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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 리뷰: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 VS 홍상수,김민희의 자기위안 ★★★☆

17.03.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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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감독:홍상수
출연:김민희, 서영화, 권해효, 송선미, 정재영

줄거리
외국 어느 도시. 여배우인 영희는 한국에서 유부남과의 만남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고, 다 포기하는 길을 택했고, 그게 자신의 순수한 감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여겼다. 그는 이곳으로 온다고 했지만, 영희는 그를 의심한다. 지인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같이 해변으로 놀러 간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 같은 선배 언니에게 묻는다. “그 사람도 나처럼 지금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의 강릉. 지인 몇 사람. 불편하고, 술을 마시고, 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다. 초연한 척, 거친 척을 하는데 인기가 좋다. 혼자 남은 영희는 해변으로 놀러 가고, 해변은 맘속의 것들이 생생하게 현현하는 곳이고, 그리고 안개처럼 사라지는 곳이다. 사랑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어야 할까? 영희는 정말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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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김민희 두 사람에게 있었던 일련의 사건 때문에 이 영화를 순수한 작품의 시선으로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홍상수 특유의 개성, 의미 있는 예술적 시도가 더해지며 순수한 영화적 시각에서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들에게 처한 상황을 이용하려는 듯한 시각을 불러올 수 있는 적나라한 작품으로 보일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그러한 호불호의 성향을 모두 안고 가야 하는 작품으로 홍상수 팬들에게는 흐뭇함을, 일반 관객에게는 조롱 섞인 경멸을 불러올 것이다.
 
영화는 홍상수 작품의 상징적인 요소가 된 '방황하는 여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삶과 욕망에 대한 다양한 주제관과 메시지가 드러난다. 그동안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며, 그들의 환상과 희망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과 조롱 적인 모습을 보여온 홍상수의 시선은 여자 주인공의 입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1막, 독일에서의 여정은 타인들의 편견 어린 시선과 소문을 피해 조용한 삶을 추구하고 싶은 영희의 소박한 욕망을 표현한다. 낭만적인 거리의 풍경, 다양한 유럽의 예술, 소박한 삶을 사는 현지인들의 삶에 편안함을 느끼며 경건한 의식(?)까지 치르는 영희의 돌발 행동이 그러한 의미를 담고있다. 타국의 일상에서 자유함을 느끼는 여정을 담아낸 1막은 예상보다 짧은 편. 하지만 한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듯이 유럽 영화 특유의 관조적인 영상미와 롱테이크적인 화면, 비현실적인 상징적 장면이 등장해 홍상수 특유의 여정을 의미 있게 담아내려 한다. 

2막은 독일에서 돌아온 영희(혹은 다른 의미)의 한국에서의 여정을 담는다. 강릉의 골목에서 선배와 지인을 만난 영희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며, 인생과 사랑에 대한 자신의 주관을 설파하는 장면을 의미심장하게 그린다. 영희의 심경이 카페, 술집, 콘도, 해변이라는 공간과 함께있는 인간 군상을 통해 변화되는 과정은 그녀의 복잡한 심리와 내면을 대변하는 요소가 되어 홍상수 영화가 지닌 '일상 속 의미 있는 포착'을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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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상의 장면에는 전작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활용된 비현실적인 판타지 설정을 활용하는 실험성도 등장한다. 영화의 배경인 독일의 어느 도시와 강릉은 종종 다른 차원의 공간처럼 묘사돼 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가 시간적 순차대로 이뤄지는지, 아니면 시공간을 뛰어넘는 전개를 지향하고 있는지 (지상과 저승, 현실과 꿈) 의심하게 한다. 물론, 정확한 의도 대신 즉흥적인 장면을 자주 사용하는 홍상수의 스타일상 이는 다양한 영화적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이야기 전개와 에피소드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카메라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포착해 본성을 끄집어내는 홍상수의 시각적인 의도는 잘 담겨 있지만, 눈길을 절로 끌게 하는 대목은 직설적인 대사에 있다. 언제나 그렇듯 술에 취해 숨겨왔던 속마음과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인물들의 대사가 이번 만큼은 자극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아마도 현실 속 스캔들에 대한 자기 해명처럼 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불륜'과 같은 금기적 대상으로 비춰질수 밖에 없는 문제의 대목을 인간의 순수한 욕망인것처럼 정의하는 대사와 자신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고 지적하는 대상들을 향해 소리지르고, 조롱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홍상수는 그러한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이 강릉의 카페와 술자리서 어우러지고 다투고, 다시 어우러지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인간은 서로를 탓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다. 정당한 사랑이든 불륜이든 결국 모두 순수한 욕망의 대상으로 다루는 대목은 분명 논쟁적 대상이며, 현실 속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렇다고 홍상수 감독은 현실속 자신의 처지와 극중 인물의 상황을 100% 옹호하려 하지 않는다. 극중 마지막 장면인 영희와 감독의 술자리 한풀이에 흘러나온 대사는 벌어진 일에 대한 자아 비판적 의미가 담겨진 우스꽝스러운 난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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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변함없는 자기 영화 세계의 확장과 변화 적 시도가 돋보이는 실험성이 담긴 의미 있는 영화지만 스캔들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지나치게 기댄 탓에 이번 작품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문제의 스캔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자신의 장기인 영화적 도구로 풀이하려는 시도는 그의 영화를 사랑했던 관객을 향한 기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 작품은 그의 해명인지? 아니면 자기 위안인지? 스스로 망가져 영화의 소재가 되고자 한 희생의 의지를 담은 것일까? 그러한 의도들을 지녔다 해도 이번 작품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오히려 과거 남성 중심적인 작품 세계와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에서 그의 영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그 당시의 논쟁이 순수하게 느껴질 정도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3월 23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밤의 해변에서 혼자] 홍상수 감독, 출연진과의 Q & A


-이번 작품이 19번째 작품 이전작품과의 차이점은?

홍상수 감독
만드는 방식은 항상 똑같다. 무엇보다 어떤 배우, 어떤 공간과 장소에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여긴다. 독일서 촬영할 당시 김민희, 서영희씨와 처음 영화를 시작하기 전 두 사람을 만나 어떻게 촬영할지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영화가 완성되었다. 영화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완성되는 것 같다. 


-김민희 씨의 베를린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이 자리서 수상 소감을 전한다면?

김민희
감사하다. 함께한 배우, 스태프께 감사드린다. 영화로만 관심과 집중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더욱 기쁜 건 우리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사실이다. 영화에 대한 좋은 반응이 나올때 마다 정말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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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권해효
사실 촬영 끝날 때까지 독일 분량이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웃음) 강릉 영화관에서의 첫 장면이 영화의 처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웃음) 영화를 기대하고 볼때 평가, 흥행에 대해서도 고민하는데,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는 그런 고민이 필요없다. 제작 방식이 특이하다보니 기대가 컸으며, 촬영하는 매 순간이 흥분되었다. 


-이번에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해 코멘트 하자면?

김민희
서영화 배우님과 절반 가까이 촬영했는데, 내가 느끼는 배우님은 마음이 착하고 고상하신 분이었다. 예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이 나도 볼 때마다 좋았다. 박예주 배우님은 많은 분량을 차지 하지 않았지만 젊음이 넘치고 촬영장 분위기를 뛰어주는 분이었다. 권해효 배우님은 너무나 긴 대사를 무난하게 하셔서 놀라웠다. 정말 잘해주시고, 배려해 주신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송선미 배우님은 친언니 같아 너무나 든든하고 좋았다. 정재영 배우님은 전작에서도 함께 호흡했는데 그때만큼 좋은 호흡을 보여주셔서 감사했다. 극 중 내 이름인 '영희'를 불러주시는 음성이 너무 다정하고 고마웠다. 문성근 배우님과 처음 작업했는데, 굉장히 중요한 장면을 햇다. 너무 좋은 글을 읽어 주셨는데 그래서 너무 감동 받았다. 


-그간의 언론보도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셨으면 한다. 사적인 영역이지만 이번 영화는 알려진 소문과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영화가 피해가 가지 않도록 분명한 입장을 말해줬으면 한다. 

홍상수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이런 것을 굳이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나오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여러 추측성 보도 때문에 확실하게 말해야겠다 생각했다. 영화도 정상적으로 나왔으니 이제는 여기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으면 한다. 

김민희
저희는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저에게 놓인 다가올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 


-대사를 보면 영희에게 아까운 배우라고 하는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것인가? 아니면 실제 민희 씨를 놓고한 대사인가?

홍상수 감독
나는 원래부터 모든 작업에 있어 디테일한 방식을 추구하려 했다. 그러한 디테일을 모아서 완전체를 만드는게 내 작업 방식이다. 대사들은 내 자전적인 요소와 전혀 상관없다. 

-권해효씨의 극 중 대사 중에는 두 사람의 사랑을 보는 일반 사람들의 시선을 저속하거나 아프게 정의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홍상수 감독
실시간 검색어나 이런 것도 찾아봤다. 일반 국민이라기보다는 어떤 분들인 것 같다. 처지나 개인적인 성격이나 그런 것들 때문에 상황에 대해 의견이 다 다르지 않냐. 전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내 주위나 김민희 주위의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다른거였다. 서로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 수 밖에 없고 너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의견과 태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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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서의 계획은? 앞으로도 계속 홍상수 감독의 뮤즈로만 살 것인가?

김민희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두지 않는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작업에 만족한다. 내가 연기를 할때 그 과정에만 몰두하고 그걸로 모든것이 채워지기만 바랄뿐이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하는 일은 너무나 귀한 일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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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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