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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설경구 "그동안 안일했다, 다시 치열해질 것이다"

17.05.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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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개봉을 앞둔 설경구는 사뭇 진지했다. 영화 흥행에 대한 걱정은 모든 배우가 갖고 있지만, 오히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 자신의 안일했던 연기관을 반성했던 계기였다고 말했다. 작품 속 무난한 연기를 보여 준 것 같지만, 알게 모르게 이번 영화 속 그의 연기에는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 베테랑 배우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었다. 과연 무엇이 그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자극을 준 것일까? 그와 관련한 일문일답을 나눠봤다. 

-액션 영화인 동시에 언더커버 잠입 영화이며, 정서적인 감정을 입혔다. 액션을 하면서 그런 감정을 갖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사실 중점을 두었던 게 감정이었다. 액션은 무술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였다. 사실 처음 각본을 읽으면서 너무나 흔한 이야기라는 게 느껴져서 이 기시감을 어떻게 떨쳐내야 하나 고민했다. 그때 마침 비슷한 영화인 [프리즌]이 크랭크인 한 상황이었기에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었다. 만약 똑같은 이야기라면, 나는 안 찍었을 것이다. 감독은 이것을 스타일리시하게 찍을 거라며 나를 달랬다. 이 영화는 언더커버 잠임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아니라 했다. 처음에 그것을 믿지 못해서, 나중에는 술까지 먹이는 거였다. (웃음) 그래서 결국 이 영화를 찍게 되었다. (웃음) 


-재호 캐릭터의 독특한 웃음은 어떻게 완성했나?

그냥 웃어본 거였다. (웃음) 이 캐릭터에게는 평범함 보다는 천박함이 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한번 아무생각없이 천박한 웃음을 질러봤다. 나중에 보니 그게 제일 자연스러운 것 같았다. 특히 너털웃음을 수시로 내야 하는게 감독님의 포인트였다. 그래서 재호는 수시로 웃는다. 


-[불한당]을 보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많이 느껴졌다. 단순한 조폭물의 정의를 넘어서 혈연, 인맥으로 맺어진 집단에 도전한 흙수저 브라더의 도전을 그린 것 같았다. 각본을 보면서 그런 인상을 느꼈는지?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는 뭐라 생각하나? 

없다. (웃음) 감독님에게 이 영화 주제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감독님도 없다고 한다. (웃음) 처음 나도 그 질문에 당황했다. "기자분들이 물어보면 조금 그럴 텐데 어떻게든 말해야 하지 않냐?" 라고 했더니 감독님도 정말 없다고 하셨다. (웃음) 그때 우리끼리 생각난 게 이 영화를 정치와 비유해서 보자고 했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가 재미있지 않냐라고 생각했다. 배신과 뒤통수를 치는 모습이 한 정당의 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영화 초반 동물의 왕국이 언급되듯이 이 영화의 세계는 동물의 왕국 같은 세상이다. 생각해보니 단세포 생명체들의 세상 같다. (웃음)


-김희원이 연기한 병갑 캐릭터와의 관계가 재미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관계에 있는것 같다. 

시완이가 촬영 전에 이야기 한 게 "나는 경구 형만 짝사랑한다" 라는 게 자신의 극중 컨셉이라고 말했다. (웃음) 그것을 시작으로 해서 캐릭터 간의 관계가 파생되었다. 나는 김희원의 병갑만 사랑하는 역할이다. (웃음) 사람을 죽여서 그렇지 이 캐릭터들의 본성은 참 순수하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악당들이어도 우리 모두 각자 짝사랑의 감정이 있다고 봐야겠다. 희원씨가 실제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연기할 때 진짜 우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웃음) 희원씨의 캐릭터가 참 매력적이면서 사랑스럽기도 하다. 조폭 싸움을 소꿉놀이 처럼 그리는 매력이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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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의 재호 캐릭터는 어떤 사람이라 보는가?

현수의 마음을 잡기 위해 엄마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놓는 무서운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너무 몰입해서 했더니 나중에 시완 이가 "진짜인줄 알았다" 라고 할 정도였다. 재호가 엄마 이야기를 꺼내 것은 현수를 진짜로 속이기 위한 계책이었다고 본다. 버림받았지만 그것은 그가 만들어낸 계략이었다. 


-그러면 재호는 현수에 대한 진심이 하나도 없었나? 

아니다. 재호가 현수를 볼 때 눈이 흔들리면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현수에게 고민하면서 인생에 관해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에 대한 진심이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신인 감독이 선배인 배우의 얼굴 표정을 조정해 주는게 불편하지 않았나?

감독님과 이 팀을 전적으로 믿었다. 촬영 전 콘티 작업을 할 때 미술 감독이 의례적으로 참여해 신기했다. 서로들 모이면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경영이 형이 있는 사우나실은 원래부터 콘티에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미술 감독이 사우나실을 넣어서 이경영 캐릭터의 자유분방함을 강화해 보자 했다. 그게 바로 미술감독의 아이디어였고, 그만큼 스태프의 오픈된 아이디어가 이번 영화에 많이 적용되었다. 교도소 장면을 보면 철창이 많이 없다. 그것도 스태프의 아이디어들이 많이 반영되었고, 그만큼 혁신적인 생각들이 많이 반영되었다. 그래서 우리 영화의 교도소는 국적 불명 세상의 교도소를 연상시킨다. 우리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 모두 베테랑들이 아니어서, 걱정했지만 그들의 콘티 작업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 현수가 담배 피는 장면에도 그사이에 조명이 들어오는 과정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걸 듣고, 그들을 신뢰하게 되었다. 그들의 꼼꼼함과 노력 덕분에 그들을 믿고 작업하기로 했다. 마치 무언가에 미친 마니아들과 함께 한 기분이었다. 


-변성현 감독을 참 아끼는 것 같다.

정말 나는 감독님을 좋아한다. 그런데 변감독님은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것 같다. (웃음) 내가 크게 이야기 하면 많이 불편해 하고 구시렁 대니 "저 아저씨 왜 저러냐고" 그러기까지 한다. (웃음) 그 정도로 촬영장 분위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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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거칠었던 액션 연기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임시완이 고생이 많았다. 살이 부딪치는 장면이 많으니 고통이 매우 컸을 것이다. 나야 뭐 쉽게 찍었으니까. 그래도 액션 장면이 많지 않은탓에, 내가 등장하는 액션신에서 감독님께 부탁을 했다. 항구에서의 결투 장면을 아주 살벌하게 찍어 달라고 했다. 진짜로 맞고 날아가는 장면이 많아서 배우들이 고생이 많았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캐릭터 때문인가?

슈트 입으려고…(웃음) 그래야 슈트가 잘 맞으니까. 얼굴 이외에도 손도 많이 빠졌다. (스마트폰 앨범의 자신의 손을 보여주며) 이것처럼 손이 원래 퉁퉁한데 지금은 아주 예쁘게 만들어졌다. 


-액션에 있어 힘이 넘치시는 것 같다. 힘이 많이 들어간 [역도산]과 [공공의 적] 시리즈의 영향 때문인가?

내 버릇인 것 같다. (웃음) 그렇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스태프들이 전문적으로 잘 찍어줘서 그런 것 같다. 액션 찍을 때 이소룡의 액션을 따라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물을 봤을 때 그렇게 박력 있게 그려진 걸 보고 놀랐다. 


-현수를 '혁신적 돌아이'라 한 것은 무슨 의도였나?

그놈이 그런 돌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니까! (웃음) 그 이면에는 그 친구가 왜 나에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호기심도 담겨있다. 아마 그래서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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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이 칸에 가게 된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 보는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웃음) 칸에 간 작품 중에는 [디파티드] 같은 작품도 있었고, 남성적인 투탑 액션 영화도 있었다. 아마 우리 영화가 그걸 좀 다르게 해서 그런 것 같다. 그 부분을 관계자들이 봐준 것 같다. 같은 이야기지만 다르게 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박하사탕] 이후로 해외에 가게 되는데 특별하게 따로 준비한 건 없나?

없다. (웃음) 2000년 [박하사탕]이 감독 주간에 초청되어서 칸에 가게 되었다. 뤼미에르 레드카펫을 가게 되었다. 그때 당시는 턱시도를 입는 것도 아니어서 가벼운 의상으로 입장했다. 어찌 됐건 그때 기념으로 촬영을 많이 했다. (웃음) 


-최근 작품이 흥행에 부진한 편이다. 불안하지 않은가?

당연히 있다. 전부 내 책임이다. 내가 너무 쉽게 접근한 잘못도 있다. 그래서 정신을 반짝 들으려고 했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일단 기자분들이 잘 도와주고 계시는데, 그래도 너무 크게 기대 안 하려 한다. (웃음) 


-어떻게 다시 치열해 지려 했나?

내가 다시 고민하고 자책했지. 내가 너무 내 연기를 쉽게 한 거 같아 고민하며 다시 치열해 지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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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적 아쉬움이 있어도 연기적 아쉬움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다 내 잘못이다. (웃음) 내가 쉽게 연기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이제 좀 새롭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연기 스타일이 치열하고 열정적이다. 체력적, 감정적으로 힘들지 않은가? 

[불한당]은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한 캐릭터다. 그래서 좀 아쉬운 게 "왜 제대로 못 놀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웃음) 배우들을 더 갖고 놀았어야 했는데…(웃음) 그래도 배우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을 연기하니 좀 더 확장 시켜놓을 수 있었다고 본다. 


-허준호 배우와의 촬영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준호형은 정말 내 캐릭터를 잘 살려주었다. 미국에만 계시다 보니 한국에 계신 줄 몰랐는데, 나중에 한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준호 형이 내 캐릭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셨으면 했다. 그래서 제작진께 도움을 요청했고, 형님이 흔쾌하게 출연을 하겠다고 하셨다. 준호 형이 내 이야기를 듣고는 "너 때문에 한다"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 캐릭터를 위해 준호 형이 아주 운동을 심하게 했다고 한다. 전신 문신도 10시간 넘게 하셨다. 그렇게 몸을 만드시고 영화에 출연하시니 정말 무서운 캐릭터가 되어서 오셨다.  


-선배들과 만나면 반가운가?

내가 이제 고참급이 되었다. 그래서 나보다 형님이 된 분들을 만나면 참 편하다. 그래서 막말도 하고 편해진다. 덕분에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후배들과도 잘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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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포스터를 보니 남자 배우와 투톱을 이룬 포스터가 많다. 상대 남자 배우와 잘 호흡하고 친해질 수 있는  비법은?

모든 배우들과 잘 지내고 있다. 같이 하면 정들고 친해진다. 아무래도 술 한잔하면서 친해지고 한다. 이번 [불한당] 촬영하면서 시완이와 절로 술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즐겼다. (웃음) 


-이 영화는 설경구에게도 성장의 기반을 준 영화인가?

그렇다. 오히려 이 작품 덕분에 젊은 배우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느꼈고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 에게도 발전의 가능성을 준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무언가에 미쳐있는 스태프들의 노력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은 5월 17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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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폴룩스㈜바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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