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임시완, 선배에게 먼저 술을 권하는 당찬 후배
17.05.16 18:43
임시완과 함께한 선배 배우들이 그에 대해 이야기 한 내용에는 '술'이 빠지지 않았다. 항상 같이 술 먹고, 사달라고 조르는 후배가 그들이 생각하는 임시완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만큼 임시완은 착하고 조용해 보이는 작품 속 모습과 달리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아직 유망주지만 인간관계에 있어서 베테랑이 그와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과 관련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많이 피곤해 보인다.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때문인가?
그러게 요새 참 빡새게 산다. 왜 이럴까? (웃음) 요즘 드라마 촬영 중이다.
-칸 영화제 참석은 확정적인가?
병무청 결과도 나왔고 해서 나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신중한 편이다. 그럼에도 꼭 가고는 싶다.
-이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큰 것 같다. 자평하자면?
일단 이 영화는 내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내가 하지 않아도 꼭 보고 싶은 영화라 생각했다. 이 영화를 찍고 나서는 내가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여러 번 보게 될 것 같다.
-처음 선보인 자신의 거친 상남자 연기를 직접 본 소감은?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많다. 액션에서는 힘이 빠진 것 같았다. 내가 봤을 때는 너무 아쉬웠고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빈틈이 많았다. 그건 고질병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내가 각본을 봤을 때부터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그 두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설경구 선배는 각본을 보자마자 이 영화가 너무 뻔해 보여서 우려스러웠다고 한다. 무엇이 좋았나?
단순하게 재미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를 놓고 사실 고민을 했다. 해도 되는 영화일까 고민했었는데, 나는 사실 다른 지점에서 고민했다. 이 영화가 정말 시나리오상 재미있지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존에 했던 연기 톤이 아니어서 고민한 건가?
정서적으로 내가 아직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던 것 같다. 몇 년 뒤에 나에게 왔었다면 거리낌 없이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캐릭터의 정서를 높게 생각한 이유는 현수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이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한 어두운 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밝고 재기발랄하게 캐릭터를 표현하자고 했다. 그러다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수가 변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자고 했다.
-역할이 점점 다양해 지고 있다. 작품 선정의 기준은?
기준점은 딱히 없다. 좋은 작품이라는 기준점이 없다. 어떤 게 좋은 작품인지 찾기가 힘들다. 그것을 찾는 게 조금은 어리석은 생각 같다. 단지 작품 선택에 있어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있었다면, 그것보다는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좀 더 잔상에 남는 영화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 아주 즐겁게 작업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일단 신나서 한 건 맞다. 그 이유는 내 몸에 맞는 캐릭터를 했기보다는 감독님이 잘 도와주셨기에 가능했다.
-감독님과 어떻게 호흡했나?
우선 처음 미팅을 가진 날, 의상이 너무 화려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웃음)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감독님이 아니어서 너무 놀랐다. 그 모습을 보고 신뢰감을 가지지 못했다. (웃음) 나도 이 작품을 어렵게 생각하고 왔는데 감독님이 그것을 잘 없애줄지 궁금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오랫동안 상의를 했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감독님과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감독님의 기분을 알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그동안 했던 작품 중 감독님과 소통이 많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원라인] 때는 작품에 따라 성격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번에는 거친 성격이었나?
글쎄,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센치한 느낌? 관조적인 느낌이 아니었나 싶다. 찍었을 때 당시 그런 느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또 다른 작품을 찍고 있으니 아마 그런 것 같다.
-설경구 배우는 변 감독님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각본을 썼다는 말에 "그걸 처음부터 알았으면 안 했을 거다." 라고 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랬으면 나도 안 했다. (웃음) 어떻게 그런 거로 이런 각본을 썼을까?
-연기 5, 6년 차다. 연기하면서 느낀 점은?
하면 할수록 인고의 과정인 것 같다. [미생] 때 까지만 해도 그런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작품을 하면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얼마 연기는 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오래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연기 스타일을 바꾸자고 생각하며 [원라인] 때 부터 연기 스타일을 바꾸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밑그림을 그리는 연기를 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부딪히려고 노력했고 연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원라인] 당시 진구 배우가 "시완이가 너무 열심히 하려 해서 안타깝다"라고 말했던데, 그런 의미인가?
그 말이 맞다. 진구 형이 말한 당시에도 너무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긴장했던 것 같다. 현장에 와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돌아가더라.
-설경구 선배에게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는데?
얼마 전에 20살 차이가 난다는 걸 알았다. (웃음) 선배님이라는 호칭 보다는 거리감 없는 형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
-현장에서 설경구 선배에게 배울만한 부분은?
우선 나를 참 편하게 해주셨다. 매력적으로 느낀 부분은 스태프들에게 츤데레 하게 다가가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상냥한 느낌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귤을 사 왔는데 이걸 그냥 주지 않고 던지는 거였다. (웃음) 술도 정말 많이 사주셨다. 그러고 보니 내 돈으로 낸 적이 없었네. (웃음)
-대부분의 선배 배우들이, 임시완 배우가 선후배 관계라 할것없이 먼저 다가와 술 먹자고 말 하는게 너무 고마웠다 라고 한다.
[변호인] 이후로 그런것 같다. 그때가 촬영이 끝나면 무조건 술로 끝내야 한다는 영향이 있었다. (웃음) 근래들어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술을 줄여야 해서 너무 아쉬웠다. 상반신 노출 때문에 몸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감독님께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웃음) 그래서 참 몸 만드는 배우들이 참 존경스럽다. 그점에서 보면 설 선배님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침에 꼭 줄넘기하고 술 마실 때도 안주는 거의 안 먹고 술만 드신다. 그래서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은 임시완에게 새로운 발견이었나?
그런 것 같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계기였고, 그 때문에 촬영 날이 너무 설레었다. 오늘은 어떤 모습이 나올지 궁금하다.
-설경구의 재호가 엄마 이야기를 꺼낸 부분에서 '진짜'로 착각했을 정도였다는데?
정말 진짜인 줄 알았다. 선배님의 해석은 그 이야기 역시 가짜였다. 각본상에 대사는 있었는데, 선배님의 연기 해석으로는 진짜인 줄 알았다.
-캐릭터 분석은 어떻게 했나?
나는 이 영화의 특이점이 있다는 부분은 경찰임을 미리 오픈한다는 점이었다. 그걸 빼고 흔히 봐왔던 언더커버 영화들과는 장점이 없다고 봤다. 그렇다고 이 영화는 다른 작품의 복제품은 아니라고 한다. 그 자체만으로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출연진 구성부터 남다르다. 대선배이고, 연기 천재 그리고 남성미가 강한 배우들이다. 김희원, 허준호, 전혜진, 김희원 같은 개성 강하고 카리스마 돋보이는 대선배들과 함께한 소감은?
정말 말할 것도 없었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한테는 피가 되고 살이 되었다. 그 덕을 봐왔기 때문에 그들을 보면서 나도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을 알았다. 우선 연기를 떠나 그런 대선배님들과 함께 놀 수 있어서 좋았다. 설경구 선배님과 노래방 내기를 해서 내가 이기기도 했지만, 허준호 선배님 노래를 듣고 바로 항복 선언을 하게 되었다. (웃음) 선배님이 뮤지컬에 록가수 경험도 있으셔서 노래를 정말 잘하셨다.
-거친 느와르도 처음이다. 신경 쓴 것은?
아침마다 자기 세뇌를 하고 와야 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는 식으로, 행여나 다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오빠생각] 때 손가락이 꺽인 적이 있어서 액션신에 있어서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액션신에 신중을 가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잘 때리는 액션만큼, 잘 맞아 주는 모습도 많아 인상적이다.
(크게 웃음) 그건 노하우가 아니라, 내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탓에 맞을 때 멀리 날아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당하는 장면이 더 크게 다가온 것 같다. 2m가 넘는 거구에게 날아가는 장면은 사실 와이어가 아닌 진짜로 날아간 거였다. (웃음) 그 선배님도 놀라셨다고 한다. 정말 살살 친 거였는데 그렇게 날아갈 줄 몰랐다고 하셨다. (웃음) 와이어를 쓴 것은 캐비닛에 날아간 부분이었다.
-가장 생각나는 액션신은?
내가 송곳으로 상대방을 찍어버리는 장면. 그때 표정이 참 태연했다. 과녁 맞히듯 태연하게 보는 모습이 내가 보기에도 강렬했다.
-현수는 불한당이나 나쁜 놈과는 거리가 먼 일방적인 피해자 같다.
피해자이기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옳은 일을 한 인물은 아니라고 본다.
-현수 입장에서 재호와 팀장 중 누가 제일 싫을까?
좀 더 정이 안 가는 건 천팀장 쪽이다. 아마 그쪽을 더 미워했을 것이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촬영 이후로 사람을 믿는 것에 대해 고민이 들지 않았나?
기본적으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상대방을 못 믿는 구조라고 본다. 그래서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 주는 메시지는?
주제와 메시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재미있는 조폭물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 영화에 메시지가 있다면 그분들이 느끼신 메시지로 봐주셔도 된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치열하게 사신 분들이 이것을 보고 봐주셨으면 한다. 그런 분들에게 이 영화는 두 시간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쉴 때 무엇을 주로하나?
혼자 술 마신다. 혼자 노래방도 자주 간다. (웃음) 좋아하는 노래는 발라드다. 김광석 '거리에서', 임재범 '너를 위해', 임창정 '오랜만이야', 김현식 '비처럼 음악처럼' 등등이다.
-발라드 앨범을 낼 생각은?
있다. (웃음) 마침 선배님들도 김광석 노래를 좋아한다. 설 선배님과 함께 거리에서를 불렀는데, 원래 내가 부르고 있었는데, 선배님이 마이크 잡아서 같이 부르시는 거였다. (웃음) 난데 없는 합창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무 말 안 했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은 본인에게 어떤 영화로 남겨질까?
나에게 의미가 큰 영화다. 이 영화는 술친구 처럼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영화다. 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너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되려 이제까지 한 작품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즐거운 작품이었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폴룩스㈜바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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