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김대명 인터뷰 "동네 바보, 살인범, 평범한 아저씨 등의 내 캐릭터가 너무 좋다.
17.03.20 19:26
김대명은 어떤 배우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을까? [더 테러 라이브]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테러범의 목소리를 연기한 이후 차기작에서 악당, 회사원, 살인범, 독립투사, 동네 바보형의 모습을 선보였다. 독보적 캐릭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명품조연다운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며 작품의 활기를 불어 넣어준 감초적 존재인만큼, 한국 영화계가 원하고 필요로했던 배우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캐릭터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맞다. 촬영할 때 부터 고민이 많았다. 상황에 따라 변하는 역할이라 너무 극적으로 변신해도 안 되었다. 캐릭터의 격차를 조절하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 영화가 범인을 찾는 영화가 아니고, 인물의 내면을 다뤄야 하는 작품이기에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개성이 강한 인물이 아닌 주위에 있는 평범한인물을 모티브로 하고있어서 쉽지 않았다.
-역할이 다양한 캐릭터다. (살인범, 평범한 인물이자 목격자) 실제로 악역이라 생각하고 연기를 하셨나?
그러지 않았다. 모든 캐릭터를 받아들일 때 선, 악역 구분을 안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사람이 악당 사이코패스라면 머릿속의 선이 그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걸 긋지 않으려 했다. 이번 성근도 마찬 가지다.
-감독님이 [4인용 식탁]을 하신 분이다. 심리적인 부분에 관점을 두고 있어서 어떤 점에 따라가려 했나?
감독님이 그리신 그림에 따라가려 했다. 그래서 시나리오에 더욱 집중했다. 대사를 추가하거나 호흡을 늦추는 데 중점을 두었다.
-김대명의 악역은 특징이 뚜렷하기보다는 우리 일상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자신이 추구하는 악역 연기의 철학은?
악역 혹은 악당은 특정하지 않은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기자, 카페 주인도 악당이 될 수 있다. 극적으로 들어가다 보니 악당처럼 보인거지 전부 일상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더 무서울 수밖에 없다.
-조진웅, 신구 선배와의 호흡은?
배우로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공간에서 둘이 마주쳐서 하는 게 흔치 않은 일이다. 사람이 많은 데서 하는 일이다 보니 극적인 게 많았다. 신구 선생님과 같은 대선배와 연기하는것은 내 입장에서는 감동이었으며 조진웅 형하고는 처음이어서 매우 설레었다. 평소 형 의작품을 많이 봐서 너무 좋아해서 둘이서 대화하는 장면에서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2인 심리극이라 할수 있다. 그래서 상대와의 호흡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맞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연기와 진웅이 형의 연기가 부딪쳤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참 좋았다. 그래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두 사람이 술을 먹는 장면이었다. 그게 사실 첫 장면이었다. 그래서 많이 고민을 하고 했다. 다행히 무리하지 않게 잘되어서 좋았다.
-성근은 승훈과 정말 인간적으로 친하고 싶은거였나? 아니면 계획적인 거였나?
처음은 계획적이지 않았다. 승훈이 자기 와이프와 대화하는 게 거슬렸고 그래서 좀 더 알고자 다정하게 다가가려 했다. 아버지 진료도 맞기고, 의사 친구도 알면 좋으니까. 그러다 결국 일이 틀어지게 된 거다.
-특유의 목소리가 많은 도움이 되었나?
감독님이 목소리를 통해서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래서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조진웅 배우와의 액션은?
내가 싸움을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게 연기의 합을 맞추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으며, 타이밍을 맞추는 과정도 힘들었다.
-전작에서는 정재영, 조정석 등과도 싸우다 막판에 유리하게 패한다. 악역들의 전형적인 최후가 아쉽지 않나? 그나마 이번에는 이기는 위치여서 색달랐겠다.
그것보다는 형이 좀 더 힘든 상태였으니 아무래도 내가 이길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두 사람 다 싸움을 잘하는 인물이 아니다. 폭력성이 짙었지만 막 사는 사람들이었기에 쉽지가 않았다.
-성근이란 어떤 인물인가?
성근 이란 인물은 평범하지만 그 사람에게 주어진 사건이나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애민한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
-코믹, 정겨운 인간미, 섬뜩한 살인마를 일정하지 않게 오간다. 심리적으로 어렵지 않나?
어렵다기 보다는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다. 배우가 제정신으로 살지 않는게 쉽지 않다. 그건 나도 모르겠다. 감정선을 유지하는것이라 참 어렵다. 그런 다양한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화가 나면 남을 웃기려고 하는 게 어렵다. 그래서 감정을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
-후유증 해결은?
많이 걷거나 작품 전에는 혼자서 고속버스 타고 여행도 한다. 여행하거나 대본을 본다. 집에서 하면 공부도 마찬가지이지만 자꾸 미루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미루면 결국 하게 된다. (웃음)
-다작하는 편이라 생각하나?
배우라는 직업이 언제 개봉할지 모르고 작업한다. 이번 같은 경우는 [판도라][마음의 소리]가 한달 보름처럼 나온다. 촬영할 때는 여유롭게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나왔다. 사실 오래 쉬는걸 싫어한다. 혹시나 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 현장에서 감정을 잃어버리면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역할들이 누군가와 쉽게 관계를 맺는 붙임성 좋은 역할이다. 실제로도 처음 보는 타인들과 잘 어울리는 편인가?
그렇지 않다. (웃음) 낯을 많이 가린다. 그래서 술자리를 같이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분들이다. 그렇지만 만나면 가까워지는 편이다. 예전에는 많이 만나고 쉽게 친해지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글쎄, 전부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하고 농담하면 "야 국정원에서 니 필모보면 또라이인줄 알겠다." 라고 웃으면서 넘긴다. (웃음) 바보, 평범한 인물, 살인마를 오가니까. (웃음)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 내 재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각본에 없는 애드리브적인 장면이 있었나? 상대 배우(조진웅)를 놀라게 하기 위해서 깜작 준비한 아이디어라도?
그런 건 없었다. 철저히 각본에 맞춰 계산하면서 연기했다. 대신 고민한 장면이 있다. 중반쯤 진웅 형이 가게 뒤로 와서 고기를 자르는 걸 보고 의심하는 부분이 있다. 그때 내가 "이제 들어가세요?" 라고 말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을 놓고 감독님과 의논했다. 어떻게 해야 악역처럼 보이게 할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분은 잘 들어가셨어요?"라는 대사로 수정했다.
-주연을 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으신가?
글쎄. 그런 생각을 안 해봐서… (웃음)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다양하다. 악인, 평범한 동네형, 바보 , 웃기는 사람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어떤 역할을 해도 좋다. 그래도 다양하게 나를 생각해 주니 좋다. 배우로서는 영광이지 않은가. 배우로서 캐릭터가정해지는 건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지 않게 봐주셔서 좋다.
-정서적으로 어떤 캐릭터를 해야 편한 마음이 느껴지는가?
그냥 나 같은 역할이 좋다. (웃음) 되도록 내 주위의 인물에 연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삼촌, 세탁소 아저씨 같은 일상의 모습을 하는게 어렵다. 대통령 같은 익숙한 사람을 연기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적인 인물은 어렵지만 매력 있다. 그래서 [미생]의 김대리 같은 역할이 참 좋았다.
-김대명 특유의 어법과 목소리가 단역으로 출연해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연기하면서 그 부분에 신경 쓰거나 강점을 두고 하시나?
내 목소리 자체가 특이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내 장점이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면 나에게 있어서 큰 위기다. 그 목소리가 살아지면 난 어떻게 하겠는가? (웃음) [더 테러 라이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목소리만 출연하는 영화가 언제 또 있겠는가?
-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웃음) 욕심 생기면 그거 생각하고 연기만 하게 된다 그래서 그 생각만 할 거 같다. 상은 받으려고 하는 데 목적을 두려 하지 않을까? 물론 받면 좋지만, 그것에 목적을 두려 하지 않는다. 되도록 나는 쓸모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교 졸업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수료 상태다. 학교가 원하는 졸업 조건이 있는데 아직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웃음) 자격증, 토익 점수 다 해야 하는데, 대학 졸업이 연기보다 진짜 어렵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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