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싱글라이더] 공효진 "이제 엄마 역할은 그만!"
17.03.22 09:59
[미씽:사라진 여자](이하:[미씽])에 이은 두 번째 엄마 역할이었다. 공효진은 아직 미혼이지만 최근에 개봉한 작품들을 통해 결혼생활과 모성애를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했다. [미씽][싱글라이더] 모두 지향하는 바는 달랐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던 만큼, 같은 또래의 미혼인 배우들 보다 부모와 결혼생활에 대한 애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VIP 시사회서 부모님이 우셨다고 하던데…
[미씽] 때도 부모님이 우셨다. 근데 이번 영화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아버지가 기러기 가장 이셨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아버지가 느꼈을 외로움이 이해되었다.
-[미씽]에 이어 엄아 역할을 연이어 한 소감은?
일단 아기 엄마들의 공감을 얻어서 좋았다. 나한테는 화려한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 외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여성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서 팬연령층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부모라는 역할이 주는 무한의 공감대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좀 더 캐릭터를 만들 때 편리한 면이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미씽]과 달리 이번 역할은 엄마로서의 모성애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냥 내 나이에 맏는 역할인 것 같다.
-이병헌 씨에게 연기신 꼽아달라 했더니 남자는 송강호 여자는 공효진이라고 꼽았다.
(웃음) 그렇게 말하기에는 함께 연기한 장면이 적어서 (웃음) 내 연기를 직접 보신 적이 없으실 텐데… (웃음) 과도한 칭찬이라 생각한다. 선배님이 후배들 칭찬을 잘해 주신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은 이해되는데 나는…(계속 웃음)
-극 중 영어는 더 어색하게 해야 하지 않았나?
(웃음) 그러게 그냥 자연스럽게 했는데… 그게 그렇게 느껴졌나? (웃음) 크리스가 계속 말을 걸어서 나도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 크리스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논의하는데 너무 어렵더라. (웃음) 그래도 내 말을 계속 들어줘서 고마웠다. 크리스 역을 맡은 배우가 재미있고 가벼워서 좋았다.
-좀 더 노력해서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보는 게 어떨까?
이병헌 선배님한테 직접 해외진출과 관련한 비화를 들었는데, 어렵겠더라. (웃음) 거기 가면 모두 다 신인이 된다고 한다. (웃음) 그래서 함께 울며 공감해 주었다. (웃음) 나중에 부인인 이민정 씨와 함께 이야기했더니 해외 진출 당시 정말 많이 긴장했다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쉽
지 않다고 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따로 있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나에 대해 관대해졌다. 내 역할을 다 알고 있듯이 내 캐릭터에 전부 적응한 것 같다. 그동안 쌓아왔던 것에 신뢰를 가진 것 같다. 그런데 영화는 덜 관대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흥행성적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씽] 이후로 조금 더 내가 뭘 해도 수진 역할 처럼 예상과 다른 캐릭터를 하더라도 꼭 큰 이유가 있었던 것처럼 신뢰해주고 그런것 같다. 아무래도 그전부터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영화를 한것 같다. [미씽]은 누가 보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영화다.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그대로 잘 전달되었던 것 같다. 내가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것을 관객들이 공감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공감해줄 영화라 본다. 드라마로 각인된 공통된 역할을 연이어 하다 보면 지칠때가 있다. [질투의 화신] 경우 정석이와 캐릭터와 관련해 의견차이도 있었는데, 거기서 오는 답답함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 끝나고 머리 자르는 것은 그 캐릭터가 착해서 그런 것 같다. 드라마 캐릭터는 모범적이고 이성적이다 보니 안전한 캐릭터를 하는것 같다. 그럴 때 마다 이상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싱글라이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한국과 호주에 있었던 수진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보수적인 검은 옷을 입었다면, 호주에서는 화사한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다. 연기에서도 그런 해방된 마인드를 느꼈나?
그런 것 같다. 2회차 정도를 한국에서 찍고 대부분은 호주에서 찍었다. 분위기도 거기에 맞춰 있었다. 첼로 연주 부분에서도 감독님과 많이 의견을 따르며 달라진 수진의 모습을 달리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배경이 호주인 탓에 호주 유학 시절이 많이 떠올랐을 것 같다.
과거와 달리 지역들이 많이 변한 것 같았다. '여기가 거기인가?' 라고 헷갈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두 유학 갖다왔기에 그 이후 호주에 다시 와본적은 없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내 유학 시절과 장소에 대해 다 기억하고 계셨다. (웃음) 그때 나이가 16, 17살이었는데 그때 공부한 친구들도 그 정도 나이였다. 그때가 사춘기였다. 그냥 어떻게 보면 나의 소극적인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진우 아이가 연기 경험 없는 아역이라 한다.
한국말을 잘 못 하는 친구였다. 캔버라에 사는 현지 배우라 한다. 우연히 누군가가 호주에 살고있는 애가 있고 연기 경험이 없지만, 부모님이 출연을 시켜볼 생각이 있다고 해서 하게 되었다. 어떻게 저런 대사를 외우게 하고 했을까 라는 감탄을 한적이 많았다. 끝까지 하겠다는 책임감도 있었다. (웃음) 나를 보지 않고 카메라 렌즈만 보고 있어서 속상했는데 그 다음날 엄마로 인해서 바로 교정되는 게 신기했다. (웃음) 이 아이는 "너 이거 못하지?" 라고 자극하면 도전 정신을 가져서 바로 하는 타입이다. 그걸 보고 아이 대하는 노하우가 많이 생겼다. (웃음) 나를 '가짜 엄마'라고 소개하며 함께 호흡했는데… (웃음) 다 끝나고 나서는 신나게 집으로 가드라. (웃음)
-[미씽]과 다르지만, 엄마라는 공통점 때문에 비슷한 정서를 느끼는 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나?
촬영할 때는 그런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보고 나서는 참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작품이고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 후회하는 장면에서 힘을 실어넣으려 했다. [미씽]은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로 인한 나에 대한 칭찬들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미씽]과 다르지만 이 영화 또한 많은 이들이 좋아할 만한 화려한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는 남자 캐릭터에 의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한 영화라서 내 캐릭터가 [미씽]의 모습을 의도하고 있는것 처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안소희 배우와 함께 오랫동안 지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일화는 없었나?
촬영 중반에 선배님 촬영만 진행되었고, 우리는 며칠간 쉬게 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둘이서만 서울로 갈까 했었다. (웃음) 쉬는 날 회사 대표님, PD, 소희 매니저, 소희와 함께 밥 먹고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오랫동안 놀다가 모두 호텔 방으로 이동해서 술마시고 수다를 떨려고 했는데, 호주는 저녁 8시 이후에는 술을 못산다고 한다. 그래서 술도 마시지 못한채 뭐하고 놀까 고민했는데, 핸드폰으로 노래방 어플을 다운받고 함께 노래하고 춤췄다. 방불을 껐다 켰다 하면서 자체적인 나이트 분위기를 만들었다. (웃음) 그때 우리끼리 웃으며 막춤 대잔치를 했는데, 그 모든 장
면들이 소희의 핸드폰 안에 있다. (웃음) 그 날이 호주 촬영하면서 가장 즐거운 날이었다.
-공효진이 꿈꾸는 엄마와 아내의 모습은?
아직 없다. 내 친구들이 엄마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결혼과 육아는 현실이라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운명을 받아들이라 한다. (웃음)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난 아들이나 딸이든 4살 되면 서핑을 가르칠거라고… (웃음) 그랬더니 친구들이 꿈도 꾸지 말라고 한다.
-다음 작품에서 또 엄마 역할이 들어온다면?
안 할 거다. (웃음) 아이와 하다 보니 내 감정을 포기하는 게 많더라. [미씽][질투의 화신]도 아이가 나왔는데 아이랑 계속하는 게 의외로 힘들다. 그래서 나에게 집중하는 영화를 하고싶다. 아무래도 아이 엄마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런 것 같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주)퍼펙트스톰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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