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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시드 드림]의 강혜정 "[올드보이] 미도가 그립냐고요? 내 대답은…"

17.03.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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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루 엄마로 더 잘 알려진 강혜정. 하지만 한때 그녀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통해 세계가 주목한 여배우였으며,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여배우였다. 그런 과거의 명성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의 활동은 아쉬울법하지만, 오히려 강혜정은 지금의 평범한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배우에서 이제는 용감한 엄마 배우로 돌아온 그녀와 일문일답을 나눴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너무 잘 나왔다. 감독님이 상당히 연출을 잘해주셔서 고마웠다.


-오랜만에 촬영장을 들어서니 기분은 어땠나?

욕심내고 들어간 캐릭터는 아니었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역할에 충실했다. 정보를 전달하고 그 안에도 대호를 루시드 드림 안으로 안내하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그래서 루시드 드림과 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영화의 줄거리와 전개가 다소 복잡해서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꿈의 개념은 길몽, 흉몽 등이 있는데, 여기에 공유몽, 자각몽이라 하는 게 대입되었다. 이게 [루시드 드림]을 통해 보편화가 되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게 진짜로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들었다. 근데 이걸 더 알아보려 하니 나중에는 동호회 같은 연구 모임도 있다는 거다. 매니아들도 있는 분야라 해서 신기했다. 독일에는 루시드 드림을 위한 전용 안경까지 있다고 한다. 


-여성 과학자 캐릭터는 여타의 장르 영화에 많이 등장해 큰 매력을 과시한다. 참고한 캐릭터가 있었나? 

이 캐릭터를 보면서 전문가적이고 지적인 부분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한테는 욕쟁이 할머니가 편한데…(웃음) 솔직히 참고한 캐릭터가 있다면 [인터스텔라]의 앤 해서웨이가 선보인 브랜드 박사 역할이었다. 그걸 보면서 캐릭터를 유심히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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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인이 연구하고 완성한 캐릭터는 만족하나?

만족스럽지 않다. 원래 나는 내 자신에게 후하지 않다. 내가 연기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어색하다.


-만약 영화의 주인공이 소현이고, 그녀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면?

김준성 감독님이 연출한다면 할 의향은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캐릭터가 프랑켄슈타인 처럼 복잡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웃음) 소현지 직접 통제하고 이끄는 설정이 된다면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는 소현의 에피소드가 있었나?

사실 이야기가 많은 편이었다. 대호한테 정신과 치료를 제안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편집되었다. 소현은 마음 따뜻한 친구는 아니지만 믿음이라는 것을 지닌 인물이다. 그 믿음을 지녔기에 대호에게 과학적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작품을 선택한 배경에는 설경구, 고수와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김준선 감독님의 방향성이 뚜렷했기에 신뢰할 수 있었다. 


-강혜정의 눈으로 본 고수, 설경구, 박유천은 어떤 배우였나?

고수 오빠는 진지함과 집중을 할 줄 아는 배우다. 그리고 그에 따른 체력과 정신력이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다. 진지하게 작품에 임하는 오빠의 태도는 정말 배울점이 많았다. 설경구 선배님은 작게 내 뱉는 숨이나 모든지 하나 조차도 버릴게 없는 배우라 생각했다. 굉장히 짐슴청럼 연기 하시고 투박함 감성을 지니고 계시지만, 그 모습이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지적인 배우다. 고수와 설경구와 같은 대선배 앞에서 심하게 위축되는 신인 배우들은 많이 봤는데, 유천이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이 친구는 굉장히 본능적으로 세련되게 연기를 할 줄 안다. 촌스럽지 않고 투박하지 않고 세련되고 엣지 있엇 보이는 연기자다. 주눅 들어서 연기하는 게 아닌 믿음으로 연기하는 모습이 잘 보이는 좋은 배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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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활동을 안하다 다시 복귀하면서 고민하게 된 게 있다면?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은 건 질을 따지지 양을 따지지 않는다. 이 캐릭터가 극에 있어서 소중한지가 중요하다. 소현이 없었다면 루시드 드림을 안내할 사람이 없다. 대호는 아들을 찾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안내자 역할 정보자 역할이라면 그 역할의 크기와 비중이나 타이틀이 뭐든지 간에 중요하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는 조그만 역할이 좋다. 


-[올드보이] 이후 신비롭거나 파격적인 캐릭터를 자주 선보였고 훌륭하게 완성했다. 다시 그때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까?

[올드보이] 미도, [웰컴 투 동막골]의 여일 등 모두 비중은 크지 앟았다. 나올때 마다 임팩트가 컸을 뿐이지 분량은 많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모습들이 그립냐?' 라고 물으면 내 대답은 '아니다' 이다. 오히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다시 그 캐릭터를 하는 건 나도 싫다. 좀 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


-그런 과거의 전성기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무식한 게 약이라 하지 않나? (웃음) 바로 이거라 생각했다. 그때는 자연의 섭리처럼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읽고 이 장면에서 이 느낌을 받았으면 그대로 하자고 생각했다. 그거를 극복하는 것 또한 고통스러웠다. [연예의 목적] 때 그런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었다. 영화 촬영 이후에도 그 캐릭터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많이 우울했다. 


-그럼 과거 출연작은 보지 않으시는 편인가?

굳이 안 본다. 최근에 마지막 본 영화가 [허브]였는데, 하루가 엄마 뭐 하는 사람이야 해서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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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두고 있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

밝지 않은 캐릭터. 통통 튀고 맹랑하지 않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섬뜩한 역할이어도 좋다.


-혹시나 영화에 아쉬운 부분이 있나?

아쉬운 게 없다. 초반이 길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게 빠지고 대처된다 해서 문제 된 건 없다. 적당한 클라이막스와 적당한 기술로서 만들어진 오락 영화여서 보기에 편했다.


-2009년 [걸프렌즈] 이후 여러 배우들도 함께 출연하는 작품을 함께 하는 것 같다. 

추세가 그렇게 흘러가서 그런 것 같다. 사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캐릭터를 가지고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야기가 풍요로웠던 시기가 2007년에서 2008년까지가 많았다. 지금은 여러명의 흥행 배우가 나오는 영화들이 흥행하지 않나? 아무래도 요즘 그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전작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많이 개봉 못 해서 아쉬웠겠다.

안타깝다. 아이들이 열심히 했는데 어른들이 잘해주지 못해서 아쉽다. 다행히 IPTV서 선방했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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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후로 연기 활동의 지장이 있을 것 같다. 그 시간이 소중할 수도 있지만, 연기자로서 아쉬운 건 없었나?

아쉬운 건 있다. 솔직한 말로는 우울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하루가 나의 에너지가 되어준다. 나는 이 친구에게 치유받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내 현실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서 이성적으로 나가는 힘을 느낀다. 
 

-하루가 빨리 컸다. 하루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쯤에는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선배님 중에 자식 때문에 많은 걸 포기 하신 분들이 많다. 그러다 연기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시기가 있는데, 대부분 자제분이 대학생이 된 시기였다. (웃음) 아마 그때쯤 이면 가능하겠지? 남편도 나처럼 아이 육아에 힘쓰며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그 힘든 일을 혼다 다 짊어지는 건 정말 외로운 일이다. 그러니 내가 더 도와줘야지.


-배우 강혜정의 전성기는 한국 영화가 르네상스라 불리는 시기였다. 지금은 할리우드 시스템이 영화계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시대인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맞다. 그런 느낌은 요즘 극장갈 때 느꼈다. 물론 멀티플렉스 시스템은 여전히 편리하고 획기적이다. 하지만 낭만이 없다고 할까? 그게 너무 안타깝다. 예전에는 추운 바람 맞으면서 바깥에서 영화 티켓을 끊고, 포스터도 보고, 이 극장에서 사람 많다 하면 바로 옆 극장 가서 보고 그랬는데… (웃음) 불편했지만 지금에는 찾아볼 수 없는 낭만이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예전 마포에 살던 시절 여의도 IFC CGV에 낡은 피아노가 놓여져 있는게 보였다. 거기 갈 때마다 캥거루 모자를 쓴 할아버지께서 피아노를 치셨는데, 너무나도 잘 치신 거였다. 그래서 오빠(타블로)와 데이트 할때마다 그 할아버지의 연주를 보며 감탄한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할아버지가 잘 계시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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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나 작품은?

잘만든 추리물을 하고 싶다. [시그널] 같은 작품? (웃음)


-올해 어떤 활동을 보여줄 예정인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생각이다. 예전에 공백기가 조금 길었기에 그 간극을 최대한 줄이려 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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