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선특집 기사? [보안관]의 이성민,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는?
17.05.08 17:58
돌이켜 보면 배우 이성민은 그동안 출연한 여러 작품에서 리더와 조언자 격의 역할을 주로 수행해 왔다. [미생]의 오과장을 비롯해, [군도:민란의 시대] [손님] 드라마 [기억] 그리고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인 [보안관]의 캐릭터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이끄는 리더이자 우두머리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인지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생겼다. 곧 있을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의 덕목과 그가 원하는 지도자의 이상에 대해 알고 싶었다. 이상적인 리더와 악역에 가까운 리더를 오간 그였기에 보다 인간적인 대답을 얻을것이라 기대했지만, 받아낸 답변은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인 지도자관이었다. 그의 바람과 같은 지도자가 탄생되길 바라며 일문일답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영화를 본 소감은?
시사회 때 처음 봤다. 편집 중간에도 봤다. 재미있었다. 유쾌하고 즐거웠다.
-오래간만에 보는 남성미가 가득한 영화다.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하고 싶어서¨(웃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째는 나랑 작업을 했던 조감독 출신이 연출 데뷔를 한다니 관심이 있었고, 이야기가 큰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유쾌한 영화를 해봐야 나 자신이 힐링이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 좀 다이내믹한 역할을 하면 나의 신체에도 변화가 올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는 이 영화를 코미디가 아닌 풍자물로 생각했다. [보안관]의 등장인물은 40대 남성들의 모습일수도 있고, 대다수 우리 국민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평소 작품 선택의 중점은?
시나리오가 느낌이 와야 한다.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읽으면서 지속 이어지는 맛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장면과 설정의 등장과 내가 그 역할을 했을 때 그려지는 모습이 명확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그런 장면들에 호감을 느낀다. 가끔 좋은 역할인데 나와 이미지가 안 맞으면 안 하는 편이다.
-대호는 일상 속 이성민과 얼마나 가까운 캐릭터인가?
글쎄…(웃음) 아마 후배들은 나를 꼰대로 보고 있지 않을까? 원래 그렇지 않은데 본의 아니게 간섭하고 오지랖이 클 때가 있다. 예전 스태프가 위험한 난간에 서 있을 때 통제 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 그 스태프 입장에서는 너무 간섭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 그러한 오지랖 넓은 간섭은 내가 늙고 불안해서 그런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예전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대호 캐릭터는 금목걸이에 팔뚝을 자랑하는 나시티를 과하게 입는다. 그런 마초남이 되어본 소감은?
정말 유쾌했다. (웃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들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았다. 오래간만에 배우를 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공식적으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니까. (웃음) 아주 유쾌했다.
-일상생활 속의 그런 분(마초남)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셨나?
[보안관]은 김형주 감독이 윤종빈 감독과 함께 부산에 촬영하다가 길에서 대호 같은 아저씨를 보게 되면서 떠올렸다고 한다. 쫄티에 금목걸이를 한 아저씨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 어떻까 생각했다고 한다. 근데 가끔 그런 분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특히 해변가에서…(웃음) 나는 개인적으로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분들은 정체가 뭘까 했는데 결국 내가 했네¨ (웃음)
-캐릭터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면?
가족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그럼 실제 아내분에게도 호통치시나?
아 절대 그렇지 않다. (웃음) 나는 집안에만 있고 말 잘 듣는다. (웃음) 그리고 아내를 돕는 편이다. (웃음)
-그래서 이번 영화에 카타르시스를 느낀 건가?
아닌데… (웃음) 그러고 보니 약간 비슷한게 있었던 것 같다. 김장할때 수육 찾는 말을 일상에서는 못하는데 영화에서 하게되니 카타르시스가 생기더라. (웃음) 딸내미에게 구박을 받거나 와이프가 샤워하고 다가오는 장면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조금 공감 갔다. (웃음)
-영화에서의 탄탄한 몸은 지금도 유지 중인가?
아니. (웃음) 우락부락한 정도가 아닌 근육을 유지했다. 유도를 했고, 웨이트를 열심히 했다. 그때 그런 마음이 들더라. 몸 좋은 애들이 왜 웃통을 벘는지 (웃음) 나도 태닝을 해봤는데, 참 좋더라. 처음에는 살이 하얀편이라 집에서 팬티만 입고 태닝도 했는데, 날이 추워지니 어렵더라. (웃음) 운동을 나가면 가끔 태닝을 하고는 한다. 요즘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웃음)
-조진웅의 정체를 의심하는 대목이 너무 단순해 보인다는 의견이 있다.
그것은 형사의 촉으로 해석된다. 논리적으로 보면 안 그럴 수 있지만, 직감이란 것은 무시 못한다. 정확히 마약과 관련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나보다 더 화려한 수컷이 나타 났을때의 질투 일수도 있다.
-액션 연기에 능한 조진웅을 상대한 소감은?
진웅이가 치고받고 하는 걸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때리고 이러는 걸 진웅이가 힘들어하더라. 나 같은 경우 일방적으로 진웅이에게 폭행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액션 합을 맞출 때 내 리액션이 너무 커서 목에 무리가 왔다. (웃음)
-조진웅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고 들었다.
예전 드라마 [열혈장사꾼]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 우리 역할은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던 딜러였다. 쌈마이의 극치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때도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군도] 때 만났고, 이미 진웅이는 높은 클라스에 올라와 있을 때였다. 그리고 광고 때 실제 인연이 있는 사이로 함께 찍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때는 참 남달랐다. 우리 둘의 관계를 돌아보는 계기였다. 나와 진웅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고, 무명시절을 함께 겪어봤으니 지금은 정말 공감 가는 게 맞다. 진웅이는 정말 술을 좋아하는데 나는 아니다. (웃음) 그러고 보니 이선균도 술을 참 좋아하지… (웃음) 그래서 나와 잘 연락하는 배우가 많이 없다. (웃음) 아무래도 술을 자주 안하니 그들이 나를 조금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차라리 커피를 마시는데, 그런 사람이 많이 없다. (웃음) 대신에 선균, 진웅이네 가족과 아주 친하다. 우리 와이프랑 진웅이 와이프가 친하고, 나도 선균이 와이프랑 친하다. 요즘에는 배정남이 혹하면 전화한다. (웃음) 선균이도 정말 착한 친구다. 자주 연락은 안 하지만 가끔 모이면 개네 집에 가서 논다.
-'라디오스타'에 메인으로 출연 못 한 이유는?
현재 영화 [공작]을 촬영 중이다. 그래서 바빴고, 약간의 예능 울렁증이 있다. 내가 너무 단답형으로 이야기해서 (웃음) 예능 프로에 나가야 한다면 배정남이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워낙 재미있는 친구였다. 그러다 나와 전화통화만 하게 되었는데, 조금 미안하더라. 이왕이면 주인공인 내가 갔어야 했다. 그래서 원래는 촬영 중간에 가려 했는데, '라디오스타'는 오픈이 안 되는 체제라 한다. 방송을 보면서 많이 반성했다. 내가 할 몫을 정남, 성균이가 해야 하니 미안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웃음)
-부산 색이 굉장히 강한 영화다. 부산 출신 배우들이 많이 없어서 어렵기도 했을 텐데…
그런 이야기가 현장에도 있었다. 나는 경북 출신이지만, 말투에서부터 부산의 느낌이 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감독님이 나의 대사 톤에 많이 신경 써주시곤 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따로 디렉션을 주고는 했다. 말투가 경북 스럽다고 (웃음) 그건 감독님을 믿고 나갔다. 김종수 선배님이 나보다 위에 계셔서 그분도 맣이 도와줬다. 극 중 강곤역의 임현성은 서울 사람이라 애드립도 못했다. 말하면 서울 표준말 티가 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웃음) 그래서 우리 모두 부산 출신의 감독을 믿으면서 작업에 임했다. 기장의 지형적 위치를 생각해 바다 사나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게 경상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한다. 그들을 통해 우리 모든 대한민국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여줬으면 한다.
-대호가 이끄는 보안관 무리를 보며 어떤 이들은 '아재들의 모임' 또는 '루저 집단'이라고 정의하고는 한다. 이들은 어떤 무리라 생각하나?
사실 웃긴 이야기지만 아까 오면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나이를 검색했다. (웃음) 나보다 형님이시더라 (웃음) [어벤져스] 멤버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아 놀랐다. (웃음) 어쩌면 [보안관] 멤버들이 아재들 같지만, 나는 이들을 '부산 [어벤져스]' 라 생각한다. (크게 웃음)
-[영웅본색]은 이성민 배우에게 어떤 영화인가?
'콘서트 7080'을 보면 그때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 내 나이와 그 시절 내 모습을 추억하는데, 나이 들어가는 가수들의 모습을 볼때마가 참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된다. [영웅본색]도 그렇다. 많은 영화를 봤지만, 그 영화는 추억의 노래들처럼 크게 각인된 작품이다.
-[영웅본색]의 누구를 가장 좋아하나?
나는 적룡을 좋아했다. (웃음) 진짜 의리의 상징이지 않은가? 누가 그러는데 내가 머리가 벗겨지면 적룡과 닮았다고 한다. (웃음) [영웅본색]은 우리 중년들이 가진 로망이었다. 영화에서 [영웅본색]을 많이 참고한 장면이 많아서 촬영할 때 함께 웃었다. 영화에 편집되었는데, 음주사고 민원 해결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성냥개비 무는 장면이 있었다. (웃음)
-대호는 왜 보안관을 자처했나? 경찰 시절이 그리워서? 리더가 되고 싶어서?
천성인 것 같다. 그가 가지고 있는 천성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을 꿈꿔온 것 같다. 물론 아내는 힘들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아재 정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아재 정서의 유행을 아저씨들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존중해주는 문화라고 본다. 요즘 유행하는 '아재파탈'이란 단어가 후진 의미는 아니잖아. (웃음) 정우성, 장동건도 넓게 보면 아재잖아. (웃음) 물론 당연히 내가 그 급은 아니고… (웃음) 우리 딸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보고 섹시하다 하는데 그게 참 충격적 이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섹시하다고 하다니…(웃음) 아재 정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꼰대 이미지와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본다. 영화 속 우리 모두 다 괜찮은 사람들인데, 왜 하필 너무 촌스럽게 꾸며서…(웃음)
-그동안의 출연작에서 집단의 리더 역할을 많이 했다. 이성민이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는 룰을 잘 지키는 사람을 리더라고 본다. 늘 그런 생각을 한다. 룰과 원칙을 끝까지 잘 지키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세상이 왔으면 한다. 되도록 반칙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한다.
-자신이 선보인 캐릭터중 평소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미생]의 오과장이 마음에 남았다. 덜 부대끼면서 한 거였고, 일상의 나하고도 잘 맞았던 캐릭터였다. 원작 캐릭터는 좀 차가웠지만, 나는 내 식대로 꾸미고 싶었다.
-장그래를 챙겨주는 모습이 많이 비슷한가?
그것보다 그의 생각과 사상이 나하고도 비슷했다. 그만큼 용기 있지는 않지만 (웃음)
-평소에도 이렇게 무리를 몰고 다니거나 리더를 자처하시나?
아니다. (웃음) 떼로 다니는건 싫어한다. 근데 요즘 사람들이 떼로 다니자고 한다. (웃음) 그런걸 좋아하지 않지만, 함께하니 너무 좋았다. (웃음) [로봇, 소리] 때는 로봇과 다녀야 하니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그런 것 같다. (웃음)
-후배 배우들을 만나면 경쟁의식을 느끼는 편인가?
그런편이다. 예전 연극하던 시절에는 다 나보다 부족한 후배들이 많아서 겁이 없었다. 후배들이 못하면 무대서 내려오라고 할정도로 기고만장했는데, 어느 날 공연장의 연기잘하는 후배들을 보며 절로 감탄하게 되었다. 부러웠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도 멋있고 연기잘하는 배우들이 혜성처럼 등장하는걸 보면 가끔 질투가 난다. 그들의 멋있는 개성을 보면서 오히려 나는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한 다양한 색깔을 가지 배우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 영화라 생각한다. 처음 극단에 들어오게 되었을때, 연출하시던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너는 너를 본 적이 있냐?" 라고, 그래서 "거울로 보잖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아무말도 못했다. (웃음) 결국 나이를 들다 보니 결국은 배우랑 그것을 찾아가는 길이라 생각했다. 기자들과 관객들은 나를 보고 있지만 나는 내 자신을 보지 못한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냐고 하는데, 그건 아닌것 같다. 아까 리더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해보니 내가 일상에서도 학교 반장과 같은 리더 역할을 의외로 많이 했다. 나이를 들면서 배워 가는것은 타인들의 말을 존중하고 배워나가는 것 같다. 배우란 결국 나를 알아가는 길이라 본다.
-그럼 배우 이성민은 어떤 맛을 가진 배우 갔나?
아무래도 나는 조미료 같은 배우같다. (웃음) 그건 내 딜레마다. 메인 재료가 되고 싶은데, 그게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메인 재료가 되었지만, 그래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안관]은 결국 그 갈림길에 선 작품이다.
-관객들이 [보안관]을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는가?
보고 모두가 건강하게 웃고 가셨으면 한다. 그리고 훌훌 털어버리셨으면 한다.
-[보안관]의 속편 제의가 온다면?
당연히 해야지. (웃음)
[보안관]은 현재 절찬리 상영중이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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