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리뷰: 히어로 영화 역사에 남을 위대한 피날레 ★★★★
17.02.24 00:54
[로건,2017]
감독:제임스 맨골드
출연:휴 잭맨, 패트릭 스튜어트, 보이드 홀브룩, 다프네 킨, 스테판 머천트
줄거리
가까운 미래, 능력을 잃어가는 ‘로건(울버린)’은 멕시코 국경 근처의 한 은신처에서 병든 ‘프로페서 X’를 돌보며 살아간다.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기며 살아가고자 했던 ‘로건’은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쫓기는 돌연변이 소녀 ‘로라’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마지막 울버린 시리즈 [로건]은 노인이 된 울버린의 여정을 그린 마크 밀러의 코믹스 '올드 맨 로건'을 바탕에 두고있다. 노인 울버린이란 이미지가 주는 만큼, 죽음과 처절함의 강도가 한층 강했던 원작 속 분위기를 생각해 본다면 [로건]은 그동안 나온 역대 [엑스맨] 프랜차이즈를 포함해 가장 처절하면서도 우울한 분위기가 가득할 작품이 될 것이다.
제임스 맨골드의 [로건]은 휴 잭맨이 연기할 울버린의 마지막을 의미있게 그리기 위해 세 개의 정서적 테마를 활용했다. 첫째는 서부극, 둘째는 가족, 셋째는 죽음에 관한 여운이다. 화려한 배경과 스케일을 자랑했던 역대 [엑스맨] 시리즈와 달리 [로건]은 휴 잭맨의 울버린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었던 투박한 분위기와 정서를 살리는 데 주력한다. 소박하면서도 다소 거친 장면과 설정이 담겨있지만, 그 안에 있는 투박함의 묘미가 묘한 흥미를 불러온다.
그러한 투박함의 정서를 대표하는 장르를 꼽으라면 바로 서부극일 것이다. 미국과 멕시코 지역의 황량한 사막과 인적이 드문 시골, 아무도 오지 않는 울창한 숲속이 이번 작품의 전체적인 배경이다. 법과 질서가 무너진 미지의 땅에서 인간이 지닌 일말의 정의를 위해 싸우는 떠돌이 영웅의 이야기는 서부극의 익숙한 설정으로 극 중 영화로 등장하는 고전 서부극 [셰인]을 통해 로건이 지향하고 있는 서부극의 정서를 대변하려 한다.
하지만 [로건]의 서부극의 지향점은 [셰인] 보다는 나이든 서부 무법자의 쓸쓸함을 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 가깝다.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친구였던 엑스맨들 모두 멸정한 상태에서 로건은 국경지대의 리무진 운전사로 일하며 뇌 질환을 겪고 있는 프로패서 X와 유일한 뮤턴트인 칼리반과 함께 살고 있다. 거기에 그의 몸도 예전과 다르다. 스스로 자가 치유능력을 지녔던 힐링 팩터 기능이 예전에 비해 약해진 상태다.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죽음만이 남겨진 상황에서 의도치 않은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자신과 닮은 뮤턴트 소녀 로라와 그녀를 쫓는 악당들의 등장은 오랫동안 은둔한 채 히어로 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로건의 정의감을 일깨우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울버린을 닮은 아이답게 로라는 울버린 못지않은 잔인성을 지니고 있다. 작고 여리여리하게 생겼지만 성인 남성을 바로 쓰러뜨리는 강렵한 힘과 날렵한 동작, 울버린보다 빠른 치유능력에 날카로운 클로를 휘둘며 수많은 적들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일방적인 학살에 가깝다.
예전보다 약해진 탓에 많이 맞고 괴로워하고 상처 입은 로건의 모습이 처절하면서도 애잔하게 그려지지만, 로라의 도움과 자신과 같은 존재의 등장으로 다시금 분노의 액션을 선보인다. 어린 야수의 본성을 지닌 소녀는 로건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잔인한 19금 액션의 진수를 배가시킨다. 처절한 액션은 [엑스맨] 시리즈로 대변된 소수자들의 저항 의지를 상징하며, 로건은 바로 그들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캐릭터였음을 상기시켜 준다.
잔인한 뮤턴트 소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로라 또한 아이의 순수한 본성을 지닌 존재다. 과자와 놀이기구, 장난감, 음악듣기등 또래의 행동에 호기심을 두고 따라 하는 로라의 모습에서는 SF 영화의 외계인과 미지의 세계에서 온 순수한 존재를 보는듯하다. 로건은 자신과 같은 비극적 처지에 놓인 로라의 모습에 무심한듯하면서도, 어린 소녀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평생 고독감과 씁쓸함을 맞이한 그에게 어린 소녀의 등장은 투박한 [로건]의 정서에 가족 영화적인 분위기를 불어 넣어주게 된다. [로건]의 묘미는 바로 이런 아빠와 딸의 정서를 자극하는 두 세대별 뮤턴트의 교감에 있다. 둘은 처음에는 무심함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서로를 의지하고 지켜주다 결국에는 부녀간의 정(精)과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또 한 명의 상처 입은 뮤턴트 찰스 자비에 '프로패서 X'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뇌의 질환으로 인한 대참사에 의한 죄책감을 지닌 채 미쳐 버린 그는 더 이상의 지적인 존재가 아니다. 실언과 욕설을 내뱉는 거친 프로패서 X의 모습은 그동안의 [엑스맨] 시리즈를 본 영화팬의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딱딱했던 평소의 모습과 다른 인간적인 모습에 흥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적인 프로패서 X의 행동은 로건, 로라와 같은 상처 입은 영혼들과가족군을 형성하게 되는 관계로 이어져 따뜻한 정서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타인 앞에서 신분을 숨긴 채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딸의 역할을 위장하고 있지만, 그 모습은 진짜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한 따뜻함을 전해준다. 프로패서 X는 오랫동안 혼자였던 로건에게 이러한 가족의 따스한 정서를 전하며 그에게 마지막 해야 할 의무가 무엇인지 깨우쳐 준다. 그것은 바로 부성애의 마음으로 로라와 마지막 남은 뮤턴트들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다.
[로건]은 그 임무를 죽음을 동반하는 위험한 여정으로 표현하려 한다. 로라를 지키기 위해 도주하지만, 끈질긴 적들의 추적과 약해지는 로건의 모습은 불사신이었던 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불러오게 한다.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의무감을 지키려 하는 로건의 모습에서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처절함과 애절한 여운을 자극한다. 이러한 목숨을 동반하는 값진 희생을 실천하는 자들이야말로 히어로임을 강조하며 죽음의 한복판에서 최후의 의무를 다하는 로건의 액션을 의미심장 있게 담아내려 한다. 어쩌면 죽음은 그런 고통 속에 산 그를 위한 편안한 안식과도 같은 휴식이 아닌지… 그러한 생각이 들정도로 [로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의 고통에 공감하고 체감하게 하는 강렬한 정서적 힘을 지니고 있다.
화려한 배경, 매그니토와 같은 강력한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 서부극 특유의 '날 것'의 투박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울버린 캐릭터가 지닌 특유의 정서다. 결국엔 그를 괴롭히는 최강의 적이 등장하게 되지만 이는 마지막 울버린 시리즈를 향한 상징적인 의미에 가깝다. 결국 [로건]은 오로지 울버린으로 시작해 그로 끝나는 작품이다.
날 것 액션의 묘미와 따뜻한 정서의 교감은 오랫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살아온 울버린을 위한 장엄하면서도 아름다운 선물이자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성공을 주도한 휴 잭맨을 위한 헌사와도 같다. 그점에서 [로건]은 히어로 영화 역사에 남을 최고의 결말이자 위대한 대장정의 마무리로 정의하고 싶다
[로건]은 2월 28일 전 세계 최초 전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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