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군] 리뷰: '광해'가 '왕이된 남자'가 되기까지…★★★
17.05.23 10:28
[대립군,2017]
감독:정윤철
출연: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이솜, 박원상, 배수빈, 김명곤, 박해준
줄거리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어린 ‘광해’(여진구)에게 조정을 나눈 ‘분조’를 맡기고 의주로 피란한다. 임금 대신 의병을 모아 전쟁에 맞서기 위해 머나 먼 강계로 떠난 광해와 분조 일행은 남의 군역을 대신하며 먹고 사는 대립군들을 호위병으로 끌고간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와 동료들은 광해를 무사히 데려다주고 공을 세워 비루한 팔자를 고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자객 습격과 왕세자를 잡으려는 일본군의 추격에 희생이 커지면서 서로 간에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사극에서는 조선의 15대 임금 광해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붐을 이뤘다. 2012년 영화 [광해,왕이된 남자]의 흥행과 더불어 현실 정치의 변화를 촉구하는 민심이 대변되면서 역사 속 불행한 왕이었던 광해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대립군]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언급된 광해에 대한 시선을 벗어나 왕이 되기 이전인 세자 시절 그가 겪었던 '분조' 시절의 고충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아내 다시 한번 이상적인 지도자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대립군'은 조선 시대 원래의 군역을 지어야 할 사람을 대신해 역을 서는 군인들을 일컬었던 용어로 돈 없고 가난한 백성들이 주로 지녀야 했던 폐단적인 제도다. 극 중 주인공 토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 모두 그러한 군역을 진 인물들. 영화는 나라를 버리고 피난 행렬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야 하는 광해의 입장을 '대립군'의 상황과 연계시켜 이들이 신분의 벽을 넘어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대립군]은 왕세자, 신하, 백성으로 구성된 일행이 적의 습격(왜군, 정체불명의 자객일행)을 피해 고난의 피난 행렬을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로 인해 서로 다른 극과 극 신분을 지닌 인간 군상이 각자의 시선에서 서로를 정의하는 갈등의 드라마가 진행돼 자연스럽게 화해의 길로 가 하나가 되는 전형적인 루트로 이어진다. 그 점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김성수 감독의 2001년 영화 [무사]를 절로 연상시킨다.
[무사]가 명나라 공주, 고려 귀족, 장군, 노비 무사들로 주축이 이뤄진 구성원들의 갈등과 화해를 그렸던 것처럼 [대립군] 또한 그와 비슷한 전개 방식을 유지한다. 신분적 갈등에 서로를 원망하다, 여러 번의 위기를 맞이하고, 희생이 뒤따르게 되면서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하나가 된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의 형식과 구조를 이어받으며 영화만의 흥미를 유지하려 했지만, [무사]와 같은 신분적 갈등이 담긴 사극 드라마의 전형성을 그대로 답습한 이야기 구조와 전형적인 흐름이 많아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액션 장면도 일부 사극에서 표현되는 평이한 수준이며, 대립군 일행을 위협하는 불분명한 자객단은(정체가 밝혀지지만, 추측에 불과한 수준) 영화의 악역인 일본군의 위협에 대한 강도를 떨어뜨리는 방해 요소가 된다.
[대립군]은 이런 아쉬움을 캐릭터들이 지닌 정서적 드라마와 깊은 의미가 담긴 상징적 장면들로 극복한다. 삶과 생존의 고단함 속에서 전쟁의 위협까지 맞이한 백성의 운명을 표현한 대립군과 어린 나이에 군주에 대한 막중한 책무와 부모로 인한 상처를 받아야 할 광해의 아픔이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를 통해 무난하게 전달된다.(특히 김무열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이는 곧 가마를 떨어뜨리는 장면, 백성들 앞에 고마움을 남다르게 표시하는 광해의 행동을 통해 정서적으로 표현되어 영화만의 강렬함과 감동을 불러오게 된다.
전형성의 함정에 갇힐 뻔한 [대립군]은 배우들의 열연과 드라마의 힘이 만들어낸 후반 뒷심을 통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한 화합,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 희생의 메시지를 무난하게 전달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성을 위한 군주' 광해의 성장기를 의미 있게 담아냈다.
[대립군]은 5월 31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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