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rising

[해빙] 리뷰:불친절 하지만 끝까지 봐야하는 이유 ★★★

17.02.27 16:44


19.jpg

[해빙,2017]
감독:이수연
출연:조진웅, 신구, 김대명, 이청아

줄거리
한 때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의 한 신도시. 병원 도산 후 이혼, 선배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사 승훈(조진웅)은 치매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어느 날, 정노인이 수면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흘린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들은 승훈은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한동안 조용했던 이 도시에 다시 살인사건이 시작되고 승훈은 공포에 휩싸인다. 그러던 중,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가 실종되었다며 경찰이 찾아오는데…

20.jpg

[4인용 식탁]으로 독특한 분위기와 세계관을 지닌 심리 스릴러로 나름의 개성을 구축한 이수연 감독이 오랜만에 스릴러를 갖고 돌아왔다. 오락적인 재미보다 영화가 지닌 장점과 특징에 중점을 둬 연출했던 감독의 전력을 생각해 본다면 [해빙]에게 오락적 요소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호불호의 강한 반응을 불러올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해빙]은 내과 의사이자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승훈을 주인공을 내세우며, 그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주변의 모든 의심스러운 순간을 담아내려 한다. 치매노인의 살인 고백, 정육점을 운영하는 노인의 아들 성근의 이상스러운 행동과 눈빛은 그들이 살인범이라는 확신을 주게 한다. 보통의 스릴러와 추리물이라면 이들을 추적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에 초점을 두기 마련이지만, [해빙]은 이수연 감독의 장기인 인간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조진웅이 연기한 승훈은 심리극의 전형에서 흥미로운 캐릭터다. 신분이 추락해 더는 재기하기 힘든 남자가 자신의 주변 모두를 의심하며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모습은 불확실한 위험에 처한 오늘날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미스터리한 사건과 진실을 파헤치기에는 결함이 많은 인물이기에 그를 탐정이나 영웅으로 표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해빙]은 자신의 처지와 사방의 위험에 사로잡힌 추락한 현대인의 내면을 부각하며 그의 깊은 불안감의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려 한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여지는 문제의 사건과 위협은 썩 즐거운 경험이 아니다. 반복되는 불안감과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내면 묘사가 다소 불편하게 다가온다. 문제는 인물의 혼란스러움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지루한 구도와 개연성이 떨어지는 흐름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의도된 설정인지 기본 전개 구도와 무관한 장면들이 등장해 전개상의 혼란을 불러오고는 한다.  

21.jpg

공포 적 분위기와 인물들 간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대립으로 긴장 구도는 잘 유지되는 편이지만, 이야기는 중반까지 겉돌기만 한다. 진실을 어느 정도 알아간 승훈이 행동에 들어가야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길다. 긴장감만 유지된 채 흐름상 전개를 이어나가지 못한 이 영화가 어딘가 문제가 많다고 느껴질 때쯤 [해빙]은 중후반 승훈의 아내가 납치되고, 주변의 모든 인물이 의심되기 시작할 때쯤 이야기의 활기를 띠게 된다. 

그리고 문제의 반전과 모호했던 초중반의 흐름에 대한 설명이 담긴 후반부가 진행되면서 역동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퍼즐을 맞추듯 영화의 처음과 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가져다준다. 초중반의 불친절한 묘사와 부실한 전개는 후반을 위한 복선이었던 셈이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모두를 속이며 강렬한 한방을 준비하려 한 이수연 감독의 계산과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을 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위해 너무 많이 희생된 영화적 요소들이 많아 안타깝게 느껴진다. 

전작에서 보여준 역동적인 모습과 달리 시종일관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불안 심리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모습을 민감하게 연기한 조진웅의 연기가 더할 나위 없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후반부, 연극을 연상시키는 대사와 연기 화법을 통해 캐릭터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며 영화의 정서를 순식간에 바꾸는 모습은 그가 왜 대세 배우인지를 입증시켜 준 대표적인 장면이다. 

추리물과 긴장감이 지속되는 스릴러를 원했다면 아쉬울 만 한 부분이 많지만, 상징적인 영상미와 중후반부부터 이어지는 '한방'은 스릴러 영화 특유의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해빙]은 3월 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무비라이징 바로가기 www.hrising.com/movie/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new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