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 리뷰:스칼렛 요한슨의 몸으로 재탄생된 전설의 SF ★★★
17.03.29 17:29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2017]
감독:루퍼트 샌더스
출연:스칼렛 요한슨, 마이클 피트, 줄리엣 비노쉬, 요한 필립 에스백, 기타노 다케시, 친 한
줄거리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진 가까운 미래, 강력 범죄와 테러 사건을 담당하는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 인간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탄생한 특수요원이자 섹션9을 이끄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는 세계를 위협하는 음모를 지닌 범죄 테러 조직을 저지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첨단 사이버 기술을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파괴하려는 범죄 테러 조직을 막기 위해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이 나서기 시작하고 사건을 깊이 파고들수록 메이저는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데…
1995년 공개된 오시이 마모루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셀](이하:공각기동대)의 실사 버전은 원작 애니메이션에 큰 영향을 받은 [블레이드 러너]와 [매트릭스]의 세계관과 할리우드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을 차용하고 있었다.
영화의 주 무대인 미래 도시에 대한 설정이 대표적이다. 일본 도쿄의 현재 모습을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거대한 3D 홀로그램 광고 영상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국적 불명의 공간은 [블레이드 러너]가 지향한 미래 L.A의 모습에 새로운 버전과도 같았다. 기계화된 인간의 두뇌를 이용해 네트워크 접속을 시도하고, 사이버상의 공간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매트릭스]의 비주얼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장면들은 원작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의 장면들을 차용한 대목이지만, 화려한 시각효과 기술로 재구현된 이 장면은 할리우드 SF의 자기 복제처럼 보여질 수 있다. 화려한 색채와 음울한 분위기로 기계에 스스로 잠식된 미래 사회의 암울함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이러한 디스토피아적인 색채는 스칼렛 요한슨으로 대변된 특유의 거침없는 액션으로 더욱 강렬한 비주얼을 완성하는 요소가 된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액션 출연작에서 카리스마가 서려 있는 표정과 날렵한 몸동작으로 그녀만의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듯이, [공각기동대]는 스칼렛 요한슨이 액션에 특화된 배우 아니 여전사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사이보그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한 채, 나체 상태의 맨몸으로 '광학미채'(光学迷彩, 신체를 주변 색과 똑같이 해 투명하게 보이는 기법)를 만들며 적들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메이저는 여태까지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액션 캐릭터와는 차원이 다른 정서를 지니고 있다. 그녀의 이러한 폭력성은 쿠제 (마이클 피트)로 대변된 유령 같은 절대악에 대한 분노와 잊혀진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투쟁으로 그려진다.
기계, 인간, 네트워크의 개념을 자아 정체성에 대한 철학으로 연결했던 원작의 메시지가 강한 만큼, 영화 버전도 그와 관련한 명장면과 설정을 차용하며 원작의 정서를 이어받으려 한다. 하지만 루퍼트 샌더스는 오시이 마모루와 같은 깊이 있는 철학을 다루기보다는 대중 영화가 지니고 있는 친근한 정서로 이를 재해석하려 한다. 주인공 메이저의 정체성에는 인간이기 이전의 과거가 등장하고, 이는 가족주의와 우정 같은 감성으로 포장된다. (메이저의 정체가 드러나는 대목에는 원작 [공각기동대]에 대한 계승적 의미와 또다른 일본 만화 [아키라]에 대한 정서도 어느정도 담겨있다.)
오락적 시각에서 봤을 때 무난한 부분이지만, 원작의 성향을 기대했던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이처럼 할리우드 실사 버전의 [공각기동대]는 화려한 비주얼과 시각효과에 철학적 상징을 두는 대신, 이야기에서는 익숙하면서도 뻔한 전형성의 탈을 쓰려 한다. 새로운 이야기와 변화를 원했거나 완벽한 개연성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익숙하면서도 엉성한 자아 찾기 드라마에 금세 질리게 될 것이다.
SF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전설의 작품을 실사화한 만큼 그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갖는건 어쩔수 없지만, 그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내리고, 철저히 대중화된 SF 액션의 묘미를 즐기려 한다면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3월 29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파라마운트 픽쳐스)
※ 저작권자 ⓒ 무비라이징.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