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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립군] 여진구, 그에게 이번 5.18이 남달랐던 이유는?

17.05.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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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특유의 귀여움과 아이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브라운관의 시청자를 사로잡은 아역 배우가 어엿한 청년이 되어 돌아왔다. 이제는 그 꼬리표를 뗄 때가 되었지만, 여진구는 여전히 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는 소년 같았다. 촬영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와 영화의 메시지에서 자기 생각을 능숙하게 설명하다 갑작스러운 연애와 이성에 관한 이야기에서 수줍음을 드러내는 모습에 영락없는 소년의 순수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립군]의 광해와 [1987]의 故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 자신의 소감과 역사에 대한 주관을 소신껏 이야기하자, 여진구는 더는 소년이 아닌 성숙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연기를 스크린에서 본 기분은?

이제야 익숙해 진것 같다. 내 얼굴이 스크린에 나올 때마다 긴장했는데, 이제 적응한 것 같다. 내가 어렸을 적 수두를 안 적이 있었고, 아직 흉터가 남아 있어서 그게 보일까 봐 부끄러웠다. 


-그렇다면 본인 연기를 자평하자면?

(한숨 쉬며)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좋은 선배님들이 나를 잘 도와주셨고, 엑스트라 분들도 잘 해주셔서 내 감정을 이해해 주신 것 같다. 내 연기만 봤을 때는 부족함이 많다. 


-그래도 과거 사극에 출연한 경험이 많아서 편하지 않았나?

[대립군]의 광해는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캐릭터이기에 전작에서 보여준 왕족의 역할과는 조금 다르게 표현해야 했다. 오히려 후반부에는 진정한 왕 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되도록 사극톤의 연기를 버리려 했다. 그래서인지 전작들과 다르게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작품이었다. 


-이정재 배우가 여진구씨의 감정을 뺏고 싶을 정도로 감정 연기가 너무 좋았다고 칭찬했다.

오히려 나는 이정재 선배님의 섬세한 연기력을 뺏고 싶었다. 선배님께 그럼 섬세한 연기력에 대해 여쭤보기도 했는데 웃으시면서 너도 나이 먹으면 된다고 하시는 거였다. (웃음) 그게 맞는 것 같다. 이번 광해를 표현할 때 그게 참 중요했다. 전작에서는 감정선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은 수면위로 폭발하는 감정을 연기해야 했다. 그래서 마음이 울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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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선배의 뺨을 때렸을 때 부담은 없었나?

안그 래도 그걸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웃음) 그날 각오하고 했는데 테이크가 너무 많이 나갔다. 그래서 선배님을 너무 많이 때렸다. (웃음) 실제로는 턱까지 때리는 장면도 있어서 너무 죄송스러웠다. 오히려 선배님이 더 세게 때리라고 하셨다. 


-이정재 배우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처음은 시상식에서였다. 그때는 너무 멋있는 분이라 느꼈는데, 이번에 [대립군]을 함께 한다 해서 너무 긴장했고, 심장이 떨렸다. 특히 대본 리딩때 뵐 때 마다 너무 떨렸다. (웃음)


-그런데 이정재 배우를 비롯한 선배 배우들은 진구 씨가 제작보고회서 말한 '아저씨' 발언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웃음)

내가 제작보고회 때 선배님들을 아저씨라 한 이유는 선배님들이 내가 알고 있던 멋있는 분들이 촬영장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지닌 사람들로 변했기 때문이다. (웃음) 그 멋있었던 분들이 진짜 거친 매력을 지닌 대립군이 되었으니 어떤 느낌이 들었겠는가? 그리고 실제로 아저씨가 되어야 하셨으니…(웃음) 


-덕이(이솜)와는 애틋해 보이는 관계였다. 둘은 연인으로 같다고 해야 할까? 오누이 같다고 해야 할까?

덕이는 일반 백성, 대립군과 달리 광해에게 전혀 다른 감정을 전해주는 존재다. 그것은 연인의 로맨스가 아닌 어머니이자 큰 누나에게 느끼는 감정과 같다고 해야 할까? 광해에게 덕이는 그런 존재이며, 그녀를 통해 한층 성숙해진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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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 감독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정말 확고한 분이시다. 작품 준비 할 때부터 광해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돼 감독님께 여러 가지를 여쭤봤다. 그럴 때마다 확신에 찬 연기 주문을 주셨고, 자신만의 주관으로 밀고 가셨다. 상대 배우가 고민할 때마다 신뢰감을 주시면서 자기 생각을 믿게 해주시는 분이다. 


-감독님이 의도한 광해는 어떤 캐릭터였나?

우선 광해에 중점을 두지 말라고 하셨다. 광해라는 임금 자체가 드라마에서 주기적으로 다뤄줬던 임금이다. 그래서 감독님은 광해가 아닌 여진구만이 표현할 수 있는 왕과 왕세자의 모습을 보여주라 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완벽하지 않고 굉장히 부족한 모습을 지녔지만, 품성은 옆의 사람을 아끼고 볼 줄 아는 선한 사람이다. 부족하지만 그런 선한 모습을 지녔기에 광해가 좋은 왕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아저씨급 선배 배우들과 함께한 느낌은 어땠나?

덕분에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웃음) 아침마다 꾸준하게 등산을 가게 되니 그런 느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영화 초반 내가 산속에서 타고 다니던 가마가 부서진 이후에는 산을 꾸준하게 타야 해서 힘들어졌다. (웃음) 선배님들이 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왕세자 복장으로 산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 건 전혀 없었다. 기존의 왕, 왕세자 역할을 할 때 비단 소재다 보니 주름이 많이 져서, 평소에 벗고 있을 정도로 옷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마음껏 더럽혀야 하는 작품이어서 부담 없이 연기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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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출신으로 비슷한 절차를 걷고 있는 유승호와 비교되고는 한다. 그런데 유승호 씨가 이번 [군주] 에서도 왕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승호 씨와 비교되다니 영광이다. (웃음) 나도 승호 씨 팬이다. [군주]는 본방사수는 못하고 있지만, 함께 작업한 소현이도 출연하고 해서 챙겨보고 있다. 정말 멋있는 분이다.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함께 작업한 김소현, 김유정이 잘 나가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 

바쁘다 보니 자주 연락은 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만나고 그러다 보니 둘 다 친동생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봐도 예뻐지고 연기를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남자 배우들과의 케미가 유독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글쎄, 아무래도 내가 연기적으로 선배님들께 의지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내가 표현은 못 하지만 선배님들은 '진구가 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구나.'라는걸 알고 계신 것 같다. 그래서 선배님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해 주신 것 같다. 내가 원래 선배님들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애교는 부리지 않지만, 선후배 간의 예의는 꼭 지키려 하기 때문에 그런 끈끈한 유대감이 절로 생기는 것 같다. 


-이번 연기를 위해 십 대 시절 연기를 참고했다고 들었다. 

그동안 많은 칭찬을 받아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 연기방식에 무언가 꽉 막혀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의욕만 타올랐지, 연기 방식은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이 많았는데, 어느날 티브이를 보다 아역 배우 시절의 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에는 오글거렸는데, 그때 연기하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순수해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잘했다. (웃음) 그 순간 당시 선배님들이 나에게 해주던 조언이 떠올랐다. "지금처럼 만 해라." 라는 말씀 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연기자로 일하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그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하라는 말씀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편안하게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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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거의 작품을 보게 된 것인가?

마침 감독님께서도 아역 배우 시절의 내 모습이 순수해서 너무 좋았다며 그때의 모습을 찾으라고 조언하시면서, 과거 작품을 보라고 주문하셨다. 돌이켜보면 십 대 시절 순수함과 달리 지금은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너무나 컸고, 그래서 욕심만 가득했던 것 같다. 드라마 [타짜][자이언트]를 보게 되면서 그 시절의 순수함을 기억하려 했지만, 동시에 퇴보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태까지 한 캐릭터 중 현실 속 본인과 가장 닮은 캐릭터가 있다면?

아직 현실 속 나와 닮은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할 때 내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되도록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전작과 비슷한 감정선을 지닌 캐릭터를 하기에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현재는 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다양한 감정선을 연기해야 감정표현이 좋아질 것 같다. 지금은 서투르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나를 발전시키고 싶다. 


-차기작인 [1987]에서는 故 박종철 열사를 연기했다. 광해와 함께 우리 역사의 중요 인물을 연이어 맡게 된 소감은? 

사실 [1987]의 감독님께서 먼저 찾아주셨다. 그래서 특별출연을 하게 되었는데, 박종철 열사님을 연기할 줄은 전혀 몰랐다. 내 역할을 알게 된 순간 너무 놀랐고, 감사드렸다. 나에게는 너무 분에 겨운 역할이어서 너무나 영광스러웠다. 우리 현대사에 한 획을 근 열사님이 시기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먼저 박종철 열사님께 잘못을 하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나를 선택하신 결정적 이유는, 그 당시 박종철 열사님과 지금의 내가 동갑이어서 그 때의 심리적 표현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너무 잘하려 하지 않고,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려 했다. 최근 [1987] 촬영을 마무리한 상태서(여진구 출연분만 종료),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맞이했더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국 때문에 [대립군]이 주목받을 것 같다. 현 시국과 연결해 [대립군]만의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영화 촬영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촬영 전만 해도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물론 리더에 관한 메시지가 있지만, 촬영하면서 많은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현장에서는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가 이렇게 되면 너무 정치적인 메시지로만 다가가는 거 아닌가 많이들 우려했다. 광해라는 인물이 어떻게 그려질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런 걱정이 연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관객분들에게 희망찬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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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 선거의 투표가 생애 첫 투표라 했는데, 어떤 느낌이 들었나?

성인이 되면서 예상보다 일찍 투표하게 되었는데, 그 느낌이 새로웠다. 도장 한번을 찍어야 하니 크게 긴장되었다. (웃음) 그래서 이 느낌을 놓치기 싫었다. 이 행동이 큰 영향을 미친다 생각해서 더 걱정했다. (웃음) 이때만큼은 배우를 넘어 국민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작품을 할 때 어떤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은 오로지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지금 내 나이가 20대 초반이니 청춘물을 해보고 싶다. 


-로맨스는 안 해보고 싶나?

글쎄. (웃음) 아직 부끄러워서 그건 좀…(웃음) 차라리 청춘물롸 로맨스가 섞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내가 남고를 나와서 그런지 로맨스와 같은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서투를 것 같다. (웃음) 친구들에게 소개팅 이야기도 했는데, 안 해준다. (웃음) 아무래도 상대방이 부담스러워서 그런가? (웃음)


-그렇다면 이상형은?

(수줍은듯 계속 웃으며) 글쎄, 아무래도 잘 웃고, 잘 먹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애교 많은 사람이 좋다. 아무래도 내가 애교를 잘 못 하다 보니 그 점에서 많이 약한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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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싫어하는 이상형은?

많은 분이 싫어할 수 있는 요소는 비슷한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배려가 없다던가 주변 사람들에게 예의 없는 것들이 그렇다. 아마 그런 건 여자 남자를 떠나서 싫어할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한다.


-여진구만의 첫사랑은 없었나?

아직은 없다. 그래서 남고 나온 게 문제다. (웃음) 남녀 공학을 나왔어야 했는데…(웃음)


-나이에 비해 자신을 표현하고 말하는 방식에 있어, 상당히 성숙해 보였다. 평소 책을 잘 읽는가?

항상 갖고 다니는데, 곁에만 두고 있다. (웃음) 소설을 좋아해서 지금 [태백산맥]을 비롯한 문학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 작품을 통해서 많은걸 배운 것 같다. 책 속의 비유적인 표현이 내 연기관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도 그때그때 읽은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할 말은?

영화가 개봉하는 날은 태양도 뜨거우니 시원한 극장에서 영화를 편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웃음) 그리고 위로를 많이 받으셨으면 합니다. 

[대립군]은 5월 31일 개봉한다.



최재필 기자 (보도자료/제휴 문의/오타 신고) movierising@hris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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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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