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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느날]의 김남길, 의외로 수다스러웠던 깊이있는 사나이

17.04.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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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이후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작품 속 진지하고 카리스마 있었던 모습과 달리 수다스러우면서도 유쾌한 성격을 지닌 그 답게 인터뷰 시간은 내내 화기애애 하면서도 깊이있는 대화가 오갔다. 다양한 농담의 향연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웃겼던 그가 느닷없이 [어느날]과 관련한 나름의 해석과 설명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의 일리 있는 설명 덕분에 영화에 느꼈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배우 김남길을 조만간 TV 예능과 토론 프로그램에 볼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작 [판도라]에서는 수염도 없는 맨 얼굴이었는데, [어느날]에서는 수염을 기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부분에 대한 컨셉과 의도가 있으시나? 

어느 정도 있다. (웃음) 원래는 오늘 인터뷰 때문에 면도하고 나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귀찮아서 그냥 와버렸다. (웃음) 농담이고 이번에는 전작과 달리 아내가 있는 상황이고, 사연 있는 캐릭터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수염을 길렀다. 


-평소 이야기한 연기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작품이었나?

스쳐 지나간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기 갈증은 매 작품 할 때마다 생각한다. 매번 드는 생각인데 연기를 하니 사람이 조금 달라 지는 것 같다. 그래서 철이든것 같다. (웃음) 조금 아쉬운 부분도 보이고 연기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도 보인다. 계속 연기하는 재미를 느껴서 좋다. 


-처음에 이 작품을 거절했다고 하는데, 이유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 당시 [살인자의 기억법]을 찍고 있을 때였다. 캐릭터를 위해서 내 안의 폭력성을 끌어내는 과정이었는데, [어느날]의 각본은 그런 상황에서 읽기에 너무 힘든 작품이었다. 그래서 [살인자의 기억법]의 캐릭터 간의 충돌이 있었다. 영화는 사실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보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리고 다음 날 [어느날]의 새로운 각본을 읽어보니 눈물이 나오더라. (웃음) 그래서 이런 상황에 따라 작품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다르게 느껴져서 이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야겠다 생각했다. 이 영화가 옳은 영화인지는 애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목마름이 영화인들 에게도 남겨져 있다. 상업 영화가 나쁘다기 보다는 이런 영화에 정서적으로 끌리는 이유가 있다. [어느날] 같은 영화들이 잘 되면 앞으로도 다양성 영화들이 잘 투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날]에서 보여준 대사의 톤이 실제 보험 조사원에 자연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보험 조사원에 대해 조감독님이 엄청나게 자료 조사를 했다. 어차피 우리가 보험조사원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린 영화가 아니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너무 치중하지 말자고 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을 그리는 게 특징이니까 사회적인 말투를 더 담으려 했다. 조금 아쉬운 게 강수가 있는 병원이란 곳이 좀 찌들게 그려졌으면 싶었지만, 자본이 조금 더 풍부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이 좀 더 시장통처럼 왁자지껄했으면, 강수라는 인물의 슬픈 감정이 잘 대비되었을 텐데, 감독님은 좀 더 인물에 치중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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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평소의 김남길과 비슷한 사실적인 감정 요소가 잘 드러나 있었던 것 같다.

[어느날]의 강수는 여러 가지 모습이 담겨 있지만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다. 그래서 평소의 츤데레 같은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덜 오글거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행히 더 담백하게 나왔던것 같다. 남녀가 붙으면 멜로가 많이 나오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어느날]은 남녀가 나왔을 때의 멜로가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주변인들이 천우희와 캐스팅되었다고 했을 때 쎈 인물들이 만났으니 멜로 아니겠지 (웃음) 라고 하더니, 두 남녀가 붙으니 멜로겠지 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웃음) 무엇보다 이윤기 감독님의 전작들과 달리 소재를 가볍게 풀어서 좋았다. 


-아내의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고 태연하게 있는 강수의 모습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건 영화적일 수 있다. (웃음) 원래는 더 심한 장면도 있었다. 극 중 강수가 이불을 찾으러 가는 그것을 바라보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인데, 강수가 휠체어를 놓는 걸 상상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건 감정적으로 너무 센 장면이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아마도 강수는 아내를 자기가 죽였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괴로움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강수만의 아내를 보내주는 방식이자 정면으로 아픔을 상대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애를 표현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강수의 눈에만 미소가 보이게 된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사실 그것도 좀 불편했다. 약간은 사실주의여야 하지 않을까 강박증이 있어서 사람들이 이를 이해할 장치도 필요했다. 강수 눈에 보여야 한다는 것도 영화의 장치적 설정이었지만, 감독님과 이야기 한 게 아내가 죽어도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영혼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영혼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굳이 그런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원래 설정은 아내가 죽어가면서 미소를 쳐다보는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직접적이고, 미소의 독립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 부분을 빼기로 했다. 관객분들에게 조금 불편하지 않게만 표현하지 말자고 했지, 이 판타지적 요소가 어색하거나 많은 분이 보면서 걸리적 거리지 않게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고 어른 동화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그게 위로가 될 수 있다 생각했다. 누군가를 떠나 보낸 이들에게 저런 식으로 위로가 되었으면 생각했다. 


-윤제문의 캐릭터와 미소 엄마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이 캐릭터들의 사연에 대해서 신파로 봤다고 하는데 그렇게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꼭 보여주고 싶었던 대목이었다. 강수 혼자가 아닌 개개인의 사연을 담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느날]은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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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는 상처를 극복한 것일까? 앞으로도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수많은 간호사와 의사를 보면서 일했으니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웃음) 열린 결말이라고 봐야겠다. 다른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도 있고, 와이프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혼자 살아갈 수 있다. 강수가 감정적으로 본인 자신을 보면서 토닥거려 주자라는 장면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되었든 우리가 더 희망적으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본다. 마지막은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 부분은 아픔을 함께했다는 결말이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미소가 강수에게 너무 큰 짐을 쥐어진 것 같다.

이 영화는 강수가 죽어가는 미소의 손을 잡아주는 장면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 직접적이고 상징적이고 죽음과 삶에 대해 더 이야기 해보자 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가 개봉하면 결말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다. 강수의 나레이션중 병이 사람을 다르게 만들다라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아픈 사람도 힘들지만 옆의 사람도 결국 힘들기 마련이다. [어느날]은 바로 그런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꼭 누가 죽은 게 아니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가 그런 정서적 의미를 잘 전달하고 착하게 찍은 것 같다. 


-경험이 쌓여서 그런 깊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런 작품들만 제안이 들어와서 (웃음)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유명 감독 큰 예산에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를 하게 되면, 그런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때는 그 안에서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겠다 생각했다. 고군분투했는데 참 힘들더라. (웃음) 배우도 열심히 해도 바로 만점짜리 배우가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것 같다. 작은 영화의 경우 배우도 몸값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고통분담을 하고 포커스를 낮추는 게 중요한데 요즘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실제 본인과 강수가 비슷한 모습이 있나?

투덜거리면서 모든 걸 다 들어주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 (웃음) 그러면 집에서 뭐냐고 난리 친다. (웃음) 그래서 여러 일에 치이는 사람들의 심경을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옛날에 긍정적이었지만 몸이 피곤하다 보니 그런 두려움과 대인 기피증에 대해 좀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 회식이 두렵네 전도연 누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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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보면 냉정한 사람 같지만, 인터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게 참 수더분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그런 강한 연기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편견적으로 생각한것 같다. 사실 나 보기와 다르게 상처 많이 받는다. (웃음) 하지만 그 모습도 나고 지금의 모습도 나다. 아마 그것은 상대적인 것 같다. 주변인들도 그런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과 인터뷰하고 이야기하는 게 참 좋다. 


-그래서 예능 출연이나 유쾌한 작품을 해보는 것도 어떤가?

그런 제안은 많이 받지만, 이야기가 좀 이상한 게 많다. 뒷부분이 별로인 작품이 많다고 할까? (웃음) 서진이 형이 '삼시세끼' 때 나오라고 제안했지만, 이게 대중들에게 어떻게 어필될지 잘 모르겠고 갈등이 되었다. 너무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고, 같이 출연한 제작진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생각해서 고민이 깊었다. 얼마전 '인생술집'을 나가면서 동엽이 형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예능이 쉬운 게 아니었다. 그 점에서 동엽이 형은 정말 천재다. 사람은 정말 편하게 하고 19금도 약간씩 얹혀주는 센스가 있다. (웃음) 


-이번 작품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 담겼다. 깨방정 떠는 모습이 가끔 등장한다. 

그게 애매한 게 그것도 오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좀 더 자연스러워해 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조금씩 수위 조절을 했다. 기절하는 장면, 연날리기 장면에서도 오버 할 때마다 감독님이 조절해 주셨다. 웃길 수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사실 이 영화에 그리 호의적인 편은 아니었다. 근데 오늘 인터뷰를 하다 보니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해한다. 영화를 다 좋게 볼 수 없다. 오늘 기자님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뀌었다니 앞으로는 토론, 교양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영화를 홍보해야겠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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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벤트스톤/오퍼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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