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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김주혁 "섹시한 악역이 되고 싶었다"

17.05.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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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1940년대 분위기에 걸맞은 낭만적인 악당을 연기한 김주혁은 영화 속 남도진과 예능 '1박 2일'로 완성된 구탱이형의 이미지가 반반 섞인 듯한 모습이었다. 친근한 동네 형 같으면서도 자신만이 갖고있는 개성적인 멋을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의 일상의 멋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해 김주혁은 그것이 바로 배우가 가져야 할 자세라 말하며 자신의 연기관과 철학을 깊이 있게 설명해 주었다. 친근한 구탱이형의 숨겨진 매력과 멋이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연기를 냉정하게 자평하자면?

반반이다. (웃음) 마음에 든 부부도 있고, 들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공조]에 이어 연달아서 악역이다. 그것도 위조지폐와 관련한 악역만 계속하고 있다.

[공조]보다 이 영화를 먼저 촬영했다. 그다음이 [좋아해][공조] 순으로 작업을 계속했다. 감정 조절을 작품마다 달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공조]와 조금 달라서 좋았다. 난 [공조]의 악역이 악당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이 영화의 캐릭터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웃음)


-처음 이야기한 연기에 대한 마음에 들었던 부분과 안 들었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내가 처음 등장한 부분은 좋았는데 마무리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 너무 감정이 과했던 것 같다. 스릴러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허투루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럼에도 김주혁 특유의 무표정함과 시크함이 섹시한 카리스마로 잘 담긴 것 같다. 그런 무표정함을 만들어 낼 때 어떤 감정을 갖고 연기를 하시나?

어렸을 때 연기를 할 때 가만히 있어도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당연히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웃음) 그래서 억지로 표정을 만들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더 안 좋았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 굳이 억지로 하지 않아도 감정이 드러나게 된 것 같았다. 그때는 그런 느낌을 느끼지 못했는데, 진심으로 그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진정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대처하면 기자님이 느꼈던 그런 표현이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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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진이란 인물은 어떻게 접근했나?

"나는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뻔뻔한 인물관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접근했다.


-패션, 말의 톤 고전 누아르 스릴러물의 캐릭터를 연상. 참고한 캐릭터가 있는지?

없다. 기본적으로 내 컨셉이 돈 많은 한량이다. (웃음) 극장에서 쇼를 하는 모습에서 볼때 그는 멋을 아는 사람이며, 과거를 추정해 보자면 극장에서 살았던 인물인 것 같다. 거기서 외국인을 만나 그들의 말투와 언어를 배웠을 것이다. 머리도 비상해서 사기도 많이 치고 여자도 꼬시고 돈 쓰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연기할 때 캐릭터의 과거를 알고 작업하는 편인가?

정보가 너무 없으니 이해를 하려 했다. 그래서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다. 


-김주혁의 악역은 섹시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보였다니 천만다행이다. (웃음) 내 가치관은 배우는 어떤 모습을 보여도 멋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 배우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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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연기를 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부분은 있나?

그런 개념은 없다. 난 거기서 할 만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에 목표가 있을 것이며, 그 목표를 넘어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내가 주인공이 아닌데, 그 상대를 이기려 하면 안 된다. 가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장면에서 내 역할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갑자기 다른 주연을 하고 싶은 생각에 의도되지 않은 연기를 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 생각한다. 


-어떤 배우들은 악역을 연기할 때마다 쾌감이 느껴진다고 한다. 요즘 연이어 악역을 하고 있는데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하시는가?

물론 있다. 내가 평상시 할 수 없는 눈빛과 언행을 하니 좋다. (웃음) 사람들은 한 번 그런 나쁜 짓을 하고 싶지. 이렇게 간접적으로 해야 푸는 게 있다. 


-남도진은 두 여자를 모두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고 보는가?

사랑했다고 본다. 하지만 걸림돌이 되니 결국 잊어버렸던 것 같다. 전형적인 나쁜 남자다. 


-스릴러 영화 속에 간혹 낭만적인 악역이 등장하고는 한다. 잔혹한 살인마지만 피아노를 치는 남도진 또한 그런 존재 같은데, 악당들이 이렇게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가?

그런 감성이 없으므로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극단적인 것을 경험한 거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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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모를 보면서 이 배우가 이 캐릭터를 왜 선택할까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가?

어떤 캐릭터를 더 해야겠다는 것보다는 연기하면 멋지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면 다르게 할수 있다 느끼게 된 것이다. 가끔 그런 촉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이건 내 캐릭터가 아니다라고 느껴지는 캐릭터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당연히 새로운 모습도 선보이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다. 악역 선택 하는 거야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으니 한번 해보고 싶었다.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무서워 보인다는 말도 있었다. (웃음) 무엇보다 이 번 영화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정가 형제'가 각본을 맡은 점도 있었고, 그 덕분에 감독과 각본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무표정한 카리스마를 만드는 모습에서 아버님(故 김무생)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아버지를 생각하고 연기하셨는지? 

그러게 요즘 들어 너무 닮았다고 한다. 나이 먹으면서 이제 닮은 모습이 서서히 나온 것 같다. 나이 들면 더 닮아질 것 같다. 


-절대 악인 캐릭터였는데, 법정에서 정말 억울해하는 모습이 헷갈리게 했다. 진짜 억울해 보이더라. 어떤 심경으로 연기했나? 

분명히 억울한 캐릭터라 생각했다. 그래서 소리를 더 지르려 했는데, 한 번만 해야 했다. (웃음) 그게 거슬리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성한다. 왜냐하면, 액션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부분이 너무 강하게 개입되면 거슬리기 마련이다. 이 인물은 소리를 지르고를 떠나서 좀 더 다르게 표현되어야 할 캐릭터였다. 마지막 장면에 너무 감정을 들어낸 것 같다. 솔직한 내 감정이다. 


-다소 거친 액션 장면에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정말로 위험했다. 구르고, 쇠파이프로 때리고, 보일러가 중앙에 놓여있으니, 그 위치를 돌며 액션을 연기하는 데만, 3일이나 걸렸다. 지하실의 구조에 적응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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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에게도 예능을 추천한다 하셨는데, 예능이 어느 정도 연기 완성에 도움이 되었나?

연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추천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모든 사람한테 권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걸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외향적인 사람보다는 내향적인 사람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를 내가 본다'라는 특징이 있다. 나를 보면서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확신이 서게 된다. 연기를 굳이 안 해도 내가 무엇을 해도 된다는 확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감정과 성격을 정확히 알게 되고, 연기를 할 때 절로 느끼게 된다. 처음 '1박 2일' 할 때는 정말 왜 하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잘한 것 같다. 


-스릴러와 책을 좋아했나?

원래 스릴러를 좋아한다. 근데 이번 작품은 되도록 원작 소설을 읽지 않으려했다. 각본 자체가 탄탄했고, 원작에 빠지면 좋은 각본의 의도에 나도 모르게 벗어 날수 있으니까 말이다. 


-좋아하는 스릴러 영화가 있다면?

[세븐] 같은 영화가 좋다. [로스트 인 더스트] [시카리오] 같은 류의 범죄 드라마 물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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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차갑고 건조한 영화들을 좋아하나?

그렇게 표현이 강한 영화들을 좋아한 것 같다. 아마 감독이 잘한 영화여서 그런 것 같다. 배우보다 감독이 잘하면 배우들도 잘 따라오기 마련이다. 작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연출자의 능력인 것 같다. 


-작품을 할 때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블루스크린 연기는 절대 못 할 거 같다. (웃음) 상대 배우가 보여야 할 수 있지, 그거 없이 따로따로 하는 건 힘들 것 같다. [어벤져스] 같은 할리우드 영화가 그런 식으로 연출하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연기를 하게 되는 동력은?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에서 동력을 얻는다. 연기는 내가 봤을 때 끊임없이 고민하고 지켜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계속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내가 느끼고 내가 보는걸 솔직하게 표현 하는 것이 연기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너무 어려운 직업이다. 스타로서의 고민도 해야 하고, 연기자로서의 고민도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을 위한 작업을 한다면 정말 어려운 직업이다. 그래도 예술이라는 장르에 왔는데 그런 소리도 못 들으면 살겠나? 사실 나는 조언을 잘 안 한다. 그들 스스로 느껴야 하는 게 더 좋은 것이다. 그들 모두 다 장점이 있고 존경하는 모습도 있다. 


-법정의 팽팽한 기운이 느껴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실제 느낌은 어땠나? 

외톨이가 된 느낌이었다. 베테랑 연기자들이 아래에서 감정싸움을 하는데 나만 위에 있었으니…(웃음) 근데 오히려 위에 있으니 내가 남다른 지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게 참 묘하게 느꼈다. 밑에서 아래를 보는 부분이 정말 묘하면서 진짜 악역이 된 느낌이었다. 난 너희들의 위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남도진이 낭만 없는 잔인한 악역이었다면?

그럼 안 했을 거다. 이후에 할 수 있어도 그런 극단적 모습을 보는 것은 나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아마 이 영화는 내가 '1박 2일'을 끝내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비밀은 없다]를 촬영했고, 그다음 이 영화의 제의가 들어왔던 것 같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어두운 캐릭터를 잘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삭제된 장면 중에서 남도진이 여성 캐릭터를 정말 매몰차게 때리고 모욕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잔인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 장면이 그대로 사용되었다면, CF 제의도 들어오지 않았을 거 같다.

어차피 CF 제의 들어오지도 않고 있다. (웃음) 인사돌 이후로 들어오는 CF가 없다. (웃음) 그러니 나는 잃을 게 없다. (웃음)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자면?

너무 닭살이 돋는 순간이다. (웃음) 난 이런 질문을 진심으로 한 적 없다. 굳이 본려 한다면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잘 보시고, 우리 네 배우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 될 것이다. 내가 원래 비판적이다. (웃음)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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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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