 다같은 심경이 아닐까?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저 장면에서 저러지 못했을까 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에서 다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각본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소감은?
감독님, 정우 선배와 함께 리딩을 했을 당시에는 정우 선배가 막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울어야 하나 고민했다. (웃음) 나는 선배의 그런 모습이 참 좋다. 나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몰입도가 쉽게 되었다.
-너무나 억울하고 아픈 인물이라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이런 연기도 좋다고 생각한다. 싫어하는 인물이면 관객들이 정말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운이 좋다고 보는 건 참여한 작품마다 성격이 모난 사람이 전부 없다는 점이다. 모두 다 성격이 좋고, 굉장히 편한 인물들이다. 현장에서 웃고 즐겁게 하는 걸 지향하고 있어서 캐릭터 자체는 무거웠지만, 현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수월하게 연기했다.
-실제 사건 속 피해자와의 만남은 어땠나?
되도록 이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많이 안 물어보려고 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말 한마디가 그분의 상처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가족 이야기를 많이 하는 모습에서 순박한 아버지의 모습이 느껴졌고,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대강 느낄 수 있었다.
-[쎄시봉] [동주]에 이어 세 번째, 실화 인물을 연기한다.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데 있어 남다른 비결이나 원칙이 있나?
그러고 보니 실화 작품만 세 번째다. 하지만 이런 실화 영화를 준비하면서 지키는 원칙은 너무 실제적 상황에 빠지지 말자였다. 그러면 내가 감정적으로 너무 과하게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시나리오에 집중하려 노력했으며, 외적으로 많이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감독님과 주로 많이 나눈 대화는?
감독님께 천재 같다는 말을 자주 드렸다. (웃음) 내가 생각하는 김태윤 감독님의 장점은 인물 한 명, 한 명의 감정을 전부 시나리오에 쓴다는 점이다. 그 인물을 표현하는 부분이 아주 통찰력이 있으시다. 그래서 감독님께 고마운 마음을 많이 느낀다.
-[동주]에서는 맑은 모습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더 남성스러워졌다.
감사하다. 그런 모습으로 봤다면 칭찬이라고 느낀다. [동주]에서 여리여리 했다면 이번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몸을 키운 건가? 극중 차인표 닮았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건가?
(웃음) 절대 아니다. 오히려 더 줄었다. 인물을 날카롭게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 차인표 선배님 닮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웃음) 아무래도 극 중 대사 때문인것 같다. 우리 어머니도 미남 스타라고 하면 차인표라고 바로 말한다. 아무래도 선배님이 어머님들의 미남상 이었던 것 같다.
-극 중 거친 일당백 액션신에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사실 각본을 보면서 그 부분에 많이 고민했다. 이게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멋진 액션 보다는 내가 진짜 악에 받쳐 보이는 장면이라 생각하고 연기하기로 했다. 몇 분 안 된 장면이지만 무려 4일동안 찍은 장면이다. 여러 팀들 싸우느라 힘들었다. (웃음) 액션도 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몸이 많이 피곤했고, 캐릭터에 대한 몰입을 더 많이 하려 했다. 사실 때리기보다는 많이 맞았다. (웃음)
-스토리가 너무 감정적인 부분에 치우친 것 같다.
나도 그렇다고 본다. 사실 대본상에는 모든 장면이 다 담겨있었다. 논리적인 부분도 있었고, 함께 사건을 추적하는 긴장감 있는 자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메시지를 강조해야 하는 작품이다. 다큐가 아닌 관객이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지향점을 제시해야 하는 게 우리 일이다. 그래서 지금의 감독님이 결정하신 선택이 옳다고 본다.
-현우가 어머니를 위해 갯벌에 줄을 달아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달라진 현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 촬영했을 때도 너무 마음이 아렸다고 할까? 감독님과 스태프도 그 장면을 정말 좋아하셨다.
-[순수의 시대] 이후 필모그래프를 보면 가벼운 작품 다음에 무거운 작품 순서로 진행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편해지기 위해서인가?
그런 건 아니다. 작품을 읽고 재미있어서 먼저 선택하는 거다. 대본을 읽고 재미있거나 같이하는 사람들이 좋거나 또 다른 배움이 될 것 같아서 선택할 때가 많다. 그러고 보니 내 필모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저번에 아는 친구가 캡처해서 보여줬는데, 내가 출연한 작품들이 대부분 2월에 개봉한다는 거였다. (웃음) 정말 의도한 건 아닌데… 그래서인지 2월이 되면 기분이 묘하다.
-드라마에서는 인텔리한 역할을 많이 하고, 영화는 그와 반대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의도가 아닌가?
(웃음) 그것도 있었네. 정말, 우연이다. 만약 [미생] 감독님이 장그래나 한석율 같은 캐릭터를 주셨다면 잘하려고 했을 것이다. 나에게 다른 역할을 주셨더라도 주신 거에 따라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출연작들에 메시지가 있다. 시나리오 볼 때도 그 점에 초점을 놓고 보는 편인가?
글쎄, 내가 우울하게 생겼나 보다.(웃음) 내가 의식 있어 보이는 것 같지만 감사하게도 좋은 대본들이 나에게 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성공적이면서 아름다운 필모그래프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유독 남남케미가 많다. 여배우와 좋은 호흡을 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
굳이 바라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우선이다. 그럼에도 멜로나 로맨스와 같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감성적인 영화를 액션보다 좋아해서 더 많이 제안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동주]에서 함께 출연한 박정민과 행보가 비슷하다.
정민이 형하고 정말 친하다. 한번은 어떤 기자님이 친한데 둘이 왜 이렇게 많이 없냐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오래된 연인일수록 길게 대화 안 하는 겁니다." 라고 (웃음)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 안 해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다.
-약자의 입장을 주로 많이 연기해서 그들의 삶을 연기했다. 어려움 속에서 절망하거나 저항하거나 그리고 지조를 잊지 않으려 한다. 약자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무엇이라 보는가?
나는 세상이 강자와 약자로 나누는 방식을 싫어한다. 물론 법적인 제도하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약자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 까지 약자의 입장으로 포괄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싫었다. 나는 나 자신을 믿으면서 사 는편이다. 나 또한 약자일 수도 있지만, 긍정이 힘이 나를 빠꿀수 있다고 생각해 절대 내 자신을 약자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맡은 캐릭터들이 절대 약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에서 '메이저'급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본다. 내가 아직 성숙한 사람이 아니기에 전부이야기 할 수 없지만,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우선으로 나눠주고 실천하는 것이 원칙이라 생각한다. 되도록 그런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평소 시나 일기를 주로 쓴다고 했다. 요즘도 그런가?
맞다. 시나 일기를 쓰는 건 사람으로서 살아가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책을 낼 생각은 없다. (웃음) 사실 매일 쓰지는 못한다. 며칠전 '인생 술집'이라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고 피곤해서 바로 잤다. 매일 쓰지 못하지만 최대한 머리 위에 두고 있다.
-올해 또 다른 계획은
여행을 가고 싶다. 쉬는 타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인도, 중국, 일본 등 아시아적인 문화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그런 곳을 꼭 가고 싶다.
[재심]은 현재 절찬리 상영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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