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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아버지들 그리고 황야의 7인

11.12.05 21:35

[안철수 아버지들 그리고 황야의 7인]
 


안철수 교수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전염병과 같은 컴퓨터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무료 백신을 배포하며 PC세계를 구하려 한 ‘의사의 의무’ 와 어려움에 빠진 청년-청춘 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강연을 다녔던 ‘지식인의 의무’ 등 언제나 자신의 위치에 맞는 의무를 실천 해왔던 그가 이번엔 자신의 회사의 지분을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다시금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는 ‘기득권 층의 의무’ 였다. 비 양극화와 청년실업, 전세 난에 지도층의 부정이 만연하게 된 지금의 현실에 빗대어 볼 때 의미 있는 사건 이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왠지 모르게 대비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의 아버지 들인 지금의 ‘기성세대’ 들이었다. 안교수의 행동이 기성세대가 했어야 할 행동을 대신 한 것과 같아 그들에게는 그 가 왠지 더 ‘아버지’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우리에게 정의와 원리를 강조하지만 정치와 사회의 부정과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야기한 문제이며 그들 직접 이 문제들을 풀어 줬어야 했다. 적어도 사회 문제 해결은 아니더라도 ‘따뜻한 위로’ 와 같은 ‘공감적 형성대’라도 함께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여튼 이런저런 생각하며 뉴스를 보다 갑자기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다름아닌 고전 서부 영화의 대명사로 일본의 거장 구로자와 아키라 의 ‘7인의 사무라이’ 를 미국식 서부영화로 리메이크 한 ‘황야의 7인’ 이었다.
 

 
 4-50대들에겐 형님 들인 율브리너, 찰스 브론스, 스티브 맥퀸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추억의 작품으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 접경지역에 있는 마을 사람들이 마을을 침범하는 도적떼에 맞서 7명의 총잡이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극 중 마을의 아이들은 주인공 중 한명인 베르나르(찰스 브론슨)를 잘 따라 다닌다. 그의 뛰어난 사격 솜씨에 반해서인데, 그 중 소년 하나가 자신도 베르나르와 같은 총잡이가 되고 싶다며 “우리 아버지는 총도 쏠 줄 모르고 농사만 지어서 도적 들한테 당하고 사는 겁쟁이 예요” 라고 말한다. 그 이야기를 듣던 베르나르는 갑자기 눈이 커지면서 그렇게 말한 소년의 엉덩이를 때리며 이렇게 훈계한다.
 
“너의 아버지는 겁쟁이가 아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말거라. 총을 가진 자가 용감한 것이 아니고, 책임감을 가진 아버지가 용감한 거란다. 너와 네 형제와 네 어머니를 위한 책임감이 훨씬 더 무겁고 그 책임감은 땅에 뭍히는 그 날까지 멍에가 된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가족을 사랑하니까 책임감을 안고 살아간다. 난 책임감을 가진 아버지가 가진 그런 용기를 가져 본적이 없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늘 허리가 휘어지게 묵묵히 가족을 위해 일을 하는 그게 바로 용기다. 감히 나는 가지지 못한 것이기도 하단다.”
 

 
결국 베르나르는 마지막에 소년들을 구하려다 총에 맞게 되고 그 와중에 아이들 에게 “다시는 너희 아버지를 겁쟁이라 부르지 않기로 약속 해주렴” 이라고 약속을 받으며 장렬한 최후를 맞게 된다.
 
짧은 순간 이었지만, 베르나르의 대사를 통해 아버지와 기성세대가 대의라는 것에 대해 감히 나서지 못했던 것에 대해 생각 했다. 때로는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의무’와 누군가의 ‘기대감’에 살아가야만 한다. 우리는 ‘베르나르’ 와 같은 정의로운 ‘해결사 아버지’ 들을 원했지만 모두가 완벽하게 그 모든 것들을 충족 시킬수 없다.
 
씁쓸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두 가지중 한가지를 선택 해야 하는 순간이다. 안철수 에게 있어서 이 사회의 문제를 책임 져야 할 자신의 위치에 맞는 ‘의무’ 를 져야 했듯이 어쩌면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아버지 로 서의 의무’ 를 중요하게 생각 하며 그 길을 결정 한 거 아닌가 생각 한다. 어쩌면 그러한 ‘대의’를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 하거나 그 일에 대한 여파를 알기에 다시는 기억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사회적 무관심’ 을 만든 거 아닌가 싶다.
 
비록 그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무관심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가정을 지키며 ‘아버지’ 의 의무를 다하려 노력한 ‘기성세대’ 들의 업적에 대해선 우리들의 우선적인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들의 아버지들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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