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스컬 아일랜드]리뷰: 봉준호의 [괴물], [지옥의 묵시록][킹콩]과 결합되다 ★★★☆
17.03.05 16:55
[콩:스컬 아일랜드,2017]
감독:조던 복트-로버츠
출연:톰 히들스턴, 사무엘 L.잭슨, 브리 라슨, 존 C.라일리, 존 굿맨, 코리 호킨스, 경첨
줄거리
전 세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 어느 날 세상에 존재하는 괴생명체를 쫓는 ‘모나크’팀은 위성이 이 섬에 무언가를 포착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이에 모나크의 수장이자 탐사팀의 리더를 필두로 지질학자, 생물학자가 합류하고, 수많은 전투에서 뼈가 굵은 베트남 베테랑인 중령과 부대원들, 그리고 전직 군인 출신의 정글 전문 가이드와 ‘반전’ 사진기자가 탐사의 진짜 목적을 파헤치기 위해 작전에 동참한다. 폭풍우를 헤치고 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이 섬의 왕인 ‘콩’! 콩은 등장과 함께 모든 것을 박살내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해골이 흩뿌려진 황무지에서 콩의 적들까지 마주하게 되는데…
얼마전 [콩:스컬 아일랜드]를 위해 내한했던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은 기자회견 내내 한국 영화 사랑을 언급하며, 이번 영화에 한국 영화에 등장한 여러 독창적인 요소들을 참고했다고 언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말이 단순히 한국 방문을 위한 효감을 표하려한 발언으로 생각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결과물을 보며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요소가 생각보다 강해 [콩:스컬 아일랜드](이하:[콩])는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 감독의 정서에 익숙한 한국 관객에게 매우 친근하게 다가올 괴수 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콩]은 괴수 물의 기준에서 영화를 관람하려는 팬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쉽게 느껴질 대목이 많다.
이는 같은 세계관을 함께하는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가 지닌 정서와 비슷하다. 괴수의 크기는 키웠지만 이를 활용하려는 방식이 관객이 원한 기대감을 조금 벗어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괴수에 대한 온갖 대단한 묘사는 다 해놓고 정작 그 실체를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고질라]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콩]의 경우는 괴수의 실체를 신비감 없이 바로 보여주고 있지만, '괴수 어벤져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등장 괴수와 이들이 격돌하는 비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괴수물의 관점에서 기대하고 본다면 파괴적 요소와 신비감이 적어 아쉬울 따름이지만, [콩]은 묘사, 편집 그리고 상징성과 같은 기본 요소에 충실한 면을 보이며 보다 확장된 개념의 볼거리를 선보인다. 오히려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괴수가 아닌 인간에게 있다고 할까?
2차 세계 대전 태평양 전쟁에서 싸우던 미군과 일본군이 스컬 아일랜드의 해변에서 결투를 벌이는 오프닝은 이 영화가 지닌 기본적인 장치와 분위기를 대변하는 대목이다. 긴장감이 서려 있어야 할 장면을 유머와 아이러니가 섞인 분위기로 표현한 것이다. 장르적 기본 공식을 거스르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의 전형을 생각해 본다면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다.
이 장면에 대해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은 봉준호, 김지운, 박찬욱 감독의 한국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정서라 언급했다. 아이러니함의 정서는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다 깊이 있게 만들어내며 영화에 대한 강렬한 여운을 만들어낸다.
[콩]의 흥미는 영화적 오마주와 이를 활용한 편집과 컷을 활발하게 활용해 의외의 볼거리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실험적인 시도에 있다. 시대적 배경이 월남전 직후인 점을 강조하며 전쟁이 만든 인간의 광기와 탐욕을 킹콩으로 대변되는 자연의 법칙을 통해 치유되는 장면을 통해 강렬한 풍자적 메시지를 담으려 한다. 이를 위해 영화는 대표적인 월남전 영화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에 바탕을 두려 한다. 킹콩과 인류가 최초로 마주하는 초반부의 격돌씬은 [지옥의 묵시록] 속 그 유명한 헬기 공격 장면에 대한 오마주로 원작에서 미국의 오만함과 전쟁의 광기를 서정적인 풍자로 그려냈던 장면을 괴수를 통한 자연의 심판으로 재해석한 장면이란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베트남 정글을 탐험하며 커츠 대령을 찾아 나서는 [지옥의 묵시록] 속 군인들이 [콩]으로 들어와 스컬 아일랜드의 신비스런 자연적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 셈이다. 베트남의 정글을 통해 그려진 인간의 추악한 본성은 스컬 아일랜드에서도 동일하게 묘사된다. 갑작스러운 괴수들의 습격으로 동료를 잃은 군인들은 공포, 복수심을 느끼며 광기적 본성을 드러낸다. 괴수들을 마주하며 복수에 대한 광기를 드러내는 사무엘 L.잭슨의 파카드 중령은 그러한 인간의 폭력성과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지옥의 묵시록] 속 주요 인물들의 면모를 반쯤 섞은듯하며, 존 C.라일리가 연기한 말로우는 커츠 대령의 코믹한 모습을 보는듯했다. 무엇보다 무표정한 상태로 외부인을 맞이하는 섬의 원주민들은 베트남 숲속에 숨어지낸 생존자들의 모습 그 자체다.
괴수에 대한 등장이 기대보다 적었을 뿐 괴수들에 대한 묘사와 볼거리에서는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역대 최고로 더 커진 30M 킹콩의 위엄과 더욱 날렵한 움직임, 뛰어난 지능, 무자비한 파괴력, 도구를 활용한 모습은 압도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후반부 스컬 크롤러의 제왕과 격돌하는 장면은 고전 영화 버전과 피터 잭슨이 연출한 [킹콩]의 요소를 적절하게 사용해 긴장감 넘치는 볼거리를 완성한다. 파커드 중령과 콘라드 (톰 히들스턴) 일행이 다른 종류의 괴수들과 맞서는 대목에서 정글 모험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괴수들의 특징을 활용한 대목도 나름 볼만했다.
특히 킹콩의 라이벌 스컬 크롤러의 움직임과 형태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괴수의 형태와 특징을 빌렸음을 보여주며, [괴물]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오마주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도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신과 [달콤한 인생]의 액션을 빌린 장면들도 있다. (이 부분은 직접 찾아보길 바란다.)
그 밖에도 컷과 컷 사이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재치있는 편집 능력 (킹콩이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입을 벌리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그 다음 컷에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의 입을 클로즈업 해 킹콩의 무서움을 암시한 장면)을 적적하게 사용한 대목들도 흥미로운 장면들이다. 전자서 언급한 사무엘 L.잭슨의 파커드 중령과 존 C.라일리의 말로우 캐릭터의 연기와 색채가 좋았던 반면 일부 캐릭터들이 모호하고 비중이 작었던 부분은 아쉽게 느껴져 캐릭터 활용과 메시지 전달에 조금 욕심을 버렸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콩:스컬 아일랜드]는 3월 8일 개봉한다.
P.S: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쿠키 영상이 공개된다. 바로 워너브러더스의 몬스터 유니버스의 확장을 예고한 대목으로 고질라, 킹콩보다 더 놀라운 존재의 등장을 예고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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