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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빙]의 조진웅 "[시그널]의 이재한 보다 악랄한 악역이 즐겁다."

17.03.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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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와 작품과 관련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에 몰입된 나머지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기 자체를 재미있게 하는 배우지만, 따분할 수도 있는 인터뷰 시간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며 즐거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모습에서는 매 순간을 즐기고 있는 도전적인 배우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조진웅의 인생의 모토는 "충돌을 피하지 말자!"라고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연기 임무를 충실하게 해려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과연 대세 배우는 저절로 되는게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금의 인터뷰 타임을 마음껏 즐기며 자기만의 연기관부터 묻지도 않은 대학교 시절의 이야기까지 풀어놓으며 그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해빙] 속 본인의 연기를 자평하자면? 

어이구 뭐, 자평까지야 (웃음) 감독님이 의도한 대로 완주한 기분이어서 다행이다. 이번 영화 속 역할이 정말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보기만 해도 후련한 기분이다.


-승훈은 본성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 선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감독님이 설정한 내용대로 유지하려 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혼란은 없었다. 만약 그런 지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라 본다. 여러 다양한 설정과 계산을 한 장면이 많아서 그 지점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려 했다.


-승훈은 강남 세계서 추방당하거나 혹은 신분이 추락한 인물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의 이러한 불안한 심리를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남일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보여줬듯이 월가도 무너진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나? 나에게 대입해 봤을 때 너무 복잡하고 수습하기 힘든 복잡성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나는 승훈이 스스로를 망각하지 못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캐릭터에 접근하는 자세에 대해 더 고민했다. 배우 입장에서 보면 이 캐릭터는 다양한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지닌 존재다. 지금처럼 배우 조진웅이 기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하나의 설정된 장면이라 하겠지만, 이 캐릭터는 그런 설정 자체가 없는 인물이다. 원래는 감독님의 콘티에 따라 움직여야 할 인물이지만, 상황이 우선인 캐릭터다 보니 애드립이나 실시간적인 변화에 대해 더 연구하고 고민했다. [해빙]은 다양한 심리 스릴러의 면모를 지닌 동시에 인물의 다양한 변화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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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을 신뢰한 다른 이유가 있었나?

이수연 감독님이 스릴러 부분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해 전적으로 신뢰했다. [4인용 식탁] 이후 차기작이 없었고, 공백기도 길어 보이지만, 대학 강의도 하시고 영화 관련 작업도 틈틈이 하셨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스크립트를 보면서 이 분이 이해도가 좋은 연출자란 걸 알았다. 그래서 배우 스스로가 승훈의 캐릭터를 입고 재연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처음 각본을 봤을 때 복잡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었고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수 있다는 도전 정신을 불러와서 신명이 났다. 처음 느껴본 기분이랄까? 
 

-이번 영화 속 모습은 우리가 알던 다른 작품 속 조진웅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조용하고 어두운 모습도 조진웅의 또 다른 현실 속 모습이라 봐야 할까?

맞다. 영화 속에서 나 너무 불안해 보였을 거다. (웃음) 내가 성격이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건 전적으로 내 와이프의 의견이다. (웃음) 내 삶의 모토가 '충돌을 두려워하지 말자'다. 당연히 충돌이 왜 아프지 않겠나?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배우로서의 성장은 어렵고, 캐릭터는 완성될 수 없다. 요즘 다들 힘들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캐릭터 하나 만났다고 힘들어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이 충돌을 받아들이고 견디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노력하려 한다. 


-승훈은 모든 걸 자포자기한 인물같다. 자신의 신분과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할 꿈이나 목표는 없었나?

이 인물은 완전히 전락한 인물이라고 감독님께서 표현하셨다. 길 가다가 넘어졌을 때 일어나서 다시 달려야겠다는 의식이 있는 아픔이 있지만, 아예 전락한 인물은 일어날 수 없는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재생이 불가능한 인물에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그래서 이 캐릭터는 내가 한 역할과 많이 달랐다. 제시적이지 않은 캐릭터다. 온전히 자기 속에 들어가서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하고 정육점 집 부자와 같은 위험스러운 순간도 맞이해야 한다. 내 안에서 승훈과 조진웅이 부딪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함께 이 인물의 내면을 좀 더 들어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의식하지 못한 캐릭터의 모습이 나왔다. 그런 것에서 나오는 신명 나는 모습이 많았다. 영화를 보며서 '정말 좋았어!' 라는 반응보다는 '아 다행이 잘 나왔구나' 라는 안도감이 나온 것은 우리가 의도했던 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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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연극적 느낌이 강하다.

영화적인 화법을 쓰면서 연극적인 분위기가 나는 게 이상할 수 있는데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연극, 영화, 드라마, 성우 등 배우라는 타이틀이 다 똑같다. 그 본질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 보시는 분들은 영화의 화법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며, 이게 또 보는 이에 따라 신명 나고 재미있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시도하면 해결될 일이다. 내 앞에 있는 핸드폰을 던질때 고민하지 말고 한번 해보면 된다. 여기에 신구, 송영창 , 김대명 등 모두 연극의 대가들이었기에 그들과 함께 연기를 하다보니 저절로 조율이 되었다. 그걸 보고 감독님께서 연극적 분위기를 만드신것 같다. 그런 연극적 기법이 들어간걸 보니 배우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현명하게 잘 선택하신 것 같다. 소위 그런 장면이 끝나면 연기를 잘했다기보다는 오랜만에 한 산을 넘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게 참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극중 승훈처럼 힘들었던 시절이나 나락에 빠진 느낌은 없었나?

연극할때 무명 생활이 길어서 힘든 건 익숙하다. 정말 힘든 것은 연기, 연출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이다. 그때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그것이 참 괴롭고 힘들지만, 내가 꼭 거쳐 가야만 하는 과정이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은 없었다. 그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될 수 있으니까. 대학 시절 극단 연습실이 내 집이었다. 그곳에 가면 바로 연습실이고 샤워장이 있고 자는 곳이 있었으니…나는 그게 너무 행복했다. 무엇보다 엠티를 가던 시절이 정말 재미있었다. (웃음) 사실 내가 대학원까지 간 것도 엠티 때문에 간 거였다. 술 먹고 마음껏 놀던 그때가 정말 재미있었다. 그래서 엠티 조 짤때도 내가 있던 조가 너무 재미있어서 학우들이 우리조에 들어오려고 했었다. 그래서 엠티 우리 조 들어오려면 오디션을 봐야했다. (웃음) 워낙 술자리를 좋아해서 여러 선배, 극단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 캐스팅의 기회가 많았고, 일자리도 어렵지 않게 들어왔다. 오디션과 캐스팅은 물론이고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안전 요원도 맡았다. 한번은 여러 공연 (워크샵 공연, 극단 공연, 대학교 공연)이 한꺼번에 겹치는 일이 생겨서 너무나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연기력 경험이 절로 싸이게 되었다. 그때가 바로 나의 20대였다. 그 때 여러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 보니 좋은 결과물이 많이 나올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속했던 극단의 경우, 연극 회의를 할때 캐릭터에 대한 연구가 전혀 되지 않았을 때는 과감하게 배제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그래서 연기를 하려면 도서관을 가서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여러 작품서 동료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동료 배우들과 좋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난 사람들이다 보니 자신들의 생각을 마음껏 털어놓는 장이 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는데, 저 사람은 이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그게 참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래서 그 다른 것에 대해 의논하고 토론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작품에 대한 좋은 에너지를 모으는 토론을 하게 된다. 결국, 이렇게 되다가 화합의 결론을 내는 것은 당연히 술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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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선배, 김대명과 함께 호흡해 보니 어떤가?

개인적으로 신구 선배님은 너무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들이다. 우리보다 더 강한 연기 내공을 갖고 계신 분이다. 진짜로 내가 닮아야 하고 존경해야 하는 분이다. 대명씨 같은 경우는 [미생]을 보면서 팬이 되었다. 그래서 그 친구가 가진 보이스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전화 목소리 들을 때마다 조금 그렇긴 하지만…(웃음) 이 친구는 참 명물이다. 호흡이 좋고 템포도 독특하다. 작업을 할때면 참 찰진 친구다. 그래서 함께 연기하는 상대방이 즐겁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굉장히 선한 친구다. 그 착하고 선한 모습을 형인 내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더욱 오랫동안 같이 가고 싶다. 


-[끝까지 간다]와 같은 악한 캐릭터, [시그널] 처럼 정의로운 캐릭터를 했을때, 어떤 캐릭터에서 성취감을 느끼나?

배우 개인적으로는 사실 악역이 재미있다. 악역은 자료가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하비에르 바르뎀을 보면 배우가 악역을 즐기고 있다는 게 보인다. [시그널]의 이재한은 되게 정의로워 보이지만, 사실 아주 못됐고 민감한 존재다. 그래서 이 친구가 사건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다가가는 것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물론 악역이 쉬운 건 아니다. 나는 악인의 완성은 상대방의 리액션이라 본다. (책상을 치며) "쾅" 때렸는데 그냥 맞아버리면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안된다. 결국 맞는 상대방이 큰 리액션을 해줘야 강한 악역이 만들어지게 된다. [끝까지 간다]의 악역이 살 수 있었던 건 상대 배우인 이선균이 잘해주었기 때문이다.


-[아가씨]에서 함께 호흡한 두 여배우의 최근 행보를 어떻게 보는가?

나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민희가 베를릴서 꼭 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가씨]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여배우가 있었나 싶었다. 개인적으로 [아가씨]는 민희 씨의 영화라 생각했다. [아가씨]와 관련한 기사의 댓글을 봤는데 이런 내용이 있더라. "남자 배우는 거들 뿐…" (웃음) 김태리는 괴물 신인이고, 이 친구는 엄청나게 성장할 거라 예상한다. 앞으로 두 배우는 [아가씨]의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 생각한다. 


-본인의 코우즈키 캐릭터도 훌륭했는데…

그렇게 봐주니 감사하다. (웃음) 기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코우즈키 외전을 만들라고…" (웃음) 그래서 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도 아주 죽여주게…(웃음) 

[해빙]은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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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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