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빠는 딸] 정소민, 47세의 중년과 십 대 소녀를 연기할수 있었던 비결은?
17.05.08 13:10
최근 영화 [아빠는 딸]과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적 정서를 자아내는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안정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정소민. 십 대 소녀 같은 동안적인 매력을 지녔지만, 직접 만나본 그녀는 나이 많은 선배 연기자와 비슷한 나잇대의 배우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오픈마인드를 지닌 사람이었다. 지금의 가족 드라마에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세대의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음은 그녀와의 일문일답.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아빠는 딸]은 2년 전에 찍은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완성된 영화를 보니 저런 신이 있었나 싶은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욕을 하는 장면이 너무 민망했다. (웃음) 내가 너무 세게 말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 혼자가 아닌 관객들과 함께 봐서 영화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처음 각본을 보고 어떤 기분을 느꼈나?
그때는 막연하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너무 겁이 났다. 내가 이걸 해야 한다는 게 모든 게 숙제처럼 느껴졌다. 극 중 나는 신체만 여고생 일뿐 정신은 남자인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다. 게다가 47살의 중년 가장과 직장에서의 만년 과장을 내가 연기한다는 게 쉬운 일인가? (웃음) 어려운 미션이 한 보따리가 들어와서 너무 막막했다. 그래서 처음 접근했던 것은 외형적인 부분이었다. 윤제문 선배님의 걸음걸이 말투 등을 연구하며 캐릭터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려고 노력했다.
그다음은 내면적인 부분이었다. 가장의 무게라든지, 과장의 고초를 아직 어린 내가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단순히 딸의 입장에서 아빠를 이해하기 보다는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이기에 행동만으로는 그 역할을 하기 쉽지 않다고 느꼈다. 감독님과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다. 그러다 생각이 너무 많은게 독이 될 것 같았다. 어차피 내가 아무리 따라잡으려 해도 그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 소꿉놀이의 엄마 아빠 놀이처럼 이 연기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윤제문 선배에게 어떻게 다가갔나?
처음 뵙기 전 [고령화 가족]이라는 영화를 봤다. 선배님의 행동과 버릇을 배울 수 있는 예시들이 많았다. 풀타임으로는 두 번인데 선배님 등장 신만 수십번 봤다. 만날 때는 각자의 역할을 바꿔서 연습도 했다. 그리고 선배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즐거운 작업이었다.
-윤제문 배우의 생각 나는 특정한 행동이 있다면?
선배님은 무조건 팔 자 걸음이시다. (웃음) 평소 말투도 매우 시크하신 편인데, 그게 참 매력적이었다.
-윤제문 배우의 '나혼자' 댄스를 평가하자면?
라인이 너무 예쁘게 찍혀서 보고도 놀랐다. (웃음) 나는 저렇게 못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요염하셨다.
-설정상 그래도 남자다. 치마에서 바지를 입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직접 남자를 연기해보니 어땠나?
사실 영화가 순서대로 촬영이 되지 않았다. 아빠가 되었다가 여고생이 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여고생이 순간적으로 팔자걸음을 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자가 되어보니 너무 편해서 좋았다. (웃음)
-강산애 씨의 '삐딱하게'는 직접 부른건가?
맞다. 직접 했다. 그거 외에도 서른 즈음에 도 불렀다. 원래는 그게 엔딩곡에 수록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결국 실리지 못했다.
-이번 영화서 본인이 선보인 애드립이 많았다고 하던데?
참 많았다. 애드립은 아니었는데, 극 중 도연이 교무실에서 "성적은 행복 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그때 감정상 흥분해서 소리 지른 거였는데, 그 부분이 오케이가 된 것이었다. 코미디 적인 장면이다 보니 허용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박혁권 선배가 분한 병진이와 대화하면서 욕하는 장면도 각본에 없었던 애드립이었다. (웃음) 평소 욕을 하지 않지만 답답한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다 생각해서 시원하게 욕을 하게 되었다. 욕은 과거 함께 작업한 김상호 선배님의 어법을 따라했다. 너무 좋은 선배님이신데, 욕하는 장면을 정말 재미있게 하신다. 거칠고 무섭게 하지 않고, 귀엽게 하시는 분이셔서 언젠가 한 번 저런 욕 연기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웃음)
-주로 아저씨 배우들과 케미가 좋은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내가 원래부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선배님들과 친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이경영, 김의성 선배님들과도 친한데, 모두 다 카톡 친구분이시다. (웃음)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한 게 한참 전에도 영화 개봉 날짜를 물어봐 주시고, 꼭 가서 보겠다고 답해 주셔서 너무 좋았다. 오연수 선배님 하고도 개인적으로 친하다. 미국에 계시는데, 지속해서 연락해주신다. 겉모습만 보면 도시적으로 느껴지지만, 정말 다양한 매력이 있는 분이다.
-지금 20대 후반인데도 불구하고, 교복이 정말 잘 어울린다.
고맙다. (웃음)
-최근에 정소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너무 많다. 어떤 기분이 느껴지나?
일단 그 부분은 너무나도 감사하게 느낀다. 그 전에도 사람으로서의 여유를 가지려고 했는데, 좋은 칭찬들이 많이 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십 대 캐릭터 제안이 온다면 할 수 있겠나?
그렇다. 나잇대와 상관없이 잘하고 싶다. 교복은 언제든 입을 수 있다. 왜 자꾸 어울리지 않는 교복을 입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상 언제든 할 것이다. 그만큼 학교생활이 사람들의 삶에 있어 큰 부분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거기에 내가 한 발 들일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실제 고등학교 생활시절과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땠나?
도연이에 공감이 간 게 그 시절 나도 아버지와 어색한 사이였다. 적대적이었다기 보다는 아버지가 무섭고 엄하시다 보니 도연이의 행동에 절로 공감되는 게 많았다. 도연이가 사춘기를 맞이했기에 그렇게 느꼈다고 본다. 정말 순수하게 착한 딸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관객 모두 공감했을 것이다. (웃음)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야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와 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아빠는 딸]처럼 아버지가 주인공인 작품인데 두 작품의 시너지가 나올까?
나도 그게 신기했다. (웃음) [아빠는 딸]의 도연이가 [아버지가 이상해]의 미영이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웃음) 그래서 공통점이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더니, 바로 이미도 언니도 두 작품에 나온다. (웃음) 그래서 너무 신기했다. 미도 언니랑 사적으로 너무 친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도 참 신기해한다.
-[스물] 때의 또래 배우들과 [아빠는 딸]의 아이돌 출신 신인 배우들과 함께한 조합이 보기 좋았다. 이들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그런 케미는 실제로도 지니고 있다. 그게 극 중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스물] 때는 모두가 동갑이다 보니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단톡방이 생기면서, 서로 디스하고 응원도 하고 재미있게 놀았다. (웃음) 아직도 단톡방에서 함께 대화하며 놀고 있다. 요즘에는 어떤 배우분이 계속 실없는 농담을 계속 던져서…(웃음) 배우들끼리 이런 관계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TV 단막극인 [빨간 선생님]을 작업했을 때였다. 그때 함께한 또래 배우들과 친해진 게 너무 좋아서, 출연하는 작품의 배우들과 친분을 쌓고 추억을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스물] 단톡방의 실없는 농담은 누가 자주 하나?
우빈씨…(웃음) 개그 욕심이 정말 크다.
-터프한 여고생과 아저씨 연기를 선보였으니, 걸크러쉬한 연기도 자연스럽게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좋다. 사이다 같은 캐릭터를 한번 해보고 싶다. 그런 제의가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액션 연기도 자신 있나?
드라마 때문에 액션 스쿨을 다닌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무술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나한테도 이런 면이 있나 놀랬다. (웃음) 무용을 전공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어려운 동작 연기를 하는 데 문제는 없었다.
-신인 때의 여성스러움과 달리 망가지고 적극적인 캐릭터로 변해가고 있다. 요즘 그런 캐릭터를 선호하나?
가리는 거는 없다. 전부다 하고 싶다. 욕심이 많지만 그런 캐릭터 중에서는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많다. 성격이나 이런 면에서 털털하지만, 취향은 여성스럽다. 그래서 사실 둘 다 참 매력이 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영화사 김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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