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 리뷰: '신세계:나쁜 정치인들의 전성시대' ★★★
17.04.19 11:17
[특별시민,2017]
감독:박인제
출연:최민식,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 문소리, 류혜영
줄거리
오직 서울만 사랑하는, 발로 뛰는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하지만 실은 어느 정치인보다도 최고 권력을 지향하며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 9단이다. 선거 공작의 일인자인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곽도원)를 파트너로 삼고, 겁없이 선거판에 뛰어든 젊은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까지 새롭게 영입한 변종구는 차기 대권을 노리며,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하지만 상대 후보들의 치열한 공세에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까지 일어나며 변종구의 3선을 향한 선거전에 위기가 거듭되는데¨
[특별시민]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어딘가 모르게 현실 속 한 정당(지금은 사라진)을 연상시키는 당명, 플래카드 그리고 그 당을 상징하는 배경색이었다. 다소 생생하게 느껴지는 묘사의 의도에는 문제의 당을 직접 저격하려는 의도보다는 우리의 현실 속 세상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끄럽게도 그것은 최근 역사적인 사건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우리 정치의 현실임을 자각하게 될 것이다. (특히 변종구의 아내 역할로 나온 여배우의 모습은 현실 속 누군가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특별시민]은 바로 이러한 현실 정치 풍자와 묘사에 관람 포인트를 두고 있다. 촌철살인적인 대사, 현실을 관통하는 통쾌하면서도 상징적인 장면, 선과 악의 이면을 지닌 인간적인 정치인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이야기를 이끄는 변종구가 악역에 가까운 이중적인 캐릭터란 점에서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분위기와 구조를 연상시킨다. 온전치 못한 캐릭터가 주인공이란 점은 다양한 긴장,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 예상치 못한 흥미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풍자에 그치는 영화가 아니다. 진짜 흥미 요인은 선거기간 동안 각 후보에게 악재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게 되고, 이를 대처하는 각자만의 대처 방식이 긴장감과 흥미를 절로 불러오게 한다. 물론 그 처리 방식이 온전치 않다는 점이 재미있다. 정치 9단 답게 능수능란한 잔꾀로 위기를 돌파하는 변종구의 재치와 각종 이슈를 만들어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하는 그의 수하들의 전략이 흥미롭게 진행된다.
변종구 캠프의 이야기와 함께 그를 상대하는 라이벌 후보 양진주(라미란) 캠프의 현실을 보여주며 이와 대비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정치계의 신성이자 보수적인 한국 정치에서 살아남으려는 여성을 대표한 캐릭터란 점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 정치를 대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원리원칙 지향, 독자성, 융통성 없는 대처)에 부딪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순수 정치의 한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영화 속 양진주의 존재는 변종구가 타락하게 되는 계기를 상징적으로 암시한 부분일 것이다.
여기에 양쪽 캠프를 오가며 특종을 잡아내는 언론인 정제이(문소리)를 통해 정치권과 언론의 유기적 관계를 부각해 우리 사회의 정의가 타락하게 되는 과정을 의미있게 조명한 대목도 인상깊다. [특별시민]은 대의보다 개인의 욕구를 위해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집중 조명하며 정치 드라마이기 이전에 배신, 거짓, 탐욕이 판치는 냉정한 드라마의 구도를 기반으로 두고있다.
이처럼 정치권과 사회의 이면을 향한 적나라한 고발성이 담긴 풍자 드라마의 묘미를 다양하게 담고 있지만, 아쉽게도 [특별시민]의 장점은 이 부분에서 그치고 만다. 다양한 인간 군상과 선거판을 뒤흔드는 돌발 상황 같은 좋은 재료들이 있지만, 이를 좋은 요리로 만들지 못한 주방장(연출자)의 솜씨가 큰 아쉬움을 불러오게 한다. 아마 그것은 이 영화를 지속적으로 긴장감 있게 끌고 가야 할 메인 스토리의 부재가 원인으로 보인다.
먼저 [특별시민]은 전자서 언급한 대로 수많은 이야기와 상황을 불러오지만, 이야기를 이끌고 나갈 핵심적인 이야기가 분명치 않다. 선거 캠프의 다양한 인간 갈등을 주제로 삼고 그와 관련한 다양한 음모를 다루고 있지만, 이 부분은 영화의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그려질 뿐이다. 드라마의 한 회당 에피소드로 부각되어야 할 상황들이 영화에서 단편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이야기는 빠르게 흘러가지만, 에피소드와 사건들의 결말이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식이다.
영화 속 인물들에 대한 초점과 관점도 잘못됐다. 이 영화의 핵심적인 관점이 '변종구 캠프'의 이야기인지 '변종구 VS 양진주' 인지 확실해야 했다. 주인공 변종구와 그의 참모인 심혁수(곽도원)와 박 경(심은경)을 적당하게 다루는 것까지 좋았지만, 양진주와 같은 라이벌 캠프의 상황을 단선적으로 보여준 것은 영화만의 긴장 구도를 떨어뜨리는 실수로 연결된다. 지나치게 적당하게 부각된 양진주 캠프의 묘사로 인해 라미란의 존재감이 크게 강조되지 못한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러한 확실한 구도와 적절한 이야기 비율과 대립 속에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중심적인 메인 스토리와 사건이 진행되었을 테지만, 중심을 잡지 못한 에피소드의 난림이 이야기적인 부분에 산만함을 더해준다. 변종구 캠프의 이야기를 유심히 다루고 있지만, 다양하게 발생하는 상황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 탓에 변종구, 심혁수, 박경의 삼각 구도를 너무 느슨하게 끌고 가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른다.
물론 영화가 선거 상황을 다룬 만큼 양캠프를 흔들만한 핵심적인 사건을 등장시키지만, 이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한 부분이 아쉬움을 더하게 한다. 영화의 반전과 메시지같은 강렬한 도구로 활용하고 싶었던 것 같지만, 영화 중반에 이 사건을 언급시켜 긴장감을 반감시킨 시도는 하지 말았어야 할 부분이었다.
좋은 소재를 잘 살리지 못한 평이한 각본과 연출력이 아쉬움을 주지만 최민식을 필두로 한 안정된 연기력을 지닌 배우들의 연기력이 시종일관 재치있는 유머와 긴장감을 살려주며 볼만한 정치 드라마의 구도를 완성한다. 선거 운동 기간에 개봉되는 영화인 만큼 핵심적인 주제와 메시지 만큼은 무난하게 전달해 주는 정치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특별시민]은 4월 26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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