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느날] 천우희, 그녀가 연기 후유증을 이겨내는 의외의 방법
17.04.07 11:36
천우희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본다면 '대단하다'라는 반응을 절로 불러오게 한다. [써니]의 본드녀를 시작으로 [한공주][곡성][뷰티 인사이드] 등 연기인생에 있어 '굴곡진 삶'(?)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번주 개봉한 [어느날]은 그녀의 어려운 연기 행보에 휴식이 되어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지만, 극 중 미소는 천우희가 연기한 역대 캐릭터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남모를 아픔과 상처를 지닌 존재로 그려졌다.
그러한 인물의 어려움 심경을 연이어 연기하기란 젊은 여배우가 짊어지고 가기에 쉽지 않은 선택. 그 때문에 평소 그녀가 이러한 캐릭터를 맞이함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과 감정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그와 관련한 질문을 그녀에게 던지자, 돌아온 답변은 너무나 의외였다.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해맑은 표정으로 전한 답변인 탓에 '천상 배우일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었다.
다음은 영화와 관련한 일문일답.
-[곡성]에 이어 이번에도 영혼 캐릭터다.
(웃음) 생각도 못 했는데 또 영혼 역할을 하게 되었다. [어느날] 촬영 당시 [곡성]이 개봉할 때였는데…촬영장 스태프들이 "귀신이다!"라고 소리치고 놀렸다. (웃음)
-미소는 천우희가 연기한 역대 캐릭터 중 해맑지만, 여전히 어둠이 존재하는 캐릭터다. 어두운 사연을 지닌 캐릭터를 선호하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다. (웃음) 근데 제안하는 작품들이 그런 역할들이 많다. 내 생각에도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들이 입체적인 성격이 강하다 보니 마냥 밝거나 어두운 것 같지 않다. 캐릭터들이 어둡고 진지하다 보니, "긍정적 이어도 긍정적이지 않아"라는 반응이 있는 것 같다. (웃음)
-미소가 하늘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설정은 어떻게 나왔나?
의상 컨셉도 고민이 많았던 게 의상에 대해서 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환자복이냐? 사고 당시 모습이냐 라고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원하션건 미소가 영혼이기 때문에 사람들하고 이질감이 없길 바랬다고 하셨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게 그 의상이었다. 환자복이어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지금 의상이 적합한것 같다. 그중 가장 어울린 것도 그 의상이었다. (웃음)
-미소와 실제 본인의 비슷한 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평소에 보이는 반응과 제스처가 이 캐릭터에 녹아있다. 그동안 캐릭터들의 감정을 우선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내 감정을 자제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내 감정과 애드립, 실제 목소리가 담겨 있기에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차 안, 수족관에서 보여준 내 목소리 톤, 제스처, 반응이 내가 일상에서 보여준 모습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머 코드가 참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웃음) 그렇게 봐줬다니 다행이다. 첫 크랭크인 날 촬영장면이 남길 오빠와 차 안에 있는 장면이었다. 영화 속에 나온 그 장면이 모두 다 애드립 이었다. (웃음) 나중에 보니 말도 안되게 웃기더라. 남길 오빠와 장난치고 누가 이기냐 한 건데… (웃음) 감독님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긴장하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느날]의 출연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아는데…
나는 작품 선택에 있어, 첫 느낌이 좋아야 한다는데 우선을 두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이상하게 겁이 났다. 끌림이 명확하게 오지 않았고, 캐릭터의 이미지도 전형화된 것 같았다. 약간 주저하고 있었는데, 이윤기 감독님과 남길 오빠의 설득에 의해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어떤식으로 설득 했나?
감독님은 "하는 거지? 하는거다" 라고 밀어붙이셨고…(웃음) 남길 오빠와는 작품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나라 영화의 현실을 이야기한 논리적 말에 설득을 당했다. (웃음) 한국 영화는 지금 '중간 규모의 영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설명을 듣다가 없었던 의지가 저절로 생겼다. (웃음) 전형화된 캐릭터지만 내가 그것을 바꿔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도전하기로 했다.
-최근에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생겼다.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부담이 크다. 누가 그러지? (웃음) 감사한 말씀이지만 부담감이 큰 타이틀이다.
-그동안 출연작에서 눈물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어느날] 에서도 절실한 감정을 불러왔다. 눈물 연기에 있어 추구하는 철학이 있다면?
그런 건 없다. 눈물 연기를 할 때마다 원칙적으로 지키려는 것이 있는데 '눈물을 흘려야지'라는 것보다 '그 감정을 이겨내야지'라는 감정이었다. 사람이 어떤 감정을 표출해야 하지만 때때로 감정을 숨기려고 할 때가 있다.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게 그런 것이라 본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거나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감정을 숨기려 했지만, 주변인들의 그 사람의 감정을 눈치채듯이 관객들도 그런 식으로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연기했다.
-극 중 미소와 강수에게는 연인과 애정의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 봐야 할까?
그렇게 보는 게 맞다. 나도 어제 안 이야기였는데, 촬영 전 제작진 사이에서도 "두 사람의 로맨스가 필요하지 않냐?"라는 내부적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만약에 그런 로맨스나 애정의 감정이 있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녀 둘이 주인공이라 해서 그 감정이 이어진다고 하는 것은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남녀의 감정을 하나로 구분 질 수 없다고 본다. 우리의 현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영화 속 두 사람의 스킨십이 약간은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감독님도 그 부분에 중점을 두며 우리 두 사람의 감정 연기와 행동에 수위를 조절하셨다. 애절하게 바라보는 컷이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하지는 않았다. 감독님도 조심스럽게 편집을 하신 것 같다.
-미소가 강수의 눈에만 보이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무엇이라 생각하나?
언론 시사 때도 말한 것 같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타인에게 보이는 것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간절함과 공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 둘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에게만 보이는 것 아니었을까?
-시각장애 연기를 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에피소드도 들려줬으면 한다.
시각장애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게 표현한 부분도 있었지만, 단순한 흉내로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좀 더 조사하고, 시각장애 연기를 도와주신 선생님이 계셔서 함께 수다 떨고 이야기하며, 그분들의 평소 심리를 이해하려 했다. 신체적인 특징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분들도 신체적으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시각장애인이었다가 세상을 보는 느낌을 영화 속에서 담는 데 주력했다. 사실 그런 감정이 시나리오에 보려 해도 없었다. 그래서 이 감정을 다른 감정신에서 묻혀가려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웃음) 계속 노력했지만 디테일하게 못 살린 거 같아 아쉬웠다. 미소가 처음 세상을 마주하는 장면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의미가 강하게 담긴 작품인 만큼 그와 관련한 가치관에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영화를 할 때마다 항상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의미가 담긴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부하고 논란이 될 거라 생각하지만, 찬반을 따질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러한 의견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어떤 선택이 옳은지 물었을 때 그 상황에서 놓이지 않는 이상 쉽게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연이어 하고 있는 만큼 그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도 배우에게 있어 중요하다. 후유증을 극복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면?
나는 없는 것 같다. (웃음) 연기를 끝나고 나서 개봉할 때까지는 아무렇지 않다. 캐릭터를 털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그래도 개봉을 할 때 조금 다르기는 하다. 마치 딸 시집 보내는 기분이라 할까 (웃음)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드리는 기분이 그렇다. 그 순간 시원섭섭한 마음을 느낀다. 내 캐릭터를 보내기 싫다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연기했다고 해서 그것에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해서 우울하거나 그렇지도 않다. 최대한 작품을 연기하고 나서 그날의 연기라든지 그날의 모습을 정리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감정적인 어려움과 후유증은 없다.
-밝은 캐릭터를 해볼 의향은?
항상 갖고 있다. 이왕이면, 좀 더 안 해 보고 싶은 걸 하고 싶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고 느끼지만 보는 사람들이 이제 그만좀 하라고 하면 이제 새로운 걸 해봐야지. (웃음) 그래서 나도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생각했다. 친한 사람들도 내 성격을 알기에 좀 밝은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팬분들도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더 노력하려 한다. (웃음)
-그렇다면 TV 예능에 출연해 보는 게 어떤가?
그러고 싶은데 조금 겁이 난다. 웹 드라마인 [출중한 여자]를 했을 때 시청자 분들의 반응이 갈렸다. 사실 [출중한 여자]가 내 본 모습에 가깝지만, 보는 이들은 그런 것 같지 않은 것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건 걱정되지 않지만 내 연기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어떨지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과감해 지려 한다.
-그럼 TV 드라마도 해볼 의향이 있는가?
물론 관심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하겠다. 요즘 이미지 바꾸려고 인스타그램도 하는데, 볼 사람만 보더라. (웃음)
-그래도 예전보다 캐릭터가 다채롭게 변화되고 있다.
그런 것 같다. 캐릭터들이 다채롭게 변하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영화 예매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면 좀 더 밝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 (웃음) 반반이다. 항상 고민이 되는 지점은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하고 싶고, 좋은 작품을 보여줘야 할 처지다. 대중 예술을 이끄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좋은 선택과 다양함을 보여줘야 한다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특정 장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다.
-앞으로 걸어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예전에는 거창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배우가 어떠한 길을 가야 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본인이 선택한 만큼 그것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의 배우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목표지점은 있지만 그것에 갈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나 완벽하게 느끼지만 언젠가는 내 목표를 이룰 거라 생각한다. 상 많이 받고 '넘버 1'이 된다는 건 의미 없다. 기본적으로 연기를 잘했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를 통해 '천우희가 이런 모습도 있었다'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이제 나도 조금은 유연해졌으면 한다. 원래 나 자신에게 냉정한 편이다. 그런 것들이 장단점이 있지만 그게 바로 조금씩 유연해지는 과정이라 본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인벤트스톤/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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