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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리뷰: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 용의자라면? ★★★★

17.03.2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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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2016]
감독:이상일
출연:와타나베 켄, 모리야마 미라이,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줄거리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다. 피로 쓰여진 “분노”라는 글자만이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 그리고 1년 후, 연고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3개월 전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코는 2개월 전부터 항구에서 일하기 시작한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요헤이는 타시로의 과거를 의심한다. 클럽파티를 즐기는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하룻밤을 보내고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져 가지만, 유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된다.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새로 사귄 친구인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와 무인도를 구경하던 중 배낭여행을 하던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게 된다. 친절하고 상냥한 타나카와 친구가 되는 두 사람.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범인을 쫓고 있던 경찰은 새로운 수배 사진을 공개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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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욕실서 두 부부를 잔혹하게 살해한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더위를 느낀 남자는 시체가 쓰러져 있는 샤워 부스 앞에 몸을 씻은 다음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일을 마친 남자가 밖을 나와 사건을 저지른 집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화면은 그의 얼굴을 가린다. 이 대목을 통해 이 영화의 흥미 요인과 주요 전개가 범인의 정체 파악 과정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지만, [분노]는 예상과 다른 전개 방식을 택한다.

연관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일본 각 지역에 흩어진 세 남자와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동시에 진행하며 이들이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세 남자 모두 살인사건 용의자 후보군이라는 공통점만 지녔을 뿐, 인물 간의 만남과 교류 같은 연계성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세 인물 모두 어느 날 갑자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등장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살인범일지 모르는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동화되는 과정을 통해, 악(惡)으로 정의되는 존재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침투하고 들어오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분노]는 세 에피소드가 지니고 있는 특별한 소재와 유기적인 전개 과정을 통해 그러한 위험성을 극복하며 영화가 지니고 있는 흥미 요소를 강화한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의 관계와 이를 바라보는 특별한 시점에 대한 설정이 대표적인 요소다. 치바 항구를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는 딸의 방황을 멈추게 한 남자친구이자 자신의 부하 직원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이 담겨있으며, 츠마부키 사토시와 아야노 고가 등장하는 도쿄 에피소드는 게이 연인의 이야기라는 특징을, 해변 마을 소년, 소녀와 정체불명의 배낭 여행객의 관계를 담은 오키나와의 에피소드에는 주일미군과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담겨있다.

다양한 에피소드와 정서가 담긴 이 세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드라마, 사회적 메시지 영화, 심리극의 전형을 유용하게 활용하며 정서적인 드라마의 여운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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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인물관계와 상황적 설정은 인물들의 심리를 갈등의 딜레마로 활용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대목이다. 친분과 애정으로 맺게 된 관계가 시간이 흐르면서 의심과 대립의 관계로 이어지게 되면서 순도 높은 긴장감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는 영화의 핵심적인 질문인 '범인은 누구인가?'라는 추리적인 요소도 적절하게 활용된다. 영화는 종종 범인의 정체와 단서와 관련한 정보를 세 남자의 주변인물들이 접하게끔 한다. 범인의 단서와 세 남자들의 모습이 일치됨을 확인한 에피소드의 당사자들은 큰 혼란을 느끼게 되고, 예상치 못한 파국과 각기 다른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사건의 진실과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는 대망의 결말 부는 그러한 긴장감과 갈등이 한꺼번에 충돌되는 장면으로 격정의 드라마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진실은 드러나게 되지만, 중요한 것은 범인이 아닌 의심과 대립이 만들어낸 예상치 못한 파장이다. [분노]는 그런 파장을 만들어낸 인간 심리와 본성에 관한 이야기로 세 에피소드의 각기 다른 결말을 통해 깊이 있는 정서적 메시지와 주제를 전달한다. 

[분노]는 드라마와 스릴러 사이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연출과 각본을 맡은 이상일 감독의 섬세하면서도 유연한 구성 방식이 돋보였다. 그와 더불어 ''분노'와 같은 보이지 않는 정서를 공감있게 표현하며 다양한 여운을 남긴 일본 최고 배우들의 열연도 오랫동안 기억할 인상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분노]는 3월 30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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