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 리뷰: '미생' 장그래, 사기계의 '신화'가 되다 ★★★
17.03.23 11:01
[원라인,2017]
감독:양경모
출연:임시완, 진구,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 왕지원, 박종환
줄거리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는 모든 걸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일명 ‘작업 대출’계 전설의 베테랑 ‘장 과장’을 만나 업계의 샛별로 거듭난다.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며 돈이란 돈은 모두 쓸어 담던 5인의 신종 범죄 사기단! 그러나, 결코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사기꾼들은 서서히 다른 속내를 드러내는데…
사기, 범죄를 소재로 한 비슷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한 탓에 [원라인] 또한 별반 다를 바 없는 사기 물로 인식하기 쉽다. 그점을 의식한 탓인지 [원라인]은 기존 영화들과 다른 노선을 가려했다. 그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인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적용되었다.
[원라인]은 신권 지폐와 작업 대출이 만연하던 2005년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적인 배경을 둔 만큼 영화 또한 현실적인 시각과 묘사에 맞춰졌다. 생소할 수 있는 작업 대출 사기의 과정과 그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서민층의 최후를 묘사하는 과정을 통해 '대출 사기'가 가져다주는 비극을 현실적으로 표현한다.
사기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과장된 유머와 같은 담백한 흥미 요인도 비교적 힘을 뺀 편이다. 물론 이동휘를 필두로 한 유머와 기존 이미지에서 능글스러운 모습을 더한 임시완과 진구의 모습이 표현되지만, 일반 영화에서 느끼던 유머와 조금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캐릭터의 개성과 상황을 통해 웃음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그러한 요소를 과감하게 생략하고 농담과 같은 대사를 통해 소소한 유머와 가벼움을 지향하려 한다.
배우들이 완성한 캐릭터는 개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철저히 각본 속에 충실해 있다. 빠르고 화려한 편집과 세밀함보다는 느리지만, 순차적인 진행방식을 고집한다.
이를 통해 [원라인]은 작업 대출과 같은 사기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파고들며, 그로 인한 피해와 타락, 현 경제구조의 문제를 낱낱이 드러내, 물질 만능이 가져다주는 인간성 폐해에 대한 고찰을 공감 있게 다루려 한다. 그로 인해 탄생한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평범한 대학생이 사기계의 '고수'로 떠오르게 되는 구도다. 빠른 두뇌 회전으로 자신만의 사기를 터득한 민재가 작업 대출 방식의 사기 유형을 이해하며, 떠오르는 신성이 되다가 추락과 재기를 반복한다.
관객이 민재의 기구한 삶을 통해 작업 대출 세계를 직접 확인하고, 그로 인해 파생된 욕망이 비극을 초래하게 되는 과정을 체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현실적 설정으로 사기의 위험과 욕망의 부질없음을 무난하게 전해주고 있지만, 기대했던 재미와 흥미 요인이 약간은 반감된 듯한 여운을 주고 있다.
우선 너무 조용한 캐릭터와 현실에 맞춰진 생소한 설정에 일반 관객들이 호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소재는 다르지만, 캐릭터의 힘이 돋보였던 [타짜] 시리즈의 전형과 비교해 보자면 [원라인]의 형태는 심심할 수 밖에 없다. 민재가 경찰과 라이벌 지원(박병은)과 대립관계를 형성하다, 이를 활용해 반격하는 대목이 카타르시스 있게 신중하게 묘사되어야 했지만, 하이라이트인 추적극과 반전이 다소 약한 편이다. 맞춰진 설정과 분위기를 유지한 탓에 오락물 특유의 기승전결의 묘미를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사기와 물질 만능에 대한 여운을 암울하고 잔잔하게 담은 장면들도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미생]에서 보여준 반듯한 이미지에 여유로움을 더해준 임시완의 연기는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만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라 호불호를 불러올 것 같다.'작업 대출'계의 전설을 연기한 진구의 존재감이 영화의 큰 여운을 불러온다.
[원라인]은 3월 2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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